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지금부터 대법원 2013므2250호 장래 퇴직급여의 재산분할 사건에 관해서 대법원 공개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 공개변론이 인터넷과 TV를 통해 중계됨으로써 모든 시청자 여러분들로 하여금 공정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위한 법원의 재판과정에 관하여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소송대리인과 참고인의 출석을 확인하겠습니다.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웅의 김수연 변호사 나오셨습니까?
○ 원고 대리인 김수연
예.
○ 재판장 대법원장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채웅 변호사, 부광득 변호사 나오셨습니까?
○ 원고 대리인 임채웅, 부광득
예.
○ 재판장 대법원장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울중앙의 양정숙 변호사 나오셨습니까?
○ 피고 대리인
예.
○ 재판장 대법원장
자리에 앉아주세요.
참고인 제철웅 교수님, 현소혜 교수님 나오셨습니까?
○ 참고인 제철웅, 현소혜
예.
○ 재판장 대법원장
예,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계세요.
먼저 본격적인 변론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소송관계인과 방청인 여러분들께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의 취지와 쟁점에 관해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공개변론에서 다루어질 쟁점은 이혼하는 부부의 일방 또는 쌍방이 아직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경우에 그가 장래에 수령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등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과거의 재산분할에서는 예금이나 부동산 등이 주로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퇴직연금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퇴직연금 등 퇴직 후의 급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 재산분할 대상에 있어서도 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퇴직금은 혼인중에 있을 때 제공한 근로의 대가가 유예된 것이기 때문에 부부의 혼인 중의 재산에 해당하고, 부부 일방이 직장에서 일하다가 이혼 당시에 이미 퇴직금을 수령하여 소지하고 있다면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 당시에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아니한 채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실적으로 퇴직금 금액이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장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키기가 그리 쉽지 아니하고, 그동안 법원의 재판 실무도 장래의 퇴직급여에 관해서는 재산분할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혼하는 당사자들 중에는 상대방이 지금 당장에라도 퇴직하기만 하면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고 나중에 실제로 퇴직할 때는 그보다 더 큰 금액의 퇴직급여를 받게 될 것인데 그때 가서는 제척기간 때문에 다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수가 있으니 현시점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하여 달라는 요구를 할 때가 많이 있고, 그에 대해서 최근에는 이러한 당사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도 한두 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채권이고, 금액과 지급형태에 있어서 불확정한 요소가 많이 있어서 통상적인 분할대상 재산과는 다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통해서 이 문제에 관한 양측 소송대리인의 주장과 참고인 의견을 들은 다음에 장래의 퇴직급여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공개변론이 국민 여러분에게 이 문제를 같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변론순서를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장래의 퇴직급여에 대한 재산분할을 주장하는 상고인 측, 즉 피고 측 소송대리인의 변론과 이를 반대하는 피상고인, 즉 원고 측 소송대리인의 변론이 있겠고, 이어서 참고인들의 의견진술이 진행되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재판부에서 양측 소송대리인과 참고인들에게 사건의 심리를 위해서 필요한 질문을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양측 소송대리인의 마무리변론이 있을 것입니다.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인 여러분께서는 정숙을 지키며 잘 경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허가된 방송중계를 제외한 일반 촬영과 녹음은 여기까지 허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변론에 앞서서 잠시 장내를 정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원고 측과 피고 측 소송대리인의 변론을 진행하겠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각 당사자별로 7분씩입니다. 시간을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상고인 피고 측 소송대리인께서 이 사건 쟁점에 관해서 7분간 변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 피고 대리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공정한 재산분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이때에 시기적절하게 공개변론을 열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외국의 입법례 판례는 퇴직금 연금은 물론 영업권, 의사면허, 변호사자격 등 전문적인 면허, 영업기술, 노하우 등 현존하는 재산이 아닌 향후 재산을 취득할 수 있는 능력인 무형의 재산으로까지 적극재산의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장래의 퇴직급여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이번 공개변론이 갖는 중요성과 의미는 자못 크다 할 것입니다. 이미 하급심에서도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오늘의 공개변론은 상충되는 상ㆍ하급심의 판결들을 정리하고, 재산분할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도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변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산분할에 관한 시대적인 동향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서 발전해 왔습니다.
첫째, 재산분할에 관한 근거 규정을 입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 1.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둘째, 분할의 비율 산정에 있어서 균등분할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이 부분에서는 50% 균등분할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의 변론도 바로 이 세 번째의 단계에 해당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이 세 번째 단계와 관련해서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판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균등분할을 강조하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 법원은 부부가 거주하던 주택 전부를 양육친인 배우자에게 분할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상대방 배우자의 연금수급권이나 영업권 등은 위 주택의 나머지 2분의 1부분을 상쇄할 정도의 재산에 이른다는 점에 착안해서 재산분할의 대상을 연금수급권, 영업권으로까지 확대하였습니다.
재산분할 제도가 도입된 지 24년이 되었지만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초래되는 불합리는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 불합리한 상황에 대하여 법원이 인식하고 합리적인 법 해석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심은 퇴직금청구권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할 수 없고,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혼 당시 배우자가 아직 재직 중인 경우에도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대가의 지급시기가 당해 근로관계의 종료 후로 연기된 것인바, 이러한 연기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혼인 중 형성된 한도에 있어서는 그 자체로 혼인중의 재산으로 편입되어야 합니다. 이는 배우자의 협력이 없었다면 직장의 장기근속은 불가능하고, 결국 근로소득은 쌍방의 협력에 의해서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에 대하여는 양도가 가능하고 2분의 1 범위에서 압류도 될 수 있습니다. 근로관계가 존속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시기가 불확정적이기 때문에 분할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퇴직시기의 도래 여부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되는지의 결론이 달라진다면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인 르 메리지 오브 브라운(in Re Marriage of Brown) 사건에서는 연금수급권이 부부의 재산으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단지 이러한 권리가 미확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성을 부정한다면 당사자에게 형평에 부합하는 재산의 분할을 해줄 수 없고, 그 연금이 실제로 지급되는 경우에 상대방 배우자에게 심히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미확정의 연금수급권까지 모두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상당할 정도로 확실한 현존하는 가치를 가진다면 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 페리 대 페리(Perry v. Perry)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연금수급권이 상당할 정도로 확실한 현존하는 가치, 리즈너블리 애센테이너블 프레즌트 밸류(reasonably ascertainable Present value)를 가진다면 이는 분할의 대상으로 되는 재산으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비록 미확정의 연금수급권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시일 이내에 연금수급권으로 될 정도로 상당한 확실성이 있다면 이는 분할의 대상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원고의 장래퇴직금이 상당할 정도로 확실한 현존하는 가치를 가지는지는 원ㆍ피고가 퇴직급여 등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이 얼마인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할 수 있는데, 원고의 근무기간은 13년 3개월이 됩니다. 또한, 혼인 중 계속근로기간이면서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재산이라고 볼만큼 공동생활이 이루어졌던 기간도 마찬가지로 16년 3개월 정도입니다.
또한 위 장래의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산정이 당사자가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퇴직한다면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서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에 의해서 판단이 된 것인가를 살펴본다면 연금공단 이사장의 사실조회회신에 의한 것으로 객관성과 합리성 있는 자료에 의해서 판단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장래의 퇴직급여는 상당할 정도로 확실한 현존하는 가치를 가지고 상당한 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판례를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997년 요코하마지방재판소 판결을 보면 장래 취득할 퇴직금은 원ㆍ피고의 공동재산으로 보았고, 이 판결은 비율인정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주문은 ‘반소피고는 반소원고에 대하여 반소피고가 학교법인으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때에는 그 수령금의 2분의 1을 지급하라’는 주문을 냈습니다.
