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향하는 나의 일상, 나의 하루
김현목 법원도서관 사무관
글. 이지현 _ 사진. 김인규
어제가 오늘과 같고, 오늘이 내일과 같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김현목 사무관은 평범한 일상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김현목 사무관이 전하는 특별한 일상을 만나본다.
사색을 주는 풍경과 매일을 마주하다
이번 호 스타일링룸의 촬영 콘셉트는 ‘법원으로 출근하는 길’이다.
법원도서관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김현목 사무관은 차가 필요한 날을 제외하고는 평소 걸어서 출퇴근한다. 집에서 법원도서관까지의 거리는 3km 정도로 누군가에게는 멀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까운 거리다.
그는 아침 출근길마다 일산 호수공원을 지나 법원도서관에 도착한다. 매일 걷는 이 길이 그는 참 고맙다.
“호수공원을 천천히 걸을 때는 여유를 느낄 수 있고, 빠르게 걸을 때는 건강을 선물 받을 수 있잖아요.”
일산 호수공원은 그에게 마음껏 뛸 수 있는 놀이터요, 마음의 안정을 주는 휴식처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호수공원을 걷다 보면 킥보드를 멋지게 잘 타는 사람, 다정하게 대화하며 걷는 사람, 라이더 복장을 멋지게 입은 사람 등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들에게서 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묘하게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호수공원에서 걷고 달리다 보니 그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자연스레 마라톤이 되었다. 4km 정도 돌고 나면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문제가 정리되고는 한다. 적당히 흘린 땀은 되레 상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올해 1월부터는 일산 호수공원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들과 본격적으로 운동하고 있는데, 내년쯤에는 20km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다.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
“인생의 중반부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어 신청하게 됐습니다.”
김현목 사무관에게 스타일링룸의 문을 두드린 이유를 묻자 나온 대답이다. 그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잊었던 내 모습과 과거에 꿈꿨던 나의 모습, 내가 현재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다시 떠올리고 싶었다.
그는 암벽등반을 배우고 있는 4학년 큰딸과 군 제대 후 진로를 고민하며 복학한 2학년 아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해서 유럽을 배낭여행 중인 막내딸을 둔 아빠다. 연년생인 첫째와 둘째, 그리고 셋째까지 키우며 그간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지금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에게 가장 큰 패션 난제는 상의와 하의의 매칭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셔츠만 갈아입으면 문밖을 나설 수 있는 무난한 색상의 양복만을 입게 됐다.
촬영을 위한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친 김현목 사무관은 카메라를 보며 연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김현목 사무관의 근무지인 법원도서관으로 향했다.
“저희 법원도서관은 2018년 12월부터 법마루 열람실을 국민들에게 개방한 이후, 미래로 발전하는 초석을 놓았습니다. 또 대법원 판례를 영문과 중문으로 번역 발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법률전문 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그는 우연한 기회에 ‘법원도서관 홍보 영상물’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 편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창작의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고생한 만큼 값진 결과물이 탄생해 만족스럽다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아요, 마음으로 하는 말은 참 오래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에 따르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법원도서관 가족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좋은 생각을 공유한 덕분이다. 그는 앞으로도 법원 가족들과 좋은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추억을 담은 나이테
김현목 사무관은 평소 자존감을 어떻게 높일까. 그는 일상에서 자존감을 끌어올릴 방법을 소개해주었다.
“부모님, 가족 등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 제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잖아요. 저는 나이가 50이 넘었어도 여전히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습니다(웃음). 타인에게 사랑을 받으면 신이 나요. 그래도 내가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혼자 웃음 짓기도 하죠.”
법원도서관 촬영을 끝으로 스타일링룸 일정이 모두 끝났다. 책과 함께 있어 더욱 빛났던 김현목 사무관은 “제 법원생활에 아름답고 기억하고픈 나이테를 하나 더 새긴 느낌”이라며 “다음에 새겨질 나이테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법원생활에 몰두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분들께 스타일링룸을 권하고 싶다”며 “자신의 향기와 울림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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