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범에 관한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그 이전에 동일한 습벽으로 저지른 후행범죄에 미칠까?

최신판례

2019.07.11

[대법원 2018도20698]

▣ 사안의 개요

◉ 이 사건 공소사실

■ 「피고인은 상습절도죄 등으로 3회 실형을 선고받은 자인바, 또다시 상습으로 2016. 10. 3.경부터 2017. 10. 28.경까지 수십 회 절도범행을 저질러, 두 번 이상 절도죄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상습적으로 절도죄를 범하였다.」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각주 1, 2]

◉ 피고인의 전과와 재심

■ 피고인은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01. 12. 5. 특정범죄가중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같은 날 그 판결이 확정된 바 있음 ➠ A판결

또한 피고인은 또다시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03. 10. 13. 특정범죄가중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03. 12. 30. 그 판결이 확정된 바 있음 ➠ B판결

■ 헌법재판소는 위 판결들에 적용되었던 법률조항인 특정범죄가중법(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부분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음(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4헌가16 등 결정)

■ 피고인은 위 B판결에 대한 재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가 2016. 12. 22.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 2016. 12. 30. 위 재심판결이 확정되었음[각주 3] ➠ 제1재심판결

■ 또한 피고인은 위 A판결에 대한 재심에서 2018. 4. 27.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2018. 8. 10. 위 재심판결이 확정되었음[각주 4] ➠ 제2재심판결

◉ 원심의 판단

■ 원심은 위 제1재심판결 및 제2재심판결 확정 후인 2018. 12. 6.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 ① ‘제1재심판결이 있으므로 그 이전에 범한 이 사건 2016. 10. 3.자 각 절도 범행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따라 면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 ② ‘제2재심판결 범죄와 이 사건 공소사실 범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에서 정한 경합범, 이른바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전제에서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을 하지 않았음

◉ 피고인의 상고

■ 피고인이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함

▣ 상고심의 쟁점

(1) 상습범(‘선행범죄’)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그 후 동일한 습벽에 의해 범행(‘후행범죄’)을 저질렀는데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된 경우, 동일한 습벽에 의한 후행범죄가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선고 전에 저질러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후행범죄에 미치는지 여부

(2)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그 후 별개의 후행범죄를 저질렀는데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이 개시된 경우, 후행범죄가 그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확정 전에 범하여 졌으므로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후행범죄와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 사이에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지 여부

▣ 쟁점의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

◉ 형법,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

■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는 그 효력이 전부에 미친다."라고 규정

■ 형법 제37조 후단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라고 규정

■ 형법 제39조 제1항은 “경합범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

◉ 기판력에 관하여

■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함(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758 판결 등 참조) ⇒ 이를 기판력 또는 이중처벌금지라고 함

■ 그런데 과연 어느 범죄까지 동일한 범죄사실로 보아 기판력이 미친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임

●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2항에서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는 그 효력이 전부에 미친다."고 규정하여 공소불가분의 원칙을 선언 ⇒ 1죄의 일부에 대한 공소제기가 있으면 그 판결의 기판력은 위 1죄의 나머지 부분에도 미치게 됨

● 그런데 대법원은 상습성을 갖춘 자가 여러 개의 죄를 반복하여 저지른 경우에는 그 모두를 포괄하여 ‘상습범’으로서 실체법상 일죄인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음 ⇒ 상습범의 일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어 판결이 확정되면 전체 상습범에 대하여 기판력이 미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음

● 따라서 판례는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치는 시적 범위는 사실심리의 가능성이 있는 최후의 시점인 판결선고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상습성에 의하여 저질러진 일련의 범행 중간에 동일한 습벽에 의하여 저질러진 또 다른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전후 범죄사실의 일죄성은 그 확정판결에 의하여 분단되고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상습범이 된다고 함(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2744 판결, 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도21342 판결 등 참조) ⇒ 상습범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사건 판결선고 전에 저지른 상습범죄는 처벌할 수 없으나, 그 사건 판결선고 이후에 저지른 상습범죄는 처벌할 수 있음

■ 재심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재심판결 선고시를 기준으로 기판력이 미치게 되는지 문제됨 ⇒ 이 사건의 경우 ‘제1재심판결이 2016. 12. 30. 확정되었으므로 위 제1재심판결 선고 전에 범한 후행범죄에는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되는 것임

◉ 후단 경합범에 관하여

■ 후단 경합범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의미함 ⇒ 후단 경합범이 인정되면 동시에 처벌할 경우(즉, 동시에 심판하는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음

■ 재심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는지 문제됨 ⇒ 이 사건에서 ‘후행범죄는 제2재심판결이 2018. 8. 10. 확정되기 전에 범한 범죄이므로 후행범죄를 심판하는 법원이 후행범죄를 후단 경합범으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되는 것임

■ 확정된 재심판결도 형법 제37조 후단의 확정판결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재심판결이 확정되었으면 후행범죄에 대하여 후단 경합범 감경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선례가 있음(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2190 판결, 대법원 2016. 2. 8. 선고 2015도17440 판결 등) ➠ 선례를 변경할 것인지 문제됨