동경지방재판소 1999년 재판에서도 배우자가 장래 수령할 퇴직금 중 혼인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현가산정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남편이 퇴직 시 지급받을 퇴직금 중 퇴직 시까지 총 근무기간 내에서 실질적인 혼인기간에 대응하는 금액에 대하여 연 5%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복리계산방식으로 공제하여 현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피상고인 측 원고 대리인께서 7분간 변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 원고 대리인 임채웅
먼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사건에 참여할 기회를 주신 대법원장님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이혼재판 실무에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변호인이 이해하기로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기타 사정의 하나로서 고려요소로 삼으면 충분하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저희 원고 대리인들은 그러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타당하고 따라서 유지되어야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먼저 장래의 퇴직급여 등이 왜 분할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법에서 명문에 분할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의 연금에 관한 법률을 찾아보면 분할에 관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 입법자들이 여타의 연금이나 퇴직급여 등에 대해서는 분할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해석에 의해서 입법의 불비를 보완하는 방법도 가능하겠습니다만 상고이유가 받아들였을 때 초래될 수 있을 여러 가지 불안정성과 불합리한 점을 고려한다면 해석에 의해서 이를 보완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 점에 관한 원고 측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현재의 권리라고 할 수 없고 기대권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라든가 기존의 양도금지조항에 반한다고 하거나 또 노후보장기능과 같은 그런 법적 성격과도 반한다는 이런 견해들은 결국은 이러한 법체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다른 형식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분할대상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돼서는 안 된다는 두 번째 주요한 논거는 기존의 이혼재판 실무를 바탕으로 할 때에 분할을 인정하게 되면 당사자 사이에 법률관계와 장래의 노후대책에 대해서 지나치게 개입을 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이혼재판 실무는 법원의 재량이 매우 크고,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미리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상당한 정도로 훈련되어 있는 전문가들도 과연 기여도가 어느 정도로 인정될 것인지, 어떤 형태로 재산이 분할될 것인지 거의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비단 장래의 퇴직급여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이러한 불안정성으로 인해서 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재혼을 꺼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고, 심지어는 사실혼관계를 맺는 것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차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가정을 꾸며야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장래의 퇴직급여를 정식으로 분할대상으로 삼게 되면 불안정성을 더욱 증가시켜서 이러한 재혼가정을 꾸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사를 많이 억제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바입니다.
잠시 이 부분에 관해서 조금만 더 설명을 드리기로 하면,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어느 정도의 불안정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요소로 삼는다고 한다면 분할을 해 주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분할을 명하게 될 것이고, 또 장차 수십 년에 걸쳐서 연금을 분할하는 경우에 비교한다면 현재 재판을 하고 있는 이 시점 당시로 해서 확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국민연금에 관해서는 국민연금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으로 다른 연금도 분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국민연금은 2014년 현재 월 수령액이 평균 16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금액이 매우 작고 보조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그러한 식으로 분할을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퇴직급여는 금액이 훨씬 크고 대부분의 당사자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노후대책입니다. 그 대책에 대해서 분할대상이 된다고 한다면 명확하게 입법에 의해서 분할을 해야지 지금과 같이 많은 재량범위가 인정되고 있는 재판 실무를 통해서 분할대상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간략하게 몇 말씀만 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분할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라는 점에 대해서 예비적인 주장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혼인관계가 종료될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기적립된 부분만 분할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고, 또 혼인시점 이전에 이미 형성된 적립된 부분은 아주 특별한 기회가 있지 않은 한 그 적립자의 특유재산으로 해서 분할대상에서 제외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치평가의, 금액을 어느 정도의 가치로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는데요. 지금 현재의 하급심 판례를 보면 이혼 당시에 퇴직한다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같이 하나의 기타사항으로서 고려요소로 삼을 때는 그러한 방식을 취할 수 있으나 상고이유에서와 같이 정식으로 분할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그런 방식으로 인정을 해서는 곤란하고 기간에 대한 현가 할인도 해야 되고, 또 연금도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따라서 종류별로 각 리스크도 충분히 고려해서 금액을 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분할 형태에 있어서는 일시금 형태와 연금 형태로 나누어볼 수가 있을 텐데, 제가 파악하는 범위 내에서는 인정하고 있는 하급심 판결에서도 모두 일시금으로 분할을 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은 아마도 이혼한 후에도 수십 년에 걸쳐서 계속 연금을 분할한다는 점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이라고 할까, 그러한 문화적인 요소가 고려되어서 그러한 실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저도 원론적으로는 만약에 분할이 되어야 된다고 한다면 그편이 원칙적으로는 더 우수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상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왜 분할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렸는데,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 완벽한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고이유를 받아들였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생각한다면 기존의 대법원 판례 입장이 현 단계에서는 훨씬 더 합리적이고 문제점이 적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백 번을 양보해서 장래의 퇴직급여가 분할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면 별도의 많은 고찰과 검토를 거쳐서 입법으로 해결을 해야지 기존의 이혼재판 실무를 바탕으로 해서 재판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저희 원고 대리인들의 견해입니다.
이상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이상으로 쌍방의 모두변론을 마치겠습니다.
참고인의 말씀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피고 측 참고인부터 말씀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현소혜 교수님.
○ 참고인 현소혜
예.
○ 재판장 대법원장
바쁘신 중에 출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강의하고 계십니까?
○ 참고인 현소혜
저는 서강대학교에서 가족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서강대학교에서 가족법을 강의하고 계십니까?
○ 참고인 현소혜
예.
○ 재판장 대법원장
오늘 출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건 주요쟁점에 대해서 약 15분간 참고말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현소혜
장래의 퇴직급여에 대한 재산분할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 의견을 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장래의 퇴직급여는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94므1713 판결은 장래의 퇴직금을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96므1533 판결 역시 원고가 향후 수령할 퇴직연금은 원고의 여명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분할대상의 재산으로부터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결론이 정당화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장래의 퇴직급여를 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거나 또는 그 필요가 있더라도 이를 분할하는 것이 법적으로 또는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래의 퇴직급여는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필요성이 충분히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분할하는 것이 법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모두 가능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차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분할의 필요성에 관한 부분입니다.
첫째, 장래의 퇴직급여는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재산이므로 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대법원 2004다8333 판결은 퇴직금이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으로서의 성질을 지닌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퇴직급여의 재원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부담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연령이나 피부양가족의 수 등과 같은 생활보장적 요소와 무관하게 평균임금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퇴직금이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퇴직급여가 후불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면 이는 재산분할의 대상으로부터 제외될 수 없습니다. 부부 중 일방이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근무가 필요하고 그 근무시간 동안 그가 하지 못하는 가사노동, 양육 등 가정생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각종의 행위를 다른 일방이 노무 또는 금전의 형태로 보충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근로소득, 즉 퇴직급여는 쌍방의 협력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론은 이미 수령한 퇴직급여의 분할을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보더라도 명백하다고 할 것입니다.
둘째, 설령 장래 퇴직급여의 사회보장적인 성격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분할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부부간에 평등한 노후생활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업주부인 배우자로서는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해서 만약 그가 근로에 종사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을 퇴직금이라고 하는 것을 희생하고 그 희생에 터 잡아 상대방 배우자의 퇴직급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방 배우자의 퇴직급여에 대해 재산분할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근로자와 전업주부 사이에 노후의 생활보장을 둘러싸고 부당하게 현저한 격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셋째, 현재와 같이 장래의 퇴직금을 기타 사정으로만 고려하는 것으로는 장래의 퇴직급여가 공정하게 청산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분할의무자에게 적극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설령 이를 기타 사정으로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청산이 완전히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둘째, 설령 분할의무자에게 적극재산이 있더라도 실제로 장래의 퇴직급여가 기타 사정으로 고려되어 정당한 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종래 재산분할 비율 인정에 관한 하급심 제판례 경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장래의 퇴직급여가 공정하게 고려될 수 있는 사안은 이를 고려하여 재산분할의 비율을 달리 정하더라도 분할의무자의 생계보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정도의 자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분할청구권자의 기여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장기간에 걸친 실질적인 협력행위가 있었던 경우, 굳이 예를 들자면 상당기간 혼인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해 온 중산층 사무직 배우자인 전업주부 정도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상당한 기간 동안 혼인생활을 유지해 온 경우에는 대부분 멀지 않은 시기에 퇴직급여를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타 사정으로 고려하여 비율로 상향조정 받기보다는 오히려 퇴직 시까지 기다려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롭게 됩니다. 이는 혼인생활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수령할 때까지 그 이혼시기를 미루도록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개인의 이혼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수반하게 됩니다.
