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재단에 주식을 기부했는데, 증여세가 과세됐다면?

최신판례

2017.04.27

[대법원 2011두21447]

▣ 사안의 내용

■ 처분의 경위

● 원고(재단법인 ㄱ장학재단)는 소외 A씨 등으로부터 3억 1,000만 원을 출연받아 2002. 10. 17. 그 설립허가를 받고, 같은 해 11. 5. 그 설립등기를 마친 재단법인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법인과 동일인관련자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성실공익법인임.

● A는 주식회사 C사로(이하 ‘C사’)의 총발행주식 12만 주 중 8만 4,000주(발생주식 총수 중 70%)를, 그의 6촌 동생 소외 B가 나머지 3만 6,000주(발행주식총수 중 30%)를 각 소유하고 있었는데, 2003. 2. 20. A는 각 7만 2,000주(발행주식총수 중 60%)와 B는 3만 6,000주(합계 90%임, 이하 ‘이 사건 주식’)를 각 원고에 출연(≒기부)하였음.

● 이에 피고는, 원고가 2003. 4. 28. A 등으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출연받은 것은 원고의 공익목적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것이기는 하나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공익법인이 내국법인의 의결권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여 출연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8. 9. 3. 원고에게 2003년 귀속분 증여세 14,041,937,000원(가산세 4,011,982,000원 포함)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

■ 사실심의 판단

● 제1심 : 원고 청구인용

● 항소심 : 원고 청구기각

▣ 대법원의 판단

⊙ 사건의 쟁점 : 주식 기부자가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최대주주인지 여부

■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출연자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 5%를 초과하면 증여세를 과세하는 한편, 위 한도를 초과하여 기부하더라도 다른 요건을 갖추면 과세하지 아니함. 즉 비과세가 되려면 출연자 등이 주식을 발행한 내국법인의 최대주주가 아니어야 함. 출연자 등이 최대주주인지가 다투어지는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임.

● (1) 최대주주 판단 시점과 관련하여, ① 출연자가 주식을 출연하기 이전에 보유하던 주식을 기준으로 회사의 최대주주였는지를 판단할 것인지, ② 아니면 출연자가 주식을 출연한 결과 출연자에게 남은 주식과 특수관계로 묶인 공익재단의 보유주식을 모두 합하여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었는지를 판단할 것인지 여부가 첫 번째 쟁점임.

● (2) ②로 볼 경우 ⓐ 출연자가 공익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출연만 하더라도 공익재단이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그 공익재단의 보유주식까지 포함시켜 최대주주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지, ⓑ 아니면 출연자가 정관작성이나 이사선임 등 공익재단의 설립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까지 행사하여야만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그 공익재단의 보유주식이 포함되는지 여부

⊙ 다수의견(9명) : ②설, ⓑ설 채택 → 파기환송

■ 1번 쟁점(②설) : 최대주주 요건은 주식 출연 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

● 법령들의 취지는 출연자 등이 최대주주에 해당한다면 공익법인에 대하여 주식을 출연한 뒤 공익법인을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정한 것임.

● 즉 주식의 출연 전에 ‘내국법인의 최대주주였던 자’의 출연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의 출연 후에 ‘내국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는 자’의 출연을 규제하려는 것임.

● 한편 주식이 출연되기 전에 출연자가 최대주주였다고 하더라도 공익법인과 특수관계가 없어서 그 출연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면, 출연자는 더이상 공익법인을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됨. 따라서 최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식이 출연된 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함.

● 특히 2007. 12. 31. 개정된 법령에 의하면 주식출연 전과 후를 불문하고 출연자 등이 공익법인 이사의 과반수에 못 미치는 5분의 1을 초과하기만 하여도 5%를 초과하는 주식 출연에 대하여 증여세가 과세됨. 위와 같이 출연자가 특수관계가 없는 공익법인을 직접적으로 지배할 가능성은 확고하게 봉쇄되므로, 최대주주 요건을 출연 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공익법인을 악용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함.

● 이와 달리 ‘최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주식이 출연되기 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출연 전에 내국법인의 최대주주였던 이상 무조건 증여세가 부과됨. 이것은 주식 출연 후에 공익법인을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그 악용을 간주하는 결과가 되므로, 과잉금지원칙이나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볼 수 없음.

■ 2번 쟁점(ⓑ설) :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자’는 정관작성, 이사선임 등의 과정에서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자임

● 위와 같이 주식이 출연된 후의 시점에서 최대주주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때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받은 ‘당해 공익법인’이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이 되는지를 따져보아야 ‘출연자 등’이 최대주주인지가 결정됨.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4호는 ‘주식 출연자 등이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비영리법인’을 그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음.

● 재단법인의 운영은 설립 당시 작성된 정관과 최초 선임된 이사들에 의하여 지배되므로 그러한 영향력을 반영하기 위하여 위 시행령 조항에서는 ‘설립’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임.

● 그 밖에 위 시행령 조항의 입법연혁, 특수관계에 있는 비영리법인의 범위를 정한 다른 조세법규의 내용 등을 보더라도 위 조항에서 ‘설립’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됨.

● 이와 달리 위 시행령 조항을 ‘주식 출연자 등이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에 이른 비영리법인’이라고 해석하면, 비영리법인의 설립과정에서 주식 출연만 하였을 뿐 정관작성이나 이사선임 등에 관여하지 아니하여 비영리법인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아무런 방법이 없는 주식 출연자의 경우도 비영리법인과 특수관계를 인정하게 됨. 이러한 해석은 비영리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범위를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하는 해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움.

