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의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가족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심리적·신체적 힐링을 하는 기회의 시간인데요. 어찌 된 일인지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절은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명절 스트레스 대처법을 소개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
가족은 이해관계를 넘어 서로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공동체이지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역설적으로 갈등도 많고, 관계 스트레스도 큽니다. 삶을 살아가는 소프트웨어인 철학이 각자 다른데도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자신의 철학을 강요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충돌도 생깁니다. 가족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 명절에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 간의 관계에 힘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서양보다 강하게 존재하죠. 큰 장점이지만, 현대인의 뇌가 유연한 자유를 느낄 때 행복 반응이 일어난다는 측면에서 개인과 집단의 가치관 사이에 균형은 꼭 필요합니다. 개인만 생각해서 내 마음이 싫다고 마구 ‘노’ 하는 것도 문제이고, 우리는 24시간 편의점처럼 쉬지 않고 누군가를 배려할 능력이 있다고 과신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잔소리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안의 콘텐츠입니다. 사람의 불안은 생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불안은 시야를 좁게 해버립니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는 행복의 여유가 깃들지 않기에 불안을 잘 조절하여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절을 잔소리로 가득 채워서 다른 가족의 불안 시스템만 활성화한다면 본래 명절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겠지요.
과거지사에 긍정적인 사람이 현재와 미래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계속 과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내가 방금 한 말도 상대방이 인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만큼 과거의 내용인 것입니다.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거리 두기’ 훈련은 과거의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실제 과거가 행복했는지 아닌지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해석하는 태도가 현재의 긍정성과 미래의 행복감에 더 영향을 미칩니다.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유행인 것은 군대 생활을 하던 시절이 행복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괴로웠던 기억은 다 녹아버리고 전우애 같은 촉촉한 감성 기억만이 재경험되기에 그런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죠. 과거에 대한 해석을 긍정화하는 데는 과거에 행복했던 내용을 재경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엄마의 잔소리, 그것은 모성애이고 나를 사랑하는 소리이니 조금 들어드립시다. 아내의 옛날 섭섭했던 이야기의 재방송, 그것은 과거의 기억을 아름답게 재구성하고 싶은 무의식의 요구이니 들어줍시다. 상대방의 잔소리를 줄이는 방법은 도망가지 않고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대로 살 것이냐 아니냐는 본인이 결정하면 되는 것이고요.
TIP 명절 스트레스 대처법
1. 상상으로 내가 기분 좋게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업무로 지쳐 집에서 손님을 대접할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고, 그랬을 경우 분노가 더 생길 것 같다면, 남편과 상의해서 식사는 외부에서 하고 집에 와서 차와 과일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희생이라도 쌓이다 보면 화병이 되는 것이 우리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2. 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뇌가 더 지칠 수 있는 것이 명절 연휴입니다. 사람의 뇌는 좋은 사람과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가장 행복을 느낍니다만,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먹는 것은 복부비만만 일으킵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등산 같은 신체 운동 그리고 독서나 영화 관람 같은 정신력 운동은 뇌의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숙제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운동도 억지로 하면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옵니다.
3. 명절 모임에서는 서로 오랜만에 보기 때문에 평소 못 했던 말들을 직설적으로 하기 쉽습니다. 결혼하라는 말이 듣기 싫어 명절에 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미혼자도 꽤 있습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말도 상대방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효과적인 대화법이 열린 질문과 경청입니다. “결혼해”는 닫힌 문장입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처럼 상대방이 긴 대답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질문이 열린 질문입니다. 열린 질문은 상대방에게 자유감을 주고, 상대방은 질문자가 자신을 배려한다고 생각하여 속내를 잘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열린 소통은 공감을 일으켜, 뇌의 감성 에너지를 오히려 따뜻하게 충전해줍니다.
글_윤대현 교수
- [Theme story 생각의 탄생] 나눔은 주는 기쁨, 행복의 길 2023.12.05
- [Theme story 생각의 탄생] 사랑의 묘약, 화해 2023.11.06
- [Theme story 생각의 탄생] 언어 능력과 다른 소통 능력, 무엇이 필요한가? 2023.10.06
- [Theme story 생각의 탄생] 내 삶을 바꾸는 독서의 힘 2023.09.06
- [Theme story 생각의 탄생] 나를 넘어서는 힘, 도전하는 법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