게다가 비율의 조정을 통해 청산의 기회가 다소간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타 사정에 불과한 이상 당사자로서는 도대체 퇴직금이 재산분할 시 참작될 것인지, 만약 참작된다면 어느 정도로 참작될 것인지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재산분할사건이 비송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졌음이 명백한 이상 퇴직금이 청산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사자의 기대는 언제나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야만 하는 절실한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를 이용하여 이를 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전부 개정에 의해 이제 재산분할을 이유로 하는 퇴직금 중간정산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직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제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한 도저히 공정한 청산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국민연금법 역시 일정한 요건하에 연금분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법의 입법 취지가 바로 ‘혼인기간 동안 부부가 가정의 유지를 목적으로 수행한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행위에 대해 동등한 가치를 부여한다’라고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연금, 기타 공적연금에 대해서는 아직 연급분할제도가 입법되고 있지 않지만 이를 도입하기 위한 다수의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독일의 연금청산에 관한 법률, 미국의 근로자퇴직평등법, 영국의 혼인사건법 모두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일본의 경우에는 ‘장래 퇴직금을 지급받을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라고 하급심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정퇴직금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의 지급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불확정성의 위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게 높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예를 취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부부 중 일방이 장래 수령하게 될 퇴직급여 중 혼인기간 중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상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 내지 기여가 인정되는 한도에서 그 분할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분할의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법원 73다278 판결은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이 근로계약의 종료에 의해 비로소 생기는 권리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에 달하는 시점에 이미 성립하는 권리이며, 다만 근로계약의 종료와 동시에 효력을 발생하는 불확정기한부 채권이라고 봄이 상당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사업자는 그 지급재원의 마련을 위해 매 사업연도 말에 일정한 액수를 매년 적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둘째, 우리나라는 법정 퇴직금 제도를 택하고 있으므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아닌 근로자라면 누구나 근로계약종료 시에 일정수준 이상의 퇴직급여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셋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역시 근로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통한 환가나 담보제공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법원 74다1480 역시 ‘아직 수령하기 전의 퇴직금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전부 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하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만약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이 불확정기한부 채권이라면 이를 분할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민법 제154조는 기한부 채권의 처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재산분할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을 어떤 방법으로 분할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종래 재산분할은 화면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만 이중 아마도 환가 분할이나 공유 또는 준공유하는 방식의 분할은 허용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에 위반하거나 또는 사용자에 의한 퇴직금제도의 관리가 근로자가 아닌 전 배우자에게까지 미치게 한다는 점에서 전 배우자 측의 사적자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유로 하는 분할을 하는 경우에 퇴직급여의 관리에 대해 전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간섭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일회적 해결의 원칙에도 반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물분할이나 대상분할은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먼저 현물분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물분할 방식을 택할 경우에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퇴직급여 채권 중 청구인의 기여가 인정되는 비율에 상응하는 부분을 청구인에게 이전하고, 그것을 이전받은 청구인은 직접 지급의무자, 즉 사용자나 연금사업자를 상대로 해서 그 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독일의 내부적 분할제도라든가 영국의 연금분할명령이 바로 이러한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채권 일부의 귀속 주체가 변경된다는 점에서 채권양도와도 매우 유사한 구조를 취하게 됩니다. 혹자는 이러한 점을 들어서 현물분할방식이 양도금지규정에 위반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것은 양도금지규정에 전혀 위반되지 않습니다.
먼저 양도금지 조항은 노후의 생활보장이라는 특수한 입법목적에 기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이 채권이 본질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퇴직급여 채권의 담보제공에 관한 조항이 이미 이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재산분할은 가사노동에 의해 재산형성에 기여한 배우자가 자신의 기여분을 청산받아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상양도와는 성격을 전혀 달리합니다.
또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을 현물분할 받는 배우자는 퇴직급여 채권을 양도받을 수 없는 양수인의 범위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근로자 본인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퇴직급여는 근로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근로소득에 의존하여 살아온 배우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로자만의 생활보장을 위해 그 배우자의 재산분할을 금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은 불확정기한부 채권으로서 근로계약종료 전이라도 처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양도금지규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 가능하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현물분할보다 대상분할이 보다 적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분할의무자에게 충분한 재산이 있어서 대상분할을 하더라도 집행이 가능한 경우 또는 현물분할을 할 경우에 이혼사실이 사용자에게 알려질 것을 우려하는 경우 등이 이렇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을 상대방에게 확정적으로 귀속시키되 청구인의 기여에 상응하는 부분을 현금으로 정산하도록 하는 대상분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견해는 이런 유의 대상분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권리의 성부와 내용이 지나치게 불확정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이혼 당시 퇴직하는 것으로 가정하여 장래의 퇴직급여 가치를 환산할 경우에는 이러한 불확정성이 모두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의 불확정성에 대한 공포는 이미 지급한 퇴직급여에 관해서 재산분할 후에 사망, 재해, 징계회부 등으로 인해 퇴직급여의 액수가 변동되거나 또는 법이 개정되어 퇴직급여 제도 자체가 변경됨으로써 이미 지급한 금액을 자신은 실제로 사용자로부터 지급받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두려움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혼 후의 사정변경은 분할청구권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사정변경으로 인해 분할청구권자가 당해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바가 있다라고 하는 사실이 소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 위험을 청구권자에게 귀속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상대방으로서는 이러한 위험부담을 혼자만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혼시점을 기준으로 장래의 퇴직급여의 현재 가치를 환산할 경우 이혼 후에 발생하게 되는 높은 종류의 과실을 분할의무자가 스스로 독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이익이 상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청구권자는 이혼 후 퇴직 시까지의 임금상승 또는 장기근속으로 인한 지급률의 상승 등으로 인해서 퇴직급여 액수가 높아지더라도 이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그 분할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혼 당시 바로 퇴직한다면 지급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의 액수 중 청구인의 기여가 인정되는 부분을 일시금으로 정산하도록 함으로써 장래의 퇴직급여의 청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러한 불확정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각에서는 비율인정방식이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의 재산분할을 인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비율인정방식은 위험의 분담이라든가 또는 지급시기를 퇴직시로 유예시킴으로써 이행의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허용될 수 없다고 봅니다.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는 점에서는 앞에서 말씀드렸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비율인정방식에 따른 대상분할의 경우에는 그 지급의무가 퇴직 시로 유예되기 때문에 상대방, 즉 분할청구권자의 입장에서 분할의무자가 실제로 퇴직을 했는지 여부, 퇴직을 했다면 얼마의 금액을 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그 정보 접근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퇴직급여 채권에 대한 압류가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집행을 사실상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청구권자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한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따라서 비율인정방식에 의한 재산분할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장래의 퇴직급여를 분할의 대상으로 삼되 그 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방법으로서는 가급적 이혼 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을 현물분할하거나 또는 이혼 시 퇴직하는 것으로 가정하여 대상분할하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으로 원고 측 참고인의 의견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제철웅 교수님, 어느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강의하고 계십니까?
