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글Ⅰ] 환상적인 영상의 세계, 블루레이

테마가 있는 글

2017.06.30

블루레이

‘블루레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는 푸른색 레이저를 이용해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저장된 데이터를 읽어내는 저장매체입니다. 흔히 아는 DVD보다 5배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DVD보다 월등히 뛰어난 화질과 음질을 구현할 수 있는 영상매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이 단어, 블루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6년 전 저는 좋아하던 축구게임을 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 게임기를 이용해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에 저는 영화 ‘아바타’ 블루레이 디스크를 함께 구입해 디스크를 구동시켜 보았습니다. 이 경험은 블루레이와의 강렬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블루레이와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화질, 영화 속 장면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앞뒤, 좌우에서 공간감 있게 들려오는 사운드. 처음 접한 블루레이의 모든 것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신세계를 경험한 느낌에 홀려 저는 블루레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블루2

그 뒤로 영화에 별 관심이 없던 저에게 새로운 취미가 두 가지 생겼습니다. 블루레이를 이용한 영화감상과 블루레이 수집입니다. 영화 ‘아바타’를 통해 블루레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이후, 저는 그 놀라운 화질과 음질에 매료되어 블루레이 디스크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화질이 가장 좋다고 소문난 블루레이, 음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블루레이를 검색하여 하나둘 모았습니다.

이렇게 블루레이를 한 장, 두 장 사서 모으다 보니 우리나라의 블루레이 시장이 매우 협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블루레이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매체입니다. 외국에서는 블루레이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적인 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DVD가 더 친숙하고 대부분이 블루레이를 잘 알지 못합니다.
처음에 이른바 레퍼런스 타이틀이나 유명한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 블루레이를 구입할 때는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크게 유명세를 떨치지 못한 영화를 구입하려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블루레이로 발매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리고 개봉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영화들도 블루레이로 발매된 것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중의 대부분 영화가 DVD로 발매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블루레이가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시장 또한 협소한 것은 우리나라에 인터넷TV(IPTV)나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를 보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블루레이의 판매량도 적을 수밖에 없고, 결국 수익성이 낮아 블루레이 제작사들도 크게 인기를 끈 영화가 아니면 블루레이로 제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원하는 영화를 블루레이로 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영화가 블루레이로 발매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만약 찾는 영화가 국내에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있지 않으면 해외 블루레이 판매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거나 해외여행을 간 김에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해 오기도 하였습니다. 블루레이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언어로 자막이 제공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발매된 블루레이 중에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것이 꽤나 존재합니다.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하는 경우,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등을 이용하면 배송료를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블루레이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단, 블루레이에는 지역 코드라는 것이 있어서 해외에서 발매된 블루레이 중 우리나라와 지역 코드가 다른 것은 재생이 되지 않습니다).

티비시청

이렇게 6년 전부터 하나둘 수집해온 블루레이가 이제는 그 양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중에는 사놓기만 하고 시간에 쫓겨 미처 감상하지 못한 영화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감상을 목적으로 블루레이를 구입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집 및 소장으로 그 목적이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적이 무엇이 되었든 저의 블루레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여전합니다. 어느덧 제 책장 한쪽에 차곡차곡 쌓인 블루레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이제는 영화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그 영화를 제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함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야말로 이제는 블루레이가 저만의 취미이자 즐거움이 된 셈입니다.

사람들에게 블루레이를 보거나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고 하면, 대다수는 저에게 왜 굳이 블루레이로 영화를 보려 하느냐고 묻습니다. 물론 저도 그러한 의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몰입도의 측면에서 본다면 영화는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블루레이 디스크의 가격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나 DVD를 구입하는 것보다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블루레이에는 블루레이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DVD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감동,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선명한 화질과 풍부한 음량이 그것입니다. 집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최상의 퀄리티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블루레이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루레이는 영화뿐만 아니라 공연 실황 영상이나 음악회, 오페라,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발매됩니다.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을 감상하고 싶을 때 블루레이 하나로 실제 공연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유명 팝 가수의 공연장이나 브로드웨이 극장에 가지 않고도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집에 3D 기능이 탑재된 TV가 있다면 ‘3D 블루레이’로 극장에서보다 현실감 있는 3D 영상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블루레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하는 ‘4K 블루레이’가 나오기도 했는데, 긴 설명이 필요 없이 한번 보면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훌륭합니다.

유명한 고전 영화도 블루레이의 뛰어난 화질과 음질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리마스터링’이라는 디지털 복원 작업을 통하여 ‘아라비아의 로렌스’ ‘벤허’ 등 주옥같은 고전 작품들이 놀라운 화질과 음질의 블루레이로 재탄생되었고, 한국 고전 영화의 최고 수작으로 꼽히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또한 최근 블루레이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는 최상급의 화질과 음질이 저장된 영상물을 가장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블루레이임을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블루레이는 현존하는 저장매체 중에서 가장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도나 습도의 변화는 물론 스크래치에도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블루레이 수집가들이 블루레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스페셜 피처’라고 불리는 부가 영상입니다. 간혹 스페셜 피처가 없는 블루레이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블루레이에는 스페셜 피처가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몇몇 수집가는 스페셜 피처를 얻기 위해 블루레이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스페셜 피처에는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 메이킹 필름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영화 촬영 당시의 상황과 각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끔은 영화의 본 영상보다 스페셜 피처를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음에도 블루레이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블루레이를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또한 점차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블루레이 유저인 제 입장에서는 몹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블루레이에 관심을 갖고 이 훌륭한 매체를 접해보길 바라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고, IPTV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 또한 영화를 감상하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블루레이 디스크로 감상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블루레이의 환상적인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이자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글_김경수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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