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2016년 10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부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2014다46648호, 상속재산회복, 원고, 상고인, ○○○, 피고, 피상고인, 망 ◇◇◇의 소송수계인 □□□ 외 세 사람.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북한 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한 약칭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정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하여 북한 주민에게 특례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민법 제999조 제2항은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해서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에 제척기간을 두고 있고, 그중 10년의 장기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 행위로 인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바로 진행이 됩니다. 한편,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 사이에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된 남북가족특례법은 북한 주민의 친생자 관계 존재 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에 제척기간의 특례를 규정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실종선고 취소로 인한 상속재산반환의 범위에도 특례를 인정함으로서 북한 주민의 권리 보호와 그 권리 행사로 인한 남한 주민의 이해관계 사이에 합리적인 조정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가족특례법은 다른 부분과는 달리 유독 상속회복청구에 관하여는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상속으로 인한 재산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입법 정책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남북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인해서 민간자원의 남북교류가 단절된 현실에서 남한 주민과의 가족관계에서 배제된 북한 주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은 이러한 보호는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과 관련 규정 등을 감안해서 해당 규정에 관한 합리적인 법률해석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법이 정한 상속회복청구의 제척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그 특례를 인정할 경우에 법률관계의 안정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제척기간의 연장을 인정하려면 그 사유, 기간 등에 관하여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항은 입법조치에 의해 통일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아무런 규정이 없이 제척기간의 예외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다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은 북한 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민법의 제척기간이 예외 없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이고, 따라서 북한 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은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심판결과 기록에 의하면은 북한에 거주하던 △△△은 남한의 부친 ◎◎◎이 1961. 12. 13. 사망할 당시 정당한 상속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를 제외한 남한의 상속인들이 1978. 1. 23. 상속재산을 분할취득함으로써 △△△의 상속권을 침해하였습니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의 딸인 원고가 △△△의 상속권이 침해된 때로부터 10년이 경과된 2011. 10. 26. 이 사건 상속회복의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그 상속회복의 청구의 소는 제척기간을 경과하여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 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 오해의 잘못은 없습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김창석, 김소영, 권순일, 이기택, 김재형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남북분단 상황에서 북한 주민은 상속회복청구권 행사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권리가 소멸한다고 보는 것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척기간에 내재된 전제와 부합하지 않으며,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는 북한 주민은 민법이 정하는 요건과 방식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그 제척기간과 연장에 관하여 법원의 법률해석에 맡겨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민법 제166조와 제999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북한 주민은 그 상속인이 상속권이 침해되어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연장되어 남한에 입국한 때로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해서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다음 2016다208389 사건, 유족급여 등, 원고, 피상고인, ○○○ 외 3명, 피고, 상고인, 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약칭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급여액을 결정할 때에 기왕증을 참작하고 과실상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시행령 제19조의2 제1항 내지 제3항이 모법의 위임이 없거나 위임을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제도는 상호부조 및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학교안전사고로 인해서 피공제자가 입은 피해를 직접 전보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도와 그 취지나 목적이 다릅니다. 따라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급여의 지급책임에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의 이론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민사상 손해배상사건에서 기왕증이 손해의 확대 등에 기여된 경우 공평의 견지에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리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급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학교안전법 제36조 내지 제40조는 각각의 공제급여 유형별로 공제급여의 지급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마는 이는 공제급여의 지급금액 산정방식이나 지급방식 등을 법률로 일일이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또 공제급여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세부적인 지급기준과 급여액 계산방식을 하위 규정인 시행령에 맡긴 것이지 학교안전법이 정한 사유 이외 다른 사유로 공제급여까지 제한할 수 있도록까지 위임한 취지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공제급여액을 결정할 때 피공제자에게 기왕증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각 공제급여의 지급금액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를 산정할 때 과실상계에 그 지급금액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에 위임이 없거나 위임범위를 벗어나 피공제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합니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보고 그에 근거한 피고의 기왕증 감액 및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학교안전법상 학교안전사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와 피공제자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 또한 정당하다고 인정됩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대법관 이기택, 김재형의 반대의견 및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병대, 박보영의 보충의견이 각 있습니다.
먼저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의 요지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서 상고를 기각하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은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급여 수급권은 사법상의 권리가 아니고 공법상의 권리로서 공제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의 법적 성질은 공법상의 당사자 소송이라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는 취지입니다.
다음으로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의 요지는 피공제자의 기왕증의 치료에 필요한 비용은 애초에 성질상 학교안전사고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중에 기왕증에 의한 지급제한 부분은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의 요지는 피공제자가 입은 피해 중 기왕증이나 과실로 인한 부분은 피공제자 본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서 애초에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기왕증 참작 및 과실상계에 관한 사항도 학교안전법이 시행령에 위임한 지급기준 등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학교안전법이 예정하고 있는 공제급여의 액수 및 범위를 정함에 관하여 필요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 바입니다.
이상으로 오늘 판결선고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