○ 참고인 제철웅
저는 한양대학교에서 가족법만이 아니라 민법 전반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오늘 출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쟁점에 관해서 의견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제철웅
이 사건에서는 원고ㆍ피고가 받을 장래의 퇴직금 청구권, 퇴직연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그런데 사적으로 가입한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은 순수한 사적재산권이고 이미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됩니다. 대신 강행법규에 의해서 규율되는 퇴직금, 퇴직연금에 국한해서 그것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의 법 제도를 비교할 때도 ‘강행규정에 의해서 규율되는 연금에 대해 이혼배우자가 어떤 권리를 갖는가’라고 하는 점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쟁점에 대한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을 분할하는 것에 근본취지가 있습니다. 흔히들 쉽게 ‘일방 배우자의 퇴직금, 퇴직연금의 형성에 상대방 배우자가 기여했다’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퇴직금, 퇴직연금의 형성에 상대방 배우자가 기여한 바가 없다’라고 하는 명제를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이혼 시 상대방 배우자는 아무런 권리도 없는가’라고 하는 점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만약 상대방 배우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면 그 권리의 내용과 행사방법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하는 점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런 쟁점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먼저 임금과 부부공동생활비용, 특유재산의 상호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부별산제를 취하는 나라에서는 일방 배우자의 임금은 가장 고유한 특유재산입니다. 민법은 일방 배우자가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이라고 하는데 임금이야말로 근로자의 인격의 표현인 근로제공의 대가이기 때문에 소득활동 배우자의 가장 중요한 특유재산이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근로역량은 혼인 전 이미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외벌이 가정의 경우 ‘가사전담 배우자의 가사활동을 통해서 소득활동 배우자의 근로역량이 보존, 유지, 증가되지 않았나’라고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착시현상입니다. 부부별산제와 공동생활비용의 균등부담을 정하는 우리 법의 정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벌이 부부를 상정해 보겠습니다. 양성평등의 원칙에서 보면 공동생활의 유지라는 관점에서는 소득활동 배우자의 근로와 가사활동 배우자의 가사노동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일한 가치라고 하는 것은 액수가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동일한 가치라고 하는 것은 이들 부부 사이에서는 소득활동 배우자가 공동생활비용을 전부 부담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공동생활의 중핵이 가사와 아동 양육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소득활동 배우자는 자신과 배우자, 그리고 피부양자의 부양에 소요될 비용을 부담하고, 비경제적인 사회활동의 측면에서는 가사활동 배우자가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금전, 흔히 말하는 용돈을 지급할 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맞벌이를 하거나 부분벌이를 하는 부부의 경우에는 이런 원칙이 부분적으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즉, 더 적은 가사노동을 하는 배우자가 더 많은 공동생활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사활동 배우자가 가사활동 이외의 시간을 자신의 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고 그 일환으로 소득활동 배우자의 특유재산을 유지ㆍ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듯이 소득활동 배우자 역시 자신이 공동생활비용에 지출하고 남은 나머지 소득을 또 다른 자신의 특유재산을 형성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가사활동의 결과 소득활동 배우자의 근로능력이 보존ㆍ유지될 수 있고, 소득활동 배우자의 공동생활비 지출로 가사활동 종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가사활동과 공동생활비용의 지출은 상호 상쇄되는 성질의 것입니다. 따라서 임금 취득에 가사활동 배우자의 기여라는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능력의 유지는 공동생활의 결과이고, 이런 결과는 가사활동과 공동생활비용의 부담이라는 공동의 원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임금은 부부의 공동재산이 아니고 거기에 가사활동 배우자의 기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후불임금적 성격이 있는 퇴직금 역시 가사활동 배우자의 기여가 없다라고 하는 명제에 도달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법 제도의 관점입니다.
이렇게 제가 말씀을 드리면 ‘부부별산제라고 하는 제도가 매우 전근대적인 제도가 아닌가’라고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부부별산제는 매우 현대적이며 진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양성평등의 가족생활, 인감의 존엄성, 개성의 자유로운 전개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부부가 평등하게 결합하고, 상호 독립된 존재로서 안식을 얻는 가족생활이 가능해지며,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미래세대를 출산해서 양육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부부별산제라고 하는 제도가 아니라 남성중심적,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의 지속입니다. 이 문화는 부부 일심동체, 네 것 내 것 없는 부부생활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를 유지ㆍ확산시키면서 여성을 희생시켜왔습니다. 이 이데올로기 하에서의 부부별산제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저평가하고 남성 중심의 가계 운영을 지속시켜서 여성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를 약화시키며 이를 고착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1990년 우리는 재산분할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가부장제적인 가족문화로 인해서 오염된 부부별산제를 보완해서 가사활동배우자의 가사노동이 공동생활의 영위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게 하며 이혼 후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이나 훼손을 적절히 보전하기 위해서 그동안 대법원은 고유재산과 특유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켜 왔습니다.
부부공동재산제를 취하거나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되는 재산의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무리하게 해석론으로 부부공동재산제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임금이나 퇴직금이 부부의 공동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고 하는 명제를 도출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일방 배우자의 퇴직금, 퇴직연금에 대해서 상대방 배우자는 아무런 권리도 없는 것이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저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퇴직금, 퇴직연금에 상대방 배우자가 기여한 것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면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서 가사활동조차 전혀 할 수 없었던 배우자는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배우자에게도 동일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재산분할청구권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퇴직금의 사회연대 또는 가족연대적 성격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동일직역 구성원의 연대에 기초한 것으로서 사적 재산권의 성격이 약합니다. 노후 본인과 피부양가족의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이어서 그 자체는 상속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사회 연대적 성격이 더 강하며 사적 재산권의 성격도 약하기 때문에 상속대상이 아닙니다. 이혼 배우자가 주장할 수 있는 분할연금도 그 수급자가 사망하면 끝나게 되고 유족연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의 경우 국민연금을 보충하는 가족연대적 성격으로 인해서 사적 재산권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더 강합니다. 그러나 순수한 후불임금적 성격은 아닙니다. 2인 가족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국민연금의 평균 급여수준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적 소득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가가 강제적으로 퇴직금제도를 도입했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라고 봅니다. 임금을 근로의 대가로 지불할 시점이 아니라 퇴직하였을 때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면 이는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어서 낙후한 비민주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달리 말하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퇴직금은 후불임금적 성격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기여가 아니라 사회연대 혹은 가족연대의 측면에서 ‘일방 배우자의 퇴직금, 퇴직연금에 대해서 상대방 배우자도 일정한 권리를 가져야 된다’라고 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대방 배우자의 권리는 퇴직금, 퇴직연금의 강제적ㆍ목적성 출연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 목적의 범위에 이혼 배우자도 포함됩니다. 그 목적이란 노후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위한 강제저축이자 연대의 정신으로 마련한 자금이기 때문에 기여와 무관하게 이혼 배우자도 일정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옳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신은 이미 국민연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분할연금의 경우에는 장애, 질병, ‘이혼 사유가 무엇인가’라고 하는 것을 전혀 따지지 아니하고 5년간 혼인이 지속되면 그것만으로 분할연금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노후에 같이 살 자금으로서 국가가 강제적으로 적립하게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취지에 맞게 일정한 권리를 배우자에게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의 인정방법으로 일방 배우자의 장래 퇴직금 청구권, 퇴직연금을 현재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퇴직금, 공무원연금 등의 개시 전에 상대방 배우자가 사망하면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이 지급개시 후 상대방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일정한 금액으로 분할할 경우 순수한 사적 재산권으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이 있다면 장래의 일신전속적 권리로서 정기금의 지급으로 인정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권리의 내용은, 그리고 그 권리의 행사방법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기여가 아니라 연대에 기초한 제반 사정에서 그 기준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공무원연금 등은 동일직역에 종사하는 공무원 간의 연대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근로기준법에 기초한 퇴직금의 경우에는 가족단위의 부양 필요성이라고 하는 가족연대도 고려해야 정의로울 수 있습니다. 즉, 혼인의 지속 정도, 퇴직금 권리자의 부양 필요성, 다른 피부양자의 존재, 가령 재혼을 했다든지 등등입니다. 그리고 상대방 배우자를 부양할 다른 사람의 존재, 상대방 배우자 역시 퇴직금 권리자인가 등의 여러 요소가 고려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권리의 상대방, 즉 지급의무자도 퇴직금 권리자가 아니라 퇴직금 지급의무자인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물론 정기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나을 것이고, 사후의 사정변경으로 인한 권리내용의 변경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입니다. 장래의 권리인 퇴직금, 퇴직연금을 현재 확정적으로 분할하게 되면 사후에 변경된 사정을 고려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여러 요소가 고려되어야만 강제적ㆍ목적성 출연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외국의 제도도 다르지 않습니다.
