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④] MZ와 꼰대의 구분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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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나는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시험에 합격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와 같이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바람에 1년 만에 휴학하고 말았다.

그렇게 진로를 고민하던 나는 방황하기보다는 좀 더 일찍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른 나이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합법적 백수기간,

엄마와의 행복한 대화 시간

발령 대기기간 동안 운전면허도 취득하고, 하고 싶었던 운동도 하며 별 고민 없이 시간을 보냈다.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합법적 백수 기간’ 이었다. 오랜만에 여유시간이 생긴 나는 매일 저녁을 워킹맘인 엄마와 수다를 떠는 데에 보내곤 했다. 서로 일찍 자야 하는데 걱정하면서도 그날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12시 넘어서까지 잠에 들지 못한 적도 많았다. 엄마는 나더러 친구처럼 말동무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지만, 사실 그 시간들은 엄마보다도 내가 더 좋아했던 시간이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내가 좋아하는 홍차를 우려서 밀크티 두 잔을 타고,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엄마는 내가 차를 가지고 식탁 위에 올려두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다소 무거운 한마디를 던졌다.

‘왜 요즘 친구들은 우리를 꼰대라고 부를까?’라고 질문을 하는 엄마의 얼굴에는 약간의 서운함과 화남이 섞여 보였다. 내가 약간의 고민 후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엄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유야, 나는 꼰대라는 말 자체가 서운해’ 나는 우선 엄마가 어디서 꼰대라는 말을 들었는지가 궁금했다. 평소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얘기하길 회사 점심시간에 비슷한 나이대의 동료분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어떤 한 분이 ‘꼰대’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다들 그 단어에 대한 불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나는 ‘꼰대’라는 단어를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무척 난감했다. 그 당시 나는 ‘윗세대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의 불만에서 나온 단어가 아닐까’라는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만 엄마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갖가지 이유를 늘어놓고 이해해달라는 나의 말을 듣고도 그날 엄마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은 채로 찝찝한 대화가 끝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엄마는 설득이 아닌, 어른들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서 첫 사회생활

이후 춘천지방법원에서 임명장을 받으며 나의 ‘합법적 백수 생활’은 막을 내리고 2023년 2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입사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단연 ‘정말 어리다’였다. 계장님들이나 과장님들 중에는 부모님과 나이대가 비슷한 분들이 많았고 그분들이 느끼시기에는 내가 소위 말하는 ‘MZ세대’였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친해졌지만 바로 옆자리에 있던 선배가 나중에 말하길 20대 초반의 신규가 온다는 얘길 듣고 많이 걱정했다고 했다.

‘이런 게 요즘 어린 세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한 시각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회사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되어 갈때쯤, 나는 엄마와 나눴던 세대 갈등에 대한 대화들이 문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언론이나 인터넷에 보면 세대 갈등에 대한 문제가 항상 대두되곤 했다. 나의 첫 계장님은 엄마와 동갑이셨다. 발령 부서는 가족관계등록부서였는데, 계장님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도 더러 나누곤 했지만 ‘세대 차이’라는 명확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계장님도 이를 느끼셨는지 나보고 ‘지유랑 이야기하다 보면 나이 차이를 잘 모르겠어’라며 말하시곤 했다. 그렇다고 나와 계장님 사이에 의견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나이의 차이와 살아온 환경의 차이로 인해 대화하다 보면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계장님은 나를 이해해 주려고 하셨고, 나도 감사한 마음에 자연스럽게 따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후에 이 일에 대해 엄마랑 다시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요즘 부모님 세대 분들이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조심스러워하고 스스로 ‘검열’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돌이켜보니 첫 계장님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계장님의 숨은 배려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선배님과 계장님들의 호의나 배려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해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의 익숙한 잔소리,

말의 물꼬를 트기 위한 말

항상 명절만 되면 뉴스에 언급되는 익숙한 잔소리들이 있다. 대학생 때는 ‘언제 취업할 거니’, 취업하고 나서는 ‘언제 결혼할 거니’, 결혼하고 나서는 ‘언제 애 낳을 거니’. 나도 어릴 때부터 이런 잔소리들을 자주 들으며 자라왔다. 옛날에는 나도 이러한 말들을 들으면서 속으로 불평을 해왔다. 그러한 말의 의도가 빨리 그러한 인생의 과업을 수행하라는 잔소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웃어른들이 이런 말들을 하시는 이유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할 말이 없어서 말의 물꼬를 트기 위해 꺼내시는 말씀이셨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한 것이 어른들이 20대인 나와 이야기를 시작할 주제가 없고,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없으니 안부 인사로 그러한 말들을 꺼내시는 것이었다. 이후로 친척어르신 분들이 나에게 ‘남자 친구는 있니?’라는 말을 하실 때면 ‘나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시는 거구나’ 하며 웃으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험난한 사회생활에 진심이 담긴 따뜻한 조언

타인의 사생활을 물어보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세대에서 서로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만족감이나 우월감을 채우려는 조언이 아닌, 본인의 진심이 담긴 조언들이 있다. ‘만약 내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따뜻한 조언들. 그러한 조언들은 그분들의 과거에 대한 후회와 내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애정이 뒤섞여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꼰대’라고 단순히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그분들의 애정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상에서, 내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해주는 따뜻한 조언들은 내 스스로 이 세상 속에서 좀 더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험난한 사회생활을 극복해 나가야 할 초년생들은 어른들의 따뜻한 조언이 필요하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어른들은 젊은 세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요즘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인내심 없이, 서로를 ‘꼰대’나 ‘MZ세대’라는 단어로 너무 쉽게 비판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발전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살아온 환경으로 인한 인생관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언젠가는 MZ와 꼰대의 구분이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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