강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 방문기

법원으로의 초대

2018.12.05

최근 20년에 걸쳐 대한민국의 결혼이민자는 급격히 늘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사회의 다문화가구는 31만여 가구로 더 이상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니다. 지난 11월 8일, 한국에 터를 잡아 가정을 이룬 소중한 외국인 손님들이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을 방문했다.

조금 더 친근하게, 조금 더 쉽게
강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교육, 자녀 언어발달 지원, 통번역 서비스, 한국어 교육, 사회적응 및 취업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으로, 구성원들에게 대법원 견학 프로그램을 추천해 정기적으로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을 방문하고 있다.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 견학은 센터가 추진하는 '인권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외국인인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언어의 어려움 등으로 법적 권리를 행사할 때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찰서나 법원을 견학함으로써 대한민국 법 제도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 일상에서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견학은 법원과 법에 대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법원전시관에 모인 센터 가족들은 법원전시관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한국에서 '법(法)'이라는 한자어가 가지는 의미와 한국의 정의의 여신상, 조선시대 법집행 과정 등 한국의 법 역사에 대해 들은 뒤, 가사, 민사, 형사 등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판의 종류와 과정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몇몇 참가자들은 전시물의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겼고, 손을 들어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현재 법원의 모습과 법복의 역사에 대한 견학을 마친 참가자들은 대법정으로 이동했다. 대법정에서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의 정의의 여신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질문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법정 견학을 마친 뒤 법원전시관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잠시 쉬는 시간동안 모의법정에서 검사복, 판사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이어 견학 참가자들은 김영기 판사가 진행한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다문화센터에서 법원 견학을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자청했다"라고 밝힌 김영기 판사는 근무 중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어 1년여 동안의 외국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어 외국인으로 타국에서 삶을 살아가는 일에 대한 불편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며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끌었으며, 견학 참가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재판의 과정을 예시를 들어 열정적으로 설명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김영기 판사는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법률서비스에 다가설 수 있는 법원 종합민원실, 법률구조공단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이용해 대한민국에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여러분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지켜내고,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앞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감을 얻었어요”
견학을 마친 중국 국적의 결혼이민자 김길현 씨는 “외국인으로 한국에 살아가면서 법원이라는 곳에 와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판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법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같은 국적의 강경홍 씨도 “법원이 엄숙하고 어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 “판사복을 직접 입어본 기억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한편 아이를 가진 이민자 아내가 걱정돼 시간을 내 함께 법원에 방문했다는 한국인 이상원 씨는 “다문화센터의 법원 방문은 취지도 좋았고 이민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견학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의 법원이 생각보다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가족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모든 이민자들에게 따뜻한 법원으로 다가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취재·사진 안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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