부부별산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많은 주에서도 노령연금법이 적용되었는데 이혼한 배우자에게도 피부양자 연금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요건은 10년의 혼인생활이 지속되어야 하고 재혼을 하는 경우에는 수급자격이 박탈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피부양자 연금을 수령할 수가 없습니다.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왕에 수령한 퇴직일시금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이때에도 ‘노후의 가족단위의 필요성’이라고 하는 기준을 감안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자의 사망 또는 재혼 혹은 재혼 가능성, 부양 필요성의 변동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방 배우자의 장래의 퇴직금 청구권에 대한 상대방 배우자의 권리에서도 이런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기준이 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기준과 내용은 입법으로 정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전에는 기수령 퇴직금일 때에는 위의 요소를 감안해서 재산분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고, 장래의 퇴직금 청구권일 때는 재산분할 때 이를 참작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태도가 현명할 것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연금제도의 개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판결로서 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저의 의견진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양쪽 참고인 교수님들 아주 훌륭한 의견을 제시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어서 우리 재판부에서 대리인과 참고인들께 필요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간단하게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현소혜 교수님, 퇴직 후 급여,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등은 이혼 시에 아직 금액이 확정되지 않고 일정한 시기 지나서 확정되는데, 지나는 그 시기 동안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회사가 도산해 가지고 못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공무원이 재직 중에 사망하면 퇴직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물론 본인이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아서 그 금액이 감소되거나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본인의 잘못하고는 관계없이 순전히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그것을 못 받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지금 원고 측에서는 그러한 사유, 그렇게 불확실한 사유가 있는데도 나중에 실제로 퇴직금을 지급 현실화될 때에 그 변경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위험부담을 모두 본인에게만 부담시키고 이혼한 배우자에게는 전혀 본인의 잘못하고 관계없는 비용부담까지도 전혀 부담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느냐고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에 대해서 피고 측은 오히려 그게 합리적이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아까 이야기한 것과 같이 본인의 잘못이나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부분까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것이 불합리하기만 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있을 수가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 한 번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현소혜
대법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일단 장래의 퇴직급여를 한 번 청산한 후에 실제로 그 퇴직급여의 지급이 객관적인 사정변경으로 인해서 불가능해지게 되면 그 퇴직급여를 청산해주어야만 했었던 분할의무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정은 주식을 청산하는 경우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의 경우에도 분명히 이혼 후에 그 주식이 1억 원어치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았었던 주식의 가치가 1,000원이나 100원 정도로 떨어지는 사태를 얼마든지 예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사정을 가지고 ‘주식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해야 된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혼 후의 사정변경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연한 사정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 시작하게 되면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재산은 극히 협소해지게 될 것입니다.
다만 주식의 경우와 퇴직연금의 경우가 상당한 차이를 갖게 되는 것은 주식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아직 그것이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때 환가함으로써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에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는 자신의 선택에 기초해서 재산의 가치가 감소된 것인 반면에 퇴직금의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 그래서 ‘향후에 이 가치가 감소될지 모르니까 아직 퇴직금이 남아있을 때 얼른 정산을 받고 그것을 가지고 재산분할을 해주자’라고 선택을 하게 되면 사실상 그 사람의 근로자로서의 자유가 상실된다고 하는 문제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함으로써 그런 그 사람의 근로자성을 계속 유지하도록 할 필요는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퇴직이 강제되는 것은 이혼 당시에 그 사람이 그 금액을 일시금으로 지급해야만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종류의 위험인 것인데, 현물분할방식을 택하게 되면 그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의무를 분할의무자인 배우자가 직접 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또는 연금사업자 쪽에서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사용자나 연금사업자 쪽에서 지급하게 될 위험까지 감소해 가면서 근로자가 퇴직을 하고 그 퇴직금을 현실화시키려고 하는 동의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물분할방식을 택하는 이상 그런 종류의 위험은 충분히 감내할만하고, 혹시라도 그 위험부담을 꼭 고려해야만 한다면 기타 사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금액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현물분할을 하면 지금 현재 퇴직하지 않더라도 사업주로부터 분할된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전제로 하는 겁니까?
○ 참고인 현소혜
예, 그렇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원고 측에서는 ‘지금 현재 실무의 대세처럼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서 참고사유로 삼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피고 측에서는 ‘참고자료로 할 때는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어느 정도 참고해야 되는지 기준이 없지 않느냐. 그런 객관적인 기준이 없이 그냥 참고사유로 해야 된다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고 이혼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재산이 없을 때는 유일하게 퇴직 후의 급여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될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참고할 수 있느냐. 그것은 참고할 여지가 없지 않느냐’ 이런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 원고 대리인 임채웅
예,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가지 질문을 해 주신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우선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추상적이고 권리보장에 불충분하게 되지 않느냐’는 점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현재 이혼재판 실무가 기여도 자체, 또 분할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굉장히 재량의 범위가 넓고 거기에서 오는 불안전성이 크지 이렇게 구체적인 재산 하나하나에 대한 그러한 점 때문에 오는 불안전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그다음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무의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확정적으로 단정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도 현실적으로 참고요소로 고려한다는 것은 기준 시점에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는 것처럼 가정을 하고 고려를 하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는 그렇게까지 크게 부당함이 부각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다른 재산이 없고 퇴직급여가 유일한 재산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 것이냐’라고 잘 말씀을 해 주셨는데, 논리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린다면 지금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형성과정에 있는 퇴직급여와 이미 형성되어 있는 퇴직급여, 또 형성되지 않은 퇴직급여와 이미 확정되어 있는 부동산이나 이런 재산과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이 문제를 파악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부당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장래의 퇴직급여는 아직 형성되고 있는 권리이고, 다른 권리와 동일시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 부당성은 달리 보이게 됩니다.
또 상대방에서 퇴직급여의 수령권자가 어느 정도의 재산이 형성되었을 때 이혼을 청구하느냐, 그 문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어느 정도의 우연이 개입되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이 되고요.
또 저의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리면, 어차피 제가 보기에 연금 자체를 분할하는 것은 입법이 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이 되고, 현재의 실무와 같이 대개는 일시금으로 분할하는 방법을 많이 고려하게 될 텐데, 분할을 해 주는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재산이 없고 퇴직급여만 유일한 재산인 사람에게 분할을 명한다는 이야기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빚을 얻어서 분할을 해 주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그렇게 본다고 한다면 제도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에까지 모든 것이 부당하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제 생각에는 저희들의 입장에 터 잡아서 생각을 한다면 그 경우에는 분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일시금이 아니고 퇴직할 때에 지급하라는 방법으로 분할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나요?
○ 원고 대리인 임채웅
제 생각에는 전적으로 불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너무나 문제가 많아서 퇴직급여의 분할을 구하는 쪽에서도 그런 방법은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우리 사건에서도 17년 후에 이게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어떤 감각적 이론, 문화적인 요소에 있어서도 대개는 그런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질문하실 분 있습니까?
민일영 대법관님,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 대법관 민일영
피고 측 참고인 현소혜 교수님한테 한번 여쭈어보겠습니다.
참고인은 ‘퇴직금 채권의 현금분할이 가능하다. 그리고 퇴직금 채권의 일부를 이전받은 분할권리자는 퇴직금 지급의무자를 상대로 바로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이제 말씀을 하셨는데, 퇴직금 채권이 양도금지규정에 충돌되는 여부는 그것에 대해서 이제 참고인은 현물분할 받은 배우자는 어떻게 보면 퇴직금채권을 양수받은 양수인이 아니라 오히려 퇴직금채권자 본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은 양도금지규정에 반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그러면 그 퇴직금분할채권자가 분할의무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퇴직금분할의무자인 근로자는 그 사용자, 회사, 자기가 근무하는 근무처를 상대로 자기가 퇴직을 안 했기 때문에 퇴직금을 청구할 수가 없는데 본인은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을 본인의 지위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논리가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닌지, 기껏 분할청구권자는 분할의무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면서 분할의무자는 청구할 수 없는 권리를 분할청구권자는 청구할 수 있다, 과연 그런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 참고인 현소혜
답변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바대로 ‘근로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근로관계가 종료되어야 비로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맞다’라고 지적하신 부분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때 근로자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근로자 본인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본인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이제 이혼에 의해서 근로자였던 배우자의 퇴직급여 안에 숨어있었던 근로자성이 재산분할과 동시에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이게 되고요. 그래서 그렇게 잠재적인 근로자성이 현실화되게 되면 그 잠재적 근로자성이 현실화됨과 동시에 그 사람은 사실은 근로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과 동시에 더이상 근로관계의 종료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지위를 같이 겸하게 되지 않는가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입장에서 보게 되면, 이혼의 확정과 동시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근로관계의 종료라고 하는 것은 더이상 이루어질 수 없는 종료의 기한으로 확정이 되게 되고요.
