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이 바로 터닝포인트
의정부지방법원 홍주안 과장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매 순간 찾아온다. 일하면서 깨닫는 것도 있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발견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 것일 터. 홍주안 과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글. 노초롱 사진. 홍승진
스타일.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메이크오버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스튜디오에 들어선 홍주안 과장은 버킷리스트 중에 메이크오버가 있었다며 운을 뗐다. ‘법원 사람들’에 속해 있는 지금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언제까지고 영원할 수는 없을 테니 잠시 쑥스럽더라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이다. 퇴직 후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으로 용기 있는 도전에 나선 홍주안 과장. 마침 올해 7월 1일 자로 법원서기관 승진을 했다는 소식도 전하며 갓 입사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과장이 되고 보니, 법원서기보로 갓 입사했을 때 만났던 판사님, 과장님, 직원들 생각이 많이 나요.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법원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이 참으로 미숙하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이분들의 관심과 사랑, 돌봄 덕분이거든요.”
여행과 그림, 독서 등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던 홍주안 과장은 직장을 구할 때만 해도 개인적인 취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가장 컸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열정과 시간을 다 바치고 싶은 아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든가 아니면 퇴근 후 개인적인 생활을 완전하게 보장받든가, 둘 중 후자의 이유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생각처럼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순한 일, 판단이 어려워 주말에 조용히 나와 고민해야 하는 일, 상대하기 어려운 민원인과 야근 등 힘든 날도 많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해 올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성공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승진하기 전, 1년 동안 공탁 업무를 했는데 그동안 해왔던 많은 일이 마치 구슬이 꿰어지듯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절차가 이해되는 동시에 일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어요. 일하면서 점점 더 일을 좋아하게 됐으니 전자의 이유도 성취한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만큼 오늘의 도전 또한 새로운 추억으로 남을 터. 평소 원피스를 비롯해 H라인 스커트에 블라우스 혹은 회색이나 검은색 바지에 블라우스를 주로 입고, 여기에 재킷이나 코트로 스타일링한다는 홍주안 과장. 오늘 전체적인 변화도 물론 기대가 되지만, 무엇보다 메이크업을 제대로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화장을 예쁘게 하고 싶어요. 립스틱 외에 메이크업을 해본 지가 오래됐거든요. 쌍꺼풀이 없는 눈이라 화장을 하지 않으면 조금 피곤한 기색으로 비치기도 하더라고요. 전문가의 손길로 메이크업을 받고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할 멋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요.”
법원과 가정에서 소통하는 노력
민사합의과장인 홍주안 과장은 59명의 직원과 민사항소, 민사합의, 행정, 가사, 소년·아동·가정 보호, 소송비용 확정, 보존, 가사조사 업무 등을 진행한다. 특히 직원들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살피며 사무분담을 하고, 일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과 행사가 줄거나 비대면으로 바뀌어 비교적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직원들과는 4명씩 돌아가면서 점심식사만 겨우 한 번 했을 뿐이에요. 모두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고 멋있었어요.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던데, 하루속히 얼굴을 마주하며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대화와 소통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홍주안 과장은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에서야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지만, 집에서는 아무래도 감정이 앞설 때가 많다며 사춘기 아들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감정적인 대화에는 비난, 비판, 원망이 포함되기 쉽잖아요. 남편은 저를 잘 알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화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아이들과는 오해가 쌓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대화의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사랑하는 아이들과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이때 만난 책인데 고개가 끄덕여지고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4시간이나 되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독서를 한다는 홍주안 과장은 스스로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늘 요리를 하거나 커피를 즐길 때 좋은 스타일, 지적인 커리어우먼 스타일 그리고 긴 머리에 어울리는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요청했다.
“늘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다 시간이 나도 여유를 잘 즐기지 못하고요. 커피 마시는 사진을 보면 그 향기가 느껴지면서 따뜻해지고 편안해지거든요. 저도 그와 같은 연출을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직장에 오래 다녔음에도 지적인 커리우먼 스타일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오늘 다양한 스타일링에 도전하며 기분전환 해보고 싶어요.”
첫 번째 착장은 부드러운 베이지 톤으로 맞춰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 소품으로 머그잔을 들고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연출하니 여유로운 모습이 포착됐다. 다음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시크한 블랙톤의 의상을 입고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했다. 마지막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밝은 트렌치코트와 원피스를 매치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늦가을의 정취가 더해진 한 컷이 완성됐다.
내일을 위한 다짐과 약속
어느덧 올 한 해도 마지막 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홍주안 과장은 올해 스스로 약속했던 것은 다름 아닌 ‘성경 통독’이었다고 설명한다. 벌써 두 번이나 통독하고, 세 번째를 남겨두고 있다니 이만하면 올해 약속을 잘 지킨 셈이 아닐까.
“올해 1월부터 직장 후배 3명이랑 성경 통독을 약속했어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4개월 만에 통독하는 것으로요. 점심시간에 같이 모여서 읽기도 하고 혼자 읽기도 하면서 어쨌든 8월 말까지 2번 통독할 수 있었어요. 4명이 같이 약속하고 서로 격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성경을 계속 읽고 있어요. 다 읽으면 세 번째 축하 파티를 하자고 약속했어요.”
홍주안 과장은 오늘 메이크오버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제일 보여주고 싶은 사람으로 자신을 꼽았다. 먼 훗날의 나에게 특별한 이 날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이다.
“인간은 나이 오십 세를 기점으로 육체가 약화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과 건강 그리고 살면서 쟁취한 물질, 명예, 지위, 권력도 차츰 상실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이제부터는 겉보다는 속을,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에 의지해 살아가고자 합니다. 오늘을, 바로 이 순간을 그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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