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무등산이 품은, 빛고을의 거리_광주가정법원 인근 여행지

테마법원

2017.09.01

가을의 문턱, 광주는 서성이는 재미가 있다. 푸근한 무등산 산행과 더불어 이어지는 역전 시장과 골목 산책은 광주 나들이를 더욱 풍성하게 채색한다.

무등산 산행의 7부 능선인 중머리재. 가을이 무르익으면 억새의 향연이 이곳부터 펼쳐지기 시작한다.

무등산은 빛고을 광주를 품에 안은 산이다. 가을이면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로운 능선에 억새가 피기 시작한다. 무등산의 ‘무등(無等)’에는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규모보다는 풍기는 느낌에서 ‘무등’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를 껴안은 1,000m대 높이의 산은 무등산이 유일하다. 무등산은 스물한 번째로 국립공원에 이름을 올렸다.

고개, 능선 따라 다채로운 가을 산행
무등산 산행은 오르는 길, 고개, 능선 따라 다채롭다. 가장 일반적인 출발 포인트는 두 곳. 증심사 입구에서 시작해 중머리재, 장불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원효사 지구 원효 분소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오른 뒤 장불재를 돌아오는 코스다. 중머리재, 장불재 코스는 사찰, 미술관 등 산행 초입에 볼거리들이 곁들여져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증심교에서 출발해 당산나무 숲길을 거쳐 한 시간가량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너른 공간이 드러난다. 해발 617m인 중머리재에만 올라도 눈앞에 작은 능선들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중머리재는 가을과 함께 본격적으로 억새의 향연이 시작되는 포인트다. 장불재에서 바라보는 입석대, 서석대 등 1,000m 높이의 주상절리대는 천연기념물(465호)로 지정돼 있다. 주상절리대는 흐린 날이면 구름에 휩싸여 귀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서석대 너머 원효 분소까지는 무등산 옛길이 단장돼 있다. 무등산 국립공원 탐방센터에서 꼭 걸어보기를 추천하는 길로 숲길 코스 외에 능선 코스를 선택해 하산할 수 있다. 이곳 숲길은 대낮에도 어둠이 드리울 정도로 울창하다. 원효 분소 초입에는 무등산 정상 높이와 같은 ‘1187’번 버스가 다녀 여운을 남긴다.
무등산 일대의 호젓한 쉼터들은 가을 발걸음의 템포를 조율한다. 초입에 자리한 증심사는 광주광역시의 당당한 ‘문화재 1호’다. 신라 헌안왕 때 창건했으며 서민의 얼굴이 담긴 보물 비로자나불 좌상을 간직하고 있다. 증심사 계곡에 있는 의재미술관은 자연 친화적 미술관을 표방하는 곳으로 의재 허백련 선생의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송정역

송정역시장은 여행자와 청춘들의 보행자 거리로 새롭게 사랑받고 있다.

펭귄마을

앙증맞은 장식과 벽화로 채워진 펭귄마을

양림동

양림동 카페 골목은 해 질 녘이면 운치 있게 변신한다.

미술관

무등산 초입의 자연 친화적 건축물인 의재미술관

청춘을 끌어안은 송정역시장, 양림동 골목
산행의 여운은 도심 골목 산책으로 수려하게 이어진다. 최근 광주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곳은 송정역시장이다. KTX역이 생긴 뒤로 송정역전 매일시장은 1913송정역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해가 저물면 청춘들의 밤이 차오르는 곳이다. 1913년에 형성돼 10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송정역시장은 재기발랄한 청년들의 상점과 터줏대감인 시장 상인들의 점포 60여 개가 어깨를 맞댄 보행자 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광주의 저녁은 느긋하게 문화적 향취를 음미하며 보낼 수 있다. 양림동 오거리 일대에는 양림교회 등 근대문화유적과 카페거리가 조성돼 있다. 시간의 보물상자를 연 듯 잘 보존된 전통가옥과 선교사들의 사택이 있는 거리를 산책하는 것은 운치가 넘친다. 이 길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가을의 기도>를 쓴 시인 김현승의 흔적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낮은 담장에 불 밝힌 골목길의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문향을 부추긴다.
앙증맞은 장식과 벽화로 채워진 양림동 펭귄마을에는 옛 골목의 정서가 숨어들었다. 추억의 생활소품들이 골목을 단장한 이색 골목에서는 주말이면 골목길 플리마켓이 열린다.
광주 나들이 때는 옛 도청이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를 산책하며 도시의 가을 향에 취해도 좋다.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뤘던 고봉 기대승의 월봉서원, 호남지역 민속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된 시립민속박물관 등도 두루 둘러볼 곳이다.

TiP

푸짐한 남도 반찬이 한 상 가득
‘보리밥 정식’

‘맛’ 하면 남도, 남도의 중심에는 광주가 있다. 서민들의 음식인 보리밥 정식부터 떡갈비, 상추튀김까지 가는 곳마다 맛깔스러운 음식이 가을 입맛을 돋운다.

무등산 산행객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별미는 보리밥 정식이다. 무등산 보리밥 정식은 맛보기 전에 눈부터 호강한다. 10여 가지 산나물 외에 돼지머리 고기, 도토리묵 등이 한 상 푸짐하게 식탁 위에 오른다. 그릇마다 남도의 인심이 가득 담겨 있다. 보리밥 정식은 참기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며, 해산물 젓갈이 들어간 김치를 찢어 얹어 먹으면 손맛이 폴폴 피어난다. 가격이 7,000원대로 부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무등산 증심교 초입에 보리밥 식당이 여럿 들어서 있다.

송정동 일대는 떡갈비 골목으로 유명하다. 떡갈비 골목이 생긴 지는 30년쯤 됐다. 송정떡갈비는 한우만을 고집하는 곳도 있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적절히 섞어 부드러움과 씹는 맛을 동시에 살리는 곳도 있다. 떡갈비는 갈빗살에 양념을 재워 숙성시킨 후 숯불에 구워내는데, 달짝지근하기보다는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포인트다. 송정떡갈비는 양념 맛이 아닌 사르르 녹듯 넘어가는 고기 맛으로 먹는 게 정석이다.

광주의 간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상추 튀김이다. 이 지역에서는 흔히 맛볼 수 있는 튀김을 고기 싸 먹듯 상추에 싸 먹는 게 독특하다. 상추 튀김은 청양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은 간장 소스를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다. 상추의 아삭함과 튀김의 바삭함이 더해지는 맛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간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송정역시장 외에도 무등시장, 전남대 앞 등에서 상추 튀김을 별미 간식으로 내놓는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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