그러면 불확정기한부의 채권에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듯이 기한의 도래가 불가능해진 경우에 해당해서 기한이 당연히 도래한 것으로 보아 당연히 그 즉시 회사를 상대로 해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는 논리적으로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만 이때 불확정기한부 채권에서 기한부 채권 중에 일부를 상대방에게 이전을 하게 되면 그 기한부 채권으로서의 성격 자체가 그대로 이전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 ‘그 기한이 도래했는가’라고 하는 것을 누구를 기준으로 해서 판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히 법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 기한부 채권에서의 기한을 근로자의 지위에 준하는 배우자를 기초로 해서 기한의 도래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 본래 이 기한부 채권 자체가 근로자였던 배우자의 것이었기 때문에 근로자였던 배우자에 대해서 기한이 도래해야만 그 채권을 이전받은 배우자도 기한이 도래했음을 이유로 해서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도 주장할 수 있을 것인데요.
제가 처음에는 그런 쪽으로 논리를 구성을 했다가 결국에는 처음 말씀드렸던 쪽으로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이 그 기한의 도래를 근로자를 기준으로 봐서 근로자가 퇴직했을 때에야 비로소 퇴직급여 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급여 중에서 특히 개인형 연금제도라든가 아니면 확정기여형 연금제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기이한 결과가 발생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액수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는 이혼 시를 기준으로 해서 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요. 이혼 시를 기준으로 해서 산정한 액수는 1억 원이었는데 실제로 기한은 퇴직 시에 도래를 하게 되고 그래서 퇴직 시에 그 1억 원을 청구하려고 봤더니 실제로 경제사정이 안 좋아졌다든가 그 연금 상품의 수익률에 문제가 있었다든가 해서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액수가 1,000만 원 정도로 줄어있었다고 하게 되면 연금가입자 입장에서는 진정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1,000만 원만 지급을 하면 되는데 오히려 20년 전에 이혼한 배우자에 대해서는 1억 원을 지급해야 되는 그런 이상한 결과가 발생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퇴직 시를 기준으로 해서 기한이 도래되었다고 보는 것보다는 아예 이혼 시에 기한이 도래된 것으로 해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모두에게 공평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는가라고 하는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서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대법관 민일영
그게 이혼하는 당사자 사이에서는 설사 또 그렇게 볼 수 있을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제3자인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동안에는 회사 입장에서 자기는 퇴직금을 줄 의무가 전혀 없는데 느닷없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부부 사이에 이혼이 됐다는 이유로 제3자인 회사가 당장 퇴직금을 주어야 되는 의무를 부담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그러한 근로자의 이혼이라는 문제로 인해서 제3자인 회사가 어떻게 보면 불이익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감내해야 될 만한 그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것이 될까 모르겠네요.
○ 참고인 현소혜
저는 그것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2011년에 개정되지만 않았더라면 얼마든지 ‘퇴직금 중간정산’이라고 하는 제도를 통해서 회사는 이혼 시 재산분할에 사용하라고 퇴직금 중의 일부를 떼어서 먼저 근로자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개정에 의해서 그것이 불가능해지게 된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제 2011년 개정 이후에는 그것을 떼어서 근로자에게 중간정산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근로자의 전 배우자에게 정산을 해 주는 것, 즉 사용자가 지급해 줘야 되는 채권자가 변경된 것에 불과한 것일 뿐이지 사용자가 뭔가를 중간에 정산해서 지급해 줘야 된다고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법적 지위의 변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대법관 민일영
원고 측 참고인한테 한 가지만 여쭈어 보겠습니다.
지금 참고인은 ‘가사활동 배우자의 가사활동 자체를 공동생활비용의 지출로 인정을 한다면 가사활동 배우자가 제공하는 가사활동과 소득활동 배우자가 제공하는 임금으로 공동생활비용이 충당되는 것이지 임금 취득에 가사활동이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지금 보고 계신 거죠?
○ 참고인 제철웅
예.
○ 대법관 민일영
마찬가지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소득활동 배우자들이 각자 제공하는 임금으로 공동생활비용이 충당되는 것이고 상대방의 임금 취득에 또 다른 배우자가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 참고인 제철웅
예.
○ 대법관 민일영
참고인 말씀대로 부부별산제, 공동생활비용부담의 원칙 등에 비추어보면 그게 일견에서 타당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법 생활에서, 우리나라 국민들 생활에 있어서 생각하는 바가 배우자는 생활의 동반자이자 경제적 공동체로서 정서적이나 신체적이나 물질적이나 상대방의 임금 취득과 기여금 부담에 기여를 한다, 서로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서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 국민 정서이자 법 생활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당신이 버는 것은 당신이 버는 것이고, 내가 버는 것은 내가 버는 것이고, 각자의 비용은 따로따로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법감정에 과연 맞겠느냐, ‘가사활동 배우자의 가사활동이나 내조가 소득활동 배우자의 근로능력을 보존, 유지 또는 재생산하는 것에 기여하고 소득활동 배우자는 그렇게 번 소득으로 부부의 공동생활비용을 부담하는 관계에 있다. 또 마찬가지 그런 차원에서 맞벌이 부부의 경우도 서로가 상대방의 임금 취득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 국민들의 법감정이자 법 생활적 측면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습니까?
○ 참고인 제철웅
그 부분에 대해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지생물학자인 마투라나(Maturana)가 진리상대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진리상대주의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그림이 대법관님들께서 이미 잘 아시는 이 그림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생각할 때는 대법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사활동, 우리가 부부 서로가 임금 취득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안경을 끼고 있는가’입니다.
우리는 부부별산제라고 하는 안경을 끼고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고, 부부공동재산제라고 하는 안경을 끼고 보면 대법관님이 지적하신 우리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이 옳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다음 두 번째로 법과 문화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 많은 사람들이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또는 장애가 있는 성인들을 그분들의 동의 없이도 요양시설이라든지 거주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 관행도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 본인의 동의 없이 입소하는 것은 모두 다 위법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법과 현실이 다를 때 법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우리 대법원에서 고유재산, 그리고 특유재산에 대해서 폭넓게 재산분할을 인정하고 있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 이미 그와 같은 문화들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부부공동재산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고유재산의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부별산제를 취하는 나라의 경우에도 가령 특유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들은 이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고유재산조차도,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재산들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아마 대법원의 그런 판결 자체가 우리 국민들의 그런 문화, 그런 인식들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더 질의하실 분 있습니까? 다른 대법관님?
박보영 대법관님 질의하시기 바랍니다.
○ 대법관 박보영
피고 대리인께 좀 묻겠습니다.
피고 소송대리인은 준비서면에서 장래의 퇴직급여분할방법에 대해서 일시금분할 외에 연금분할 방식도 주장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중에서 노령연금 외에는 공무원연금이라든지 다른 근로자퇴직연금 등의 경우에 법제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 현행법하에서 만약의 경우에 연금분할을 명하게 되면 그 지급의무자는 전 배우자가 되어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장래의 연금분할을 명해가지고 전 배우자가 언제 퇴직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상당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임의적으로 이행하기 전에는 강제집행이 매우 어려울 수도 있고, 또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 배우자 사이에 분쟁이 가속화될 염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 때문에 연금분할이 당위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확하게 법제화되기 전에는 연금분할을 명하는 것 자체는 시기상조가 아니냐 하는 반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대리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피고 대리인
먼저 박보영 대법관님께서 ‘일시금이 아닌 연금분할로 받을 경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실제로 공무원이라든지 군인이라든지 교사의 경우에는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한다면 실제적으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는 분할해서 정기급으로 받는 것이 총금액에 있어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퇴직자들이 일시금보다는 정기급으로 연금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기급으로 연금으로 받게 될 경우에는 처음에 대법원장님께서 질문하신, 중간에 회사가 도산한다든가 아니면 징계라든지 형사처벌을 받았을 경우 지급액이 축소되는 이와 같은 위험부담을 쌍방 배우자가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대법관님께서 ‘법제화가 안 돼서 아직 시기상조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만능주의로 해결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얼마든지 판결을 통해서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도 비율인정방식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제가 처음에 모두진술에서 말씀드린 오사카 법원의 판결례를 보더라도, 물론 그 경우는 연금은 아니고 퇴직금이었지만 비율인정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장래에 퇴직금을 받을 시기에 2분의 1의 비율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법제화가 안 되더라도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84년에 연방법률로 리타이얼먼트 에쿼티 액트(retirement equity act) REA가 제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QDRO, 퀄리파이드 도메스틱 릴레이션스 오더(qualified domestic relations order)에서 법원이 이혼할 때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연금수급권을 분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이 QDRO에서는 연금을 직접 이혼한 상대방배우자, 연금수급권리자에게 주기 때문에 이혼한 배우자, 전 배우자를 서로 만날 필요도 없고 접촉할 필요도 없게 됩니다. 그래서 분쟁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
○ 대법관 박보영
원고 소송대리인께, 아까 예비적으로 주장하신 두 가지에 대해서 묻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혼인 이전에 적립된 부분에 대해서, 그 부분을 특유재산으로 인정을 해서 상대방 배우자가 특별한 기여가 없으면 그 부분은 분할대상에서 제외되어야 된다는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판례를 보면 혼인 전에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이나 혼인 중에 취득한 특유재산의 경우라도 상대방 배우자가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으로 넓게 인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태도에 비추어 보면 그 부분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대리인께서 상대방 배우자의 특별한 기여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는 가치 평가의 문제입니다.