▣ 대법원의 판단

◉ 다수의견(11명) : 확정된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후행범죄에 미치지 않음,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후행범죄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가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음 → 상고기각

(1) 재심절차의 성질

■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후 재심심판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존재 내지 효력을 부정할 수 없고,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에 종전의 확정판결이 효력을 상실함

■ 재심심판절차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가 재심대상사건과 별개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재심대상사건에 일반 절차로 진행 중인 별개의 형사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음

(2) 동일한 습벽에 의한 후행범죄가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선고 전에 저지른 범죄라 하더라도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후행범죄에 미치지 않음

■ 재심심판절차에서 후행범죄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후행범죄를 병합하여 심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후행범죄에 대하여 사실심리를 할 가능성이 없음

■ 재심개시결정의 확정만으로는 재심대상판결의 효력이 상실되지 않으므로 재심대상판결은 확정판결로서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고,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을 전후하여 범한 선행범죄와 후행범죄의 일죄성은 재심대상판결에 의하여 분단되어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상습범이 됨

■ 만약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재심판결의 선고 전에 선행범죄와 동일한 습벽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범죄에 미친다고 하면, 선행범죄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의 선고 이후 재심판결 선고시까지 저지른 범죄는 동시에 심리할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모두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처벌의 공백을 초래하고 형평에 반함

(3) 후행범죄가 그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판결 확정 전에 범하여 졌다 하더라도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후행범죄와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 사이에는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지 않음

■ 후행범죄는 재심심판절차에서 선행범죄와 함께 심리하여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으므로 후행범죄와 재심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 사이에는 후단 경합범이 성립하지 않고,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없음

■ 재심판결이 후행범죄에 대한 판결보다 먼저 확정되는 경우에 후단 경합범이 성립한다고 하면, 선행범죄에 대한 재심판결과 후행범죄에 대한 판결 중 어떤 판결이 먼저 확정되느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후단 경합범 성립이 좌우되는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함

■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2190 판결과 대법원 2016. 2. 8. 선고 2015도17440 판결 등은 변경함

◉ 반대의견(2명) : 확정된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후행범죄에 미침,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후행범죄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선행범죄가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음 → 파기환송

(1) 재심절차의 성질

■ 재심절차는 특별소송절차이기는 하지만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어 다시 심판하는 단계와 재심판결의 효력에서는 일반 절차와 다르지 않음

■ 재심사건에 다른 사건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이나 다른 일반 사건을 병합하여 함께 심판하는 것도 허용됨

(2)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고 양 사건이 병합심리되지 아니한 채 재심판결이 먼저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그 기판력은 후행범죄 사건에 미침

■ 선행범죄에 관하여 확정된 재심판결의 효력은, 재심심판절차에서 다른 사건을 심리할 가능성이 있는 최후의 시점인 재심판결 선고시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발생하였고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당연히 미침

■ 선행범죄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면 재심심판절차에서도 공소장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후행범죄에 대하여 사실심리를 할 수 있음

■ 재심심판법원은 재심대상판결의 확정력이 소멸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재심대상판결의 확정력이 유지됨을 전제로 심판하는 것이 아님

■ 피고인에 대한 재심이 개시된 것은 피고인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의 입법상 과오 때문이므로 그로 인하여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게 되더라도 이는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결과임

(3) 재심심판절차에서 후행범죄 사건을 함께 심리하여 판결할 수 있었다면,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후행범죄와 이미 확정된 재심판결의 선행범죄 사이에는 후단 경합범이 성립함

■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후행범죄가 저질러진 것임이 분명한 이상 확정된 재심판결의 범죄와 후단 경합범 관계임

■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후 재심심판절차에서 후행범죄에 관한 사건을 병합하는 등으로 동시에 판결할 수 있음

▣ 판결의 의의

■ 종래 기판력과 관련해서 재심판결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명시적으로 판시한 선례가 없었음. 이에 하급심에서 재심판결의 기판력이 후행범죄에도 미친다는 판결례와 그렇지 않다는 판결례가 서로 엇갈리고 있음 ➠ 이 사건은 대법원이 이에 관하여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단함

■ 확정된 재심판결도 형법 제37조 후단의 확정판결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재심판결이 확정되었으면 후행범죄에 대하여 후단 경합범 감경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선례가 있었음(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2190 판결, 대법원 2016. 2. 8. 선고 2015도17440 판결 등) ➠ 이 사건은 재심절차의 특수성을 강조하여 선례를 변경함

[각주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➅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나 그 미수죄 또는 제2항의 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나 그 미수죄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6.1.6.>

[각주2] 함께 기소된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 사용’ 부분은 생략함

[각주3] 상습절도죄에 대하여 유죄가 선고된 것임

[각주4] 다만, 제2재심판결은 상습절도 부분은 면소이고,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 부분이 유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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