■ 구체적 판단 :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원심 판결 파기

● A 등이 장학재단인 원고에게 내국법인인 주식회사 C사 발행 주식을 출연한 후에 A가 같은 주식의 10%를, 원고가 같은 주식의 90%를 각 보유하고 있음. 그렇다면 원고가 A 등이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공익법인’에 해당하여야 A 등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게 되고, 그 결과 원고가 보유하게 된 C사 주식도 ‘최대주주 요건’을 결정하는 주식의 수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됨.

● 따라서 A 등이 원고에게 주식을 출연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나아가 A 등이 원고의 정관작성, 이사선임 등의 설립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원고를 설립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더 면밀하게 심리할 필요가 있음.

● 그럼에도 원심은 비영리법인의 설립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재산을 출연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전제에서, A 등이 공익법인인 원고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여 원고의 보유 주식을 합산하면 최대주주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함.

● 그렇다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 시행령 조항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 반대의견(3명 : 대법관 김용덕·김소영·박상옥) → 상고기각 의견

■ 1번 쟁점 : 출연 직전을 기준으로 최대주주 판단

● 비과세요건을 정한 법률 문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하는 내국법인의 주식 등을 출연하는 경우’라고 되어 있어 ‘주식 출연’ 이전의 ‘특수관계’를 문제 삼고 있는 점, 입법자의 의사는 출연자가 기존에 지배하고 있던 특정한 기업의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경우 출연자의 간접적인 기업승계에 이용되는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려는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주식의 출연 직전을 기준으로 출연자 등이 최대주주였다면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보아야 함.

■ 2번 쟁점 :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에 이른 비영리법인으로 충분함

●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비영리법인’은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함으로써 설립에 이른 비영리법인을 의미하고, 출연자가 공익법인의 설립과정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더라도 사후에 임원진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설립 과정에 관여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음.

■ 결론 : 원심의 결론은 정당함 (상고기각)

● 1번 쟁점과 관련하여, 원고가 주식출연 이전에 최대주주였던 A 등으로부터 C사 주식을 출연받은 이상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므로, 원고 재단이 A가 출연하여 설립한 법인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함.

▣ 판결의 의의

■ 제도적 접근

● 공익법인 출연에 대한 입법취지나 규제 목적은 ①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를 장려하면서도 ② 공익법인 출연을 통한 편법적 지배권 유지를 억제한다는 2가지로 요약될 수 있음.

● 5%를 초과하는 주식을 출연하였더라도 그 실질이 편법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고, 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른 수익을 공익법인에 귀속시킴으로써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재정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수 있고, 현금 출연만으로는 초저금리 환경 아래에서 적정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시대적 요청에도 부합함.

● 그런데 종전에 지배주주였다는 이유만으로 주식 출연에 대하여 무조건 증여세를 과세하면 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선의에 의한 것이었더라도 출연재산의 상당 부분이 증여세로 징수되고, 최악의 경우 공익법인의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을 세금을 체납하면 기부자 개인까지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음.

● 결국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큰 주식 출연행위와 그렇지 않은 주식 출연행위를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구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음.

■ 이 사건의 특성

● A는 당시 드물었던 생활정보지 사업에 뛰어들어 ㈜ C사를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6촌 동생 B와 함께 전재산에 가까운 보유주식 90%를 사회에 환원하여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인 D대학교에 기증하기로 결심함.

● 그러나 D대학교에서 주식을 직접 증여받는 것이 곤란하다고 하자, 그 대안으로 2005년 원고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A 등이 원고 장학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음. 그리하여 수년간 형편이 어려운 700 여명의 대학생들에게 수십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여 왔음.

● 그리던 중 2008년 원고의 주식 기부액 약 215억 원에 대하여 140억 원(가산세 포함)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이루어졌음. A 등이 최대주주였던 C사의 주식을 5%를 초과하여 장학재단에 기부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음. 위 과세처분에 따라 세무서가 원고 장학재단의 재산을 압류하여 원고의 장학금 지급은 줄어들거나 심지어 중단되기까지 하였음. 그무렵 이른바 ‘선의의 기부에 세금폭탄 사건’으로 다수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음.

● 1심 법원은 주식의 기부 전에 A 등이 C사의 지배주주였으므로, 법률을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증여세 과세요건은 충족되나, 주식을 장학사업에 사용할 의사만 있었을 뿐 경제력 세습과 무관한 경우에까지 위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적이므로, 합헌적으로 제한해석하여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함.

● 원심은 주식의 법정한도 초과 기부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제도는 예외적으로 혜택을 주는 제도로서 입법자의 재량 범위 내에 있고, 비록 원고에게 과세하는 것이 장학재단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발생시키더라도 법정요건이 충족되는 이상 과세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함.

■ 이 판결이 갖는 의미

● 큰 규모의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하였을 때, 단순히 과거에 최대주주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의를 배제하고 회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낙인찍는 것은 합헌적 해석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은 채택되기 어렵고, 주식의 기부 이후 기부자가 공익재단을 통하여 현실적으로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지를 가려야 한다고 판단함.

●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을 기부한 후 기부자와 공익재단의 지분을 합쳐서 최대주주여야만 하고, 이 때 공익재단의 지분을 합치려면 단순히 주식을 출연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재단의 정관작성, 이사선임 등 설립과정에 지배적인 영향력까지 행사하였을 때 비로소 과세할 수 있다고 본 것임.

● 위 판결은 공권력의 행사인 과세처분도 조세법률주의와 법치국가적 한계를 준수할 때에만 비로소 승인될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하는 동시에 종래 관련 세법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명확하여 실무상 혼란이 있었던 영역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선의의 기부를 장려하면서도 편법적인 제도의 남용은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과 운용방식을 제시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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