아까 대리인께서는 장래 퇴직급여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을 하고, 거기에다가 또 퇴직급여를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 위험부담까지도 감안을 해서 전체를 평가한 다음에 대상으로 삼아야 된다는 그런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장래에 이 사람이 퇴직하면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가 아니고 현재 일부 하급심 실무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 적립된 금액 또는 지금 현재 퇴직한다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해도 큰 문제는 없고, 여기에다가 또 다시 중간이자정산이라든지 그런 방법을 안 거쳐도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질 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원고 대리인 임채웅
질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번째 문제, 혼인 이전에 적립된 부분에 관해서는 저희가 법리적인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법리가 제시되어야 된다, 인정되어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주장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기존의 법리가 결과적으로 분할이 적을 때 그것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 발전된 법리가 아닌가 싶어서 그 부분에도 좀 문제가 있는 터에 기존에 이미 적립되어 있는 재산은 일반적인 재산보다도 조금은 더 달리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부동산이나 예금 같은 경우에도 비교적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당히 많은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재산입니다. 거기에 비해서 기적립된 퇴직급여 등은 사실상 처분도 불가능하고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그런 재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하게 본다면 거기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기여가 있는 경우는 실질적으로는 거의 상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고요.
그다음 두 번째 가치평가의 문제에 관해서 말씀드리면, 대법관님께서 지적하신 바가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어떤 경우 잘 생각을 해 보면 기존에 적립되어 있는 10년의 기간이 앞으로 적립될 10년의 기간보다 훨씬 더 큽니다. 따라서 그러한 방식으로 인정할 경우에 ‘그렇게 인정해도 상관이 없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할 여지는 충분히 있겠습니다마는 제가 여기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원고나 피고 측의 유불리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퇴직금을 정식으로 분할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 모르겠거니와 정식으로 분할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엄정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져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과 같이 그냥 ‘기준시점에 받을 수 있는 돈으로 인해도 무방할 것이다‘라는 논리는 고려요소로 참고할 수 있다고 할 때는 통용될 수 있는 논리이지 그것을 정식으로 분할대상으로 삼는다고 하는 경우에는 ’그 정도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논리로는 불충분하다는 이야기이고, 정확하게 말씀드린다면 이 부분은 어느 쪽의 간단한 정보만 가지고는 유불리를 말할 수가 없고, 해당 연금의 구조와 그 연금에 적용될 복리에 적용될 이자율, 또 현가 계산을 한다고 할 때 현가 계산의 이자율까지 복합적으로 계산을 해야만 비로소 유불리가 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제가 어느 쪽이 유리하다, 불리하다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말씀드리자면 정식적으로 분할대상으로 삼는다면 그런 식으로 엉성한 논리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더 질의하실 분 있습니까?
김소영 대법관님.
○ 대법관 김소영
원고 측 대리인께 좀 물어보고 싶습니다.
원고 측 참고인께서 내신 서면에 보면, ‘퇴직급여는 노후대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래는 이제 분할할 때 반반씩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고, 이혼이라든지 사망이라든지 장애 이런 여러 가지 부양의 필요성에 의해서 변동될 수 있다’ 이런 취지의 의견을 제시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원고 측에서는 물론 원칙적으로는 장래의 퇴직금을 분할되지 말아야 된다는 의견이시기는 하지만 분할을 만약 인정한다면 일시금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아까 참고인께서 말씀하신 그런 관점에서 볼 때는 퇴직급여 채권하고 다른 일반재산을 함께 분할할 경우에 만약에 일반재산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서, 특유재산이 많다든지 아니면 가사나 육아에 기여한 부분이 별로 없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이제 분할비율이 낮아질 텐데, 그럴 경우라면 퇴직급여 채권하고 일반 채권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달리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어떤 의견이십니까?
○ 원고 대리인 임채웅
질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점에 관해서는 사실은 저희 원고 대리인단에서는 예비적 주장이 되겠습니다만 저희 대리인들 사이에서도 논의는 해봤으나 의견일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외람된 말씀입니다마는 제 사견임을 전제로 하고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퇴직급여 등에 대해서 특수한 성격을 인정한다면 달리 볼 수 있겠지만 만약에 정식으로 분할대상으로 인정한다면 그렇게 인정한 이상은 일반재산과 다를 바 없다, 논리적으로는 그렇다고 판단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분할대상 재산에 따라서 비율을 달리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호 판결의 경우에는 각 재산별로 비율을 임의로 조정함으로써 안 되는데 되게 만든 매우 비정상적인 경우였습니다.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큰 테두리 내에서 몇 대 몇이라고 기여도가 정해진 이후에는 각각 해당 재산에 대해서 어느 비율로 줄 것이냐라는 것은 일반재산과 퇴직급여의 그런 비교는 부동산과 예금을 부동산은 얼마를 주고 예금은 얼마를 줄 것이냐 하는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큰 틀 내에서만 그 기여도가 지켜질 수 있다면 그 내에서는 크게 그 자체로서 불합리함이 노정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사견인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들 내부에서도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내용이 되겠습니다.
○ 대법관 김소영
피고 측 참고인한테도 유사한 질문을 하나 하겠는데요.
피고 측에서도 물론 이제 퇴직급여가 혼인 기간 동안에 기여 부분도 있지만 사회보장적인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을 하시잖아요?
○ 참고인 현소혜
예.
○ 대법관 김소영
그럴 때 아까 제가 원고 측 대리인한테 질문한 그 부분에 대해서 재산분할 비율 이것을 각각 달리할 수 있는가, 이 부분에 관해서는 어떤 의견이십니까?
○ 참고인 현소혜
저는 재산분할의 비율은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연금 같은 경우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또 장래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재산하고는 조금 다른 특수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일반재산은 일반재산대로 기여도를 산정을 하고,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은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대로 기여도를 산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생활보장적인 측면에서 50%, 50%를 각각 보장을 해야 되느냐 아니냐라고 하는 것은 이 문제하고는 전혀 별개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아까 생활보장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말씀드렸던 것은 특히 전업주부 같은 경우에는 본인의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을 희생해 가면서 상대방에게 모든 소득을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하는 측면에서만 말씀을 드린 것이고요. 그런 전업주부의 특수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부부를 기준으로 놓게 되면 생활보장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우리 법제에 배치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법은 아시다시피 이혼 후 부양제도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런 생활보장적인 것들을 들어서 이혼 후에까지 일정한 비율인정방식이라든가 또는 기여도 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게 되면 사실상 이혼 후 사망 시까지 전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상대방에게 지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위험이 있고요.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아까 원고 측 대리인께서 말씀하신 대로 재혼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위험이 함께 따라온다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생활보장적 요소와 무관하게 그 비율은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더 이상 질문하실 분 없습니까?
