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파도, 커피,고택이 어우러지다

테마법원

[TOUR] 파도, 커피,고택이 어우러지다_강릉지원 인근 여행지

2017.06.30

강릉지원

강릉은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깃든 도시다. 비릿한 바다 내음, 솔 향과 함께 최근에는 은은한 커피 향이 해변을 채운다. 해변 길을 거닐면 파도 소리 너머 고즈넉한 고택이 배경이 되고, 갓 볶은 코스타리카 커피 원두 향이 코끝을 감싼다.

예전에는 회 한 접시 먹으러 강릉에 갔다.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갓 내린 드립커피 한잔을 위해 강릉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노천카페나 솔숲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 즐기는 풍경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찻집이 들어선 해변은 분주해졌으며, 매년 강릉에서 커피 축제도 열린다. 100여 개를 훌쩍 넘어선 커피 전문점들은 아직도 ‘뚝딱뚝딱’ 오픈이 현재진행형이다.
강릉은 한 번쯤 사색에 취해 해변을 산책하고픈 로망을 부추기는 곳이다.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심에서 멀어서 좋고, 솔숲, 커피, 고택, 포구의 정취로 여백이 채워져 운치가 넘친다.

커피머신

아메리카노 한잔의 여유, 안목해변
이방인들이 최근 단골로 방문하는 장소는 안목해변이다. 안목해변은 커피 붐과 함께 덩달아 분주해진 곳이다. 경포에 비해 한적하던 해변은 오히려 그 호젓함 때문에 ‘커피해변’의 타이틀을 꿰찼다. 안목해변 일대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음미할 수 있는 카페들이 수십여 곳 늘어서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건물 모습을 본뜬 카페부터, 여느 유원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노천카페까지 외양은 제각각이다. 안목 커피거리의 태동이 됐다는 커피 자판기 역시 해변의 명물이 됐다.
한적한 오전, 안목해변을 찾은 커피 애호가들은 파도 소리에 취해 고즈넉하게 커피 한 잔을 들이킨다. 굳이 커피 산지인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순간만은 모두 바다 향 깃든 ‘강릉 커피’다.
강릉은 은은한 커피 향처럼 여운 넘치는 여행지들이 가득한 곳이다. 광활한 바다와 따뜻한 한옥이 대비를 이루는 반전은 강릉 여행의 묘미다. 예부터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릉은 서울 동쪽으로 가장 번성한 고장이었다. 그 윤택함에 기댄 오죽헌, 선교장 등의 한옥은 문화적 향취를 머금고 이방인을 반긴다.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주변으로 ‘오죽(烏竹)’의 유래가 된 검은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오죽헌 담장 너머로는 화부가 직접 방을 데워주는 전통 온돌방식을 갖춘 한옥마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선교장

300여 년된 전통가옥인 선교장의 활래정

오죽헌

신사임당과 이이의 사연이 서린 오죽헌

오래된 한옥과 솔숲 사이를 거닐다
오죽헌에서 경포생태저류지를 넘어서면 수려한 옛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동지방 최고의 고택으로 여겨지는 선교장이다. 선교장은 300여 년 동안 원형이 보존된 사대부가의 전통가옥으로 연못 옆 정자인 활래정은 예전 경포호수의 경관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안식처였다.
고택을 나서면 경포의 호수와 바다로 연결된다.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는 경포대와 강릉 여행의 절대 동력인 경포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경포 해변은 나무 데크로 단장된 솔숲 산책로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진다.
강릉의 바다와 절묘한 궁합을 이루는 게 이 지역 별미인 초당순두부다. 커피 한잔 외에도 초당순두부로 배를 채우는 일정은 강릉 여행자들에게 코스처럼 굳어졌다. 경포와 안목해변 사이에는 할머니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초당두부마을이 자리했다.

참소리

옛 축음기들이 전시된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산책로

경포대 해변 주변으로는 깊은 솔숲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독특한 박물관들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경포대 옆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박물관은 옛 축음기와 에디슨의 발명품을 전시 중이다. 왕산면의 강릉커피박물관에서는 로스팅 체험과 함께 커피나무와 옛 커피 제조도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정동진 인근의 야외 미술관인 하슬라아트월드의 피노키오박물관은 동심으로의 추억 여행을 부추긴다.
강릉해변 북쪽 길은 한적한 7번 국도변을 따라 주문진까지 이어진다. 주문진 바닷가는 최근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이후 연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오징어잡이 배가 빼곡하게 채워진 주문진항과 해산물이 진열된 주문진 수산시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강릉 여행의 마무리는 넉넉해진다.

먹거리 TiP

강릉의 세월이 깃든 맛,
초당마을 순두부
초당순두부를 빼놓고는 ‘강릉의 맛’을 논할 수 없다. 골목 어귀마다 초당순두부 간판과 흔하게 마주친다. 최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도 강릉 여행과 강릉의 맛은 흥미진진하게 다뤄졌다. 커피와 두부 외에도 ‘강릉의 맛’을 탐하기 위해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순두부

순두부를 제대로 맛보려면 초당마을로 향한다. 초당마을의 순두부 식당들은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하는 전통방식을 고집스럽게 고수한다. 초당동 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들어서 있다. 영업은 딸이나 며느리가 하더라도 순두부를 만드는 일은 굽은 등의 할머니가 직접 나선다. 정성이 깃든 갓 건져낸 순두부는 맛이 고소하고 질감이 몽글몽글하다. 한입 털어넣으면 연한 아메리카노처럼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강릉 시내의 교동짬뽕은 전국 5대 짬뽕집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이다. 홍합 속살 등 해산물이 알차게 들어간 짬뽕은 화려한 외관은 아니지만 진하고 담백한 국물로 입맛을 자극한다. 짬뽕면이라는 단출한 메뉴에 밥을 추가로 시켜 짬뽕밥으로 마무리 짓는 게 정석 코스다.
주문진항은 오징어의 집어항이다. 포구에는 오징어 입간판이 걸려 있고 노천 어시장에서도 오징어는 단연 인기 품목이다. 이곳에서 산 오징어를 구입해 오징어회로 먹는다. 횟감을 구입하면 즉석에서 회를 떠주며, 인근에서 초장을 구입해 포구 빈자리에 앉아 회를 맛보는 게 흔한 풍경이다. 1만 원이면 산 오징어 2~3마리를 구입할 수 있다. 주문진시장의 실비 생선구이 역시 강릉의 맛 계보를 잇는 맛집들이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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