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인터뷰] 우리 안에 담긴 빛나는 보석을 찾아요

人사이드인터뷰

2019.10.07

우리 안에 담긴 빛나는 보석을 찾아요
포츠심리상담사 조수경 박사

글. 노윤영 _ 사진. 조수경 박사 제공

절실하지 않은 스포츠 선수란 없다. 모두가 ‘승리’를 위해 온몸과 마음을 내던진다. 스포츠를 ‘전쟁’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국민의 눈이 쏠린 올림픽이나 국가대항전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압박과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내고, 답은 어디서 찾을까. 여기, 선수들과 함께 그 해답을 찾는 사람이 있다. 국내 최고 스포츠심리상담사라 불리는 조수경 박사가 그 주인공. 무대 뒤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그를 이제 무대 위로 올린다.

스포츠심리상담은 마법 아닌 신뢰와 인내의 산물

조수경 박사는 스포츠 선수들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스포츠심리상담사다.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낯설게 여겨지던 심리상담 분야를 개척해 프로골퍼 박인비, 수영선수 박태환, 체조선수 손연재과 양학선, 스노우보더 이상호 등을 담당해왔고 현재는 관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위치에 섰다. 그가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심리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키워준 조수경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프로골퍼 박인비)

“개인전 시합날 심적으로 흔들렸는데 조 박사님과 대화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요.”

(체조선수 손연재)

슬럼프에 빠져 힘겨워하던 선수들을 다시 웃게 만드는 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깊은 절망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한번 늪에 빠지면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많은 이의 관심을 기반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스포츠 선수들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조 박사는 스포츠심리상담이란 절대 마법이나 기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에게 불안과 긴장을 동반하는 경쟁상황은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그들의 일터에서는 항상 벌어지는 일입니다. 시합을 할 때면 마음 안에 수없이 많은 감정이 뒤섞여 소용돌이치죠. 선수들 스스로 뒤엉킨 감정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작지만 용감한 행동으로 채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스포츠심리상담의 핵심이죠. 이건 한순간에 해결할 수 없어요. 긴 시간 동안 상담사와 선수가 ‘신뢰와 인내’를 바탕으로 소통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극복하겠다는 선수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고요.”

상담은 그의 연구소에서 진행되기도, 선수들의 훈련장이나 시합 현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듯 극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거나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상담사마다 각기 추구하는 색깔이 있기 마련인데 조 박사의 경우 각 선수의 성격과 성향 파악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 본인이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담을 통한 성장이란 결국 선수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조력자일 뿐이다.

“생김새만큼이나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은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의 성격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면, 그 안에 담긴 보석 또한 단 하나뿐이겠죠.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믿는 힘이에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선수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죠. 스포츠심리상담사는 선수 안에 담긴 빛나는 보석을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스포츠심리상담사는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근성과 집중력, 자신감, 감정조절, 루틴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답을 찾아나간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에서 보듯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 박사는 선수, 나아가 한 인간이 겪는 극렬한 희로애락을 함께 체험하며 답을 찾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특히 슬럼프에 빠져 의기소침하던 선수들이 상담을 통해 다시 빛나는 승리와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심리상담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기까지

스포츠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즐기신 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 승마, 수영 등 각종 운동을 섭렵하며 자랐다. 스포츠가 일상 그 자체였던 환경에서 자라난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체육학을 전공했고, 스포츠 심리학 강좌를 들으며 이것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직감했다. 직접 경기에 나서는 것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스포츠 심리학의 저변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보스턴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미국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와 프로농구팀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의 심리상담에 참여하며 소중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것이 그에게는 큰 자산이 됐다. 한국에 돌아오자 심리상담을 문의하는 이들이 생겼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9년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를 설립했다. 스포츠계는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연구소의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결국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스포츠심리상담 분야 권위자이지만 그라고 항상 평온할 리 없다. 심리상담 전문가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는 상담 환경을 바꾸며 마음의 풍경을 바꾸어준다. 바삐 움직이는 서울 도심과 이와는 반대로 느리게 돌아가는 제주도 등 두 곳에 연구소를 둔 덕분이다. 거기에 움직임이 큰 운동과 명상, 요가 등을 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매일 1센티미터씩 더 나아지면 돼요

흔들린 멘탈을 바로잡고 평온을 찾는 일이 어디 스포츠 선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랴. 일반인의 마음도 직장이든 집이든 어디서든 흔들리고 부서지고 깨진다. 때때로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진다. 흔들린 마음을 진정하고, 부서지고 깨진 마음을 주워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박사는 우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답은 아니에요. 할 수 없는 일에 계속 매달린다면 결국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커요.”

어떤 이들은 ‘포기’라는 두 글자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려야 궁극적으로 인생에서 더 큰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법이다. 그 승리란 별다른 게 아니다. 누구나 꿈꾸고 동경하는 두 글자, ‘행복’이 그것. 결국 우리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며 웃고 울고 사랑하는 이유는 행복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입니다. 가족도, 친구도, 제 옆에 있는 누군가도 ‘나 자신’이 될 수는 없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아껴주세요. 조급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매일 1센티미터씩 더 나아지면 돼요.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높은 산이나 긴 강도 건널 수 있어요. 이제 우리 안에 담겨 있는 나만의 빛나는 보석을 찾아봅시다.”

조수경 박사

스포츠심리상담 분야의 국내 개업 1호 스포츠심리상담가로 현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자문위원,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그가 상담한 대표적인 선수로 박인비, 손연재, 박태환 선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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