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에서 계약금액을 고정하는 특약을 체결하였다면, 국가계약법령에 위반될까?

최신판례

2017.12.28

[대법원 2012다74076]

▣ 사안의 내용 및 경과

⊙ 사안의 요지

■ 원고 A 주식회사, B 주식회사는 2007. 00. 00. 피고로부터 아산배방지구 집단에너지 시설공사를 도급받으면서 ‘계약금액 중 원고들이 국외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부분(수입하는 설비)에 관한 금액은 고정불변이고, 물가변동(환율변동 등)이 있더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 사건 특약’에 합의하였음

■ 원고들은 국외업체로부터 가스․스팀터빈을 매수하면서 매매대금을 스웨덴화(크로나), 일본화(엔)으로 지급하였음 ⇨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상승하자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하였으나 이 사건 특약을 이유로 거절당하였음

■ 원고들은 이 사건 특약이 물가변동(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국가계약법 제19조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함

⊙ 사실심의 판단

■ 1심 : 원고들 청구 기각

● 국가계약법 제19조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는 공공계약사무 처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내부규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의 합의에 따른 이 사건 특약은 사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유효함

■ 원심 : 원고들 항소 기각

▣ 대법원의 판단

⊙ 사건의 쟁점

■ 국가계약법 제19조는 “물가의 변동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 이에 따라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계약금액의 조정에 관한 구체적인 요건을 정하고 있음

● 특히 시행령 제64조 제7항은 환율변동의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 다만 국가계약법령은 그와 다른 내용으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음

■ 국가가 계약상대자와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됨

⊙ 다수의견의 요지 (11명) : 이 사건 특약은 유효함 ⇨ 상고기각

■ 공공계약의 성격과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취지

● 국가나 공기업을 한쪽 당사자로 하는 공공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됨

● 규정의 취지는 예측하지 못한 물가의 변동으로 계약이행을 포기하거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공공계약의 목적달성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임

● 더불어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뜻도 있음

■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할 수 있는지 (긍정)

● 공공계약의 성격, 계약금액 조정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위 규정은 국가나 공기업이 사인과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임

● 위 규정이 국가나 공기업이 계약상대자와 그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음.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내용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은 아니기 때문임

● 따라서 개별 계약의 구체적 특성, 계약이행에 필요한 물품의 가격 추이 및 수급 상황, 환율 변동의 위험성, 정책적 필요성, 경제적 변동에 따른 위험의 합리적 분배 등을 고려하여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함

■ 국가나 공기업과 계약상대자 사이의 약정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경우의 효력 (무효)

● 이러한 약정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음

●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약정인지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계약에 미치는 영향,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함

⊙ 반대의견 (2명) : 이 사건 특약은 무효 ⇨ 파기환송

■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공공계약에 대하여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에 해당함

■ 공공계약의 당사자인 국가나 공기업과 그 상대방은 공공계약 체결 이후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의 위험을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배분하기 위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하여야 하고, 이를 배제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음

■ 이 사건 특약이 유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음

▣ 판결의 의의

■ 공공계약 특히 대형건설․설비공사를 도급하거나 철도차량 등을 구매하면서 계약금액을 고정하는 특약을 체결한 경우 국가계약법령에 위반하는 것이어서 그 특약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분쟁이 계속되었고, 하급심의 판단도 엇갈려왔음

■ 이 판결은 개별 계약의 구체적인 특성, 시장환경, 물가(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계약당사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등을 고려하여 국가나 공기업이 계약상대자와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고 봄으로써 공공계약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고 계약관계를 명확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임

■ 한편 이 판결은 만약 국가나 공기업이 합리적인 이유 없음에도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계약금액을 고정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경우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반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형평을 잃은 부당한 계약으로부터 계약상대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도 제시하였음

"최신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