안 계시면 이상으로 질문시간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각 대리인께서 마무리변론을 하겠습니다. 마무리변론 시간은 각 5분간 드리겠습니다.
먼저 피고 측 소송대리인께서 마무리변론을 하시기 바랍니다.
○ 피고 대리인
1990년 민법의 개정으로 재산분할 제도가 도입되어 재산분할 청구권을 갖게 됨으로써 헌법상 양성평등의 이념이 구체화되었고, 이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래의 퇴직금 청구권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시켜 일방 당사자는 이혼 후에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데에 반하여 다른 일방은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재산분할 제도의 도입취지는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퇴직금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부동산과 같거나 그 이상인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취득하는 재산의 유형 중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재산의 중요성은 점점 낮아지고 연금, 퇴직금, 스톡옵션 등 근로관계에서 파생하는 금전적 청구권 등 비전통적인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재산적 권리를 단지 전통적인 재산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을 한다면 이는 이혼 당사자의 재산관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 분할결과가 형평에 반하고 불합리하게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의 장래 퇴직급여는 원고 전 재산의 거의 50%를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가정의 경우 혼인 기간 동안의 수입은 생활비라든가 자녀교육비 등으로 소비되고, 퇴직금과 퇴직연금 등이 총 자산에서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퇴직금 청구권의 확정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래의 퇴직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몇몇 하급심도 장래의 퇴직금이 무조건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한 것은 아니고 상고심도 무조건적으로 대상이 안 된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하급심과 상고심의 판단의 차이는 외형적으로는 장래의 퇴직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이 되는지 여부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장래의 퇴직금이 이혼을 기준으로 한 시기에 확정되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즉, 장래의 퇴직금은 앞으로의 계속근로 여부 및 퇴직 시의 평균임금을 재산분할 시점에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퇴직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실무상의 곤란성이 장래의 퇴직금과 재산분할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까지 좌우하는 것은 타당하지가 않습니다.
모든 재산은 증감 변동합니다. 부동산도 주식도 각종 변액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도 일정 기간을 놓고 보았을 때는 변동합니다. 또한, 금전채권은 부실채권이 될 수도 있는 등 항상 수령시점에 가서야 금액이 특정된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금전적 청구권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확정성을 유독 퇴직금 청구권에 대해서만 요구하는 근거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퇴직금은 부부공동생활기간 동안 매일매일의 근로의 대가로 누적되어 발생하는 것이므로 한순간에 당첨이 확정되는 로또와 같은 단순한 기대권 내지 불확정 채권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퇴직금은 계속근로의 전체기간에만 대응하는 것은 아니며, 계속근로기간 자체가 매년 1년 단위로 가분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장래의 퇴직금은 확정성보다는 부부의 공동생활 중에 발생하였기 때문에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즉 공동생활성 여부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러니까 공동생활성이 제1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고, 확정성은 부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예측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소혜 교수님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셨으니까 간단하게만 하겠습니다.
지금 아무리 이게 비송사건이라도 당사자로서는 재산분할로 얼마를 받을지, 장래 퇴직급여가 참작이 될지 여부를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공정한 재산분할을 담보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교직생활을 통한 장래의 퇴직급여는 혼인 중의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쌍방의 노력에 의해서 형성된 재산이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방금 전에 원고 대리인께서는 원고가 피고와 혼인하기 이전부터 교사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제해야 된다고 주장을 하셨는데, 어떤 일방의 특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일방이 당해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서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증식에 협력한 경우에는 실질적 공동재산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에 있어서도 2012. 8. 2.자 사실조회회신에 의한 원고의 장래의 퇴직급여 전액이 재산분할대상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법원관계자 여러분들, 다시 한 번 재산분할 대상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마무리변론을 하시기 바랍니다.
○ 원고 대리인 김수연
원고 대리인 김수연 변호사입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그리고 대법관님, 앞서 저희는 퇴직급여의 노후보장기능과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에 관해 말씀드렸고, 장래 퇴직급여를 직접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야기되는 양도금지조항과의 충돌, 불확정성으로 인한 가치환산의 어려움, 분할 후 위험부담의 문제, 이혼 후 갈등연장의 우려, 분할의 실효성 확보방법 부재 등 여러 문제점들을 말씀드리면서 결국 장래 퇴직급여를 임의확정 현존하는 재산과 동일시하여 직접 청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행법 체계하에서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퇴직급여가 재산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보충적으로 재산분할의 부양적인 요소가 인정되기 때문에 장래 퇴직급여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고려의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 당해 사안에 맞게 기타 사정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변동리스크를 가지는 모든 종류의 장래 퇴직급여를 일괄하여 직접 분할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할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독일, 일본 등 선진 외국의 경우도 논란 끝에 결국은 입법을 통해 연금분할을 제도화시켰고, 심지어 판결이 곧 법이라 할 수 있는 불문법 국가인 미국의 법원조차 판시사항에서 ‘연금에 대한 분할을 결정할 때 법원에서 경제적인 사정을 모두 반영하여 결정하기는 어렵고 이는 법원의 권한보다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권고하여 이후 입법화가 이루어진 사실이 이 점을 시사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국민연금법상 분할연금에 대해 이미 제도화가 이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퇴직연금 전반에 대한 제도화를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전까지는 장래 퇴직급여의 종류, 정년 시까지 남은 기간, 맞벌이 여부, 이혼 후 생활능력, 부양의 필요성 등과 함께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는 것이 퇴직급여의 법적 성격과 현행법 체계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타 사정으로 적극 참작하는 방법으로도 법원은 얼마든지 구체적인 사안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그동안 대법원이 여러 차례 원칙적으로 장래 퇴직급여는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고 기타 사정으로 참작되면 족하다고 한 이유도 단지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은 경우 가액산정이 어렵다는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되었을 리 없으며, 오늘 저희가 제시한 여러 문제점에 관해서 충분히 고민하신 끝에 나온 결론일 것입니다.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그리고 대법관님, 이 사건 원고와 피고의 정년퇴직일까지는 무려 각 18년, 17년 정도씩을 남겨둔 상황으로 향후 실제 퇴직일 및 퇴직급여의 발생 여부와 그 액수, 수령할 퇴직급여의 종류 등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원고에게 적용되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상 퇴직급여는 교원에 대한 사회정책적인 보호 외에 교원근무관계의 기능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또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이 강한 일신전속권으로서 전액 양도, 압류, 담보제공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허용되므로 정년 시까지 20년 가까이를 남겨두고 있는 원고의 경우 본인의 책임과 무관하게 향후 퇴직급여 액수가 감액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혼인기간 대부분을 피고와 별거하면서도 5년 이상 본인의 급여를 피고 통장에 그대로 입금하였고, 원고의 급여로 생활비, 양육비는 물론 시어머니의 생활비까지 부담하였으나 정작 피고는 자신의 급여를 모친에게 맡긴 채 원고에게는 관리현황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특히 2010. 9. 말 이후부터는 일체의 교류가 없었습니다. 또 원심에서 인정된 피고의 순재산액은 원고보다 4배 이상 많고, 현재 급여액 역시 피고가 원고보다 훨씬 많아 이혼 후 생활능력면에 있어서도 피고가 월등합니다. 2010. 9. 말 이후 지금까지 원고는 홀로 미성년자녀 2명을 양육해 왔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심이 이러한 모든 사정을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여 최종 분할액수와 방법을 정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므로 이 사건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랜 별거기간 동안 홀로 어린 자녀들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성실히 노후를 준비해 온 당사자가 먼 훗날 받게 될 자신의 장래연금을 분할하여 혼인관계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상대방의 노후까지 부양해야 한다면 이는 사회정의차원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부디 위와 같은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시어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상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예, 수고하셨습니다.
이상으로 마무리변론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 깊이 있는 변론을 준비하여 주신 양측 소송대리인, 그리고 훌륭한 의견을 제시하신 양측 참고인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을 지켜보신 시청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들으신 바와 같이 이 문제는 상당히 판단이 어려운 사안입니다. 지금까지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자료와 오늘 변론을 기초로 해서 가장 적절한 결론을 내도록 우리가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상으로 모든 절차를 마치고 판결선고기일은 나중에 합의되는 대로 따로 정해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상으로 오늘 절차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