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사람] 보지 못한 곳까지 듣지 못한 것까지 마음을 읽는 조사사무직렬

조사사무직렬  

 

 

신지연 조사관 전국환 조사관노은선 조사관

 

(왼쪽부터) 신지연 조사관, 전국환 조사관, 노은선 조사관

 

내 마음의 보석상자

글과 진행 이재영  사진 안테나스튜디오

보지 못한 곳까지 듣지 못한 것까지 마음을 읽는 조사사무직렬

조사사무직렬은 이혼, 입양, 후견, 아동학대, 가정폭력, 소년 비행 등 사회 전반의 기본이 되는 관계 속 문제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 그들의 시선이 닿으면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평평하게 놓인 각자의 사정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가족의 해체나 가정의 붕괴로 납작해질 뻔한 개인의 삶이 다시 우뚝 설 기회를 갖는 것이다. 법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도록 해주는 조사사무직렬 신지연, 전국환, 노은선 조사관이 대담을 나눴다.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

신지연 조사관 _ 서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렇게 모이니 새롭네요. 반갑습니다.

노은선 조사관 _ 네, 저는 전문조사관으로 근무한 지 이제 7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층이 다른 후견센터에 근무하다 보니 만날 기회가 자주 없었지요. 저도 반갑습니다.

전국환 조사관 _ 반갑습니다. 조사관이라고 하면 사건 관련해 조사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순하게 알고 계실 텐데 보직이 다양하죠. 저는 임용될 당시에는 가정보호, 아동보호조사관으로 시작해서, 지난 2년간은 가사조사관, 그리고 올해는 다시 가정보호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지연 조사관 _ 저는 소년보호조사관으로 시작해서 후견감독담당관을 거쳐 현재는 이혼, 입양 등의 가사 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은선 조사관님은 법원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법원에서의 일은 어떠세요?

노은선 조사관 _ 근무한 지 7개월인데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선배님들이 아시다시피 후견개시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후견제도의 경우 능력이 되지 않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현존능력을 존중해준다는 의미가 더 크더군요.

신지연 조사관 _ 맞아요. 금치산 한정치산제도가 성년후견제도로 바뀌면서 당사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고, 재산뿐만 아니라 신상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관점으로 바뀌었죠. 후견 감독사건을 담당할 때 후견인들이 법원에서 이렇게 관심 가져주어 고맙다고 말씀하신 적이 많았어요. 보호사건들도 보호처분 결정으로만 끝나지
않죠?

전국환 조사관 _ 그렇죠. 막상 법원에서 근무해보니 판사님들이 사건의 처분결정만 하는게 아니라 처분을 이행하고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까지 살핍니다. 궁극적으로는 재범을 예방하고, 가족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많은 국민이 모르고 있는 법원의 후견복지적인 기능인 거죠.

신지연 조사관 _ 가정법원의 사건들이 모두 가정 내에서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판결이나 결정에 앞서서 조사관들이 가정의 회복을 위한 개입을 하기도 하고 판결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마음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혼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의 상황과 입장을 듣고 재결합 가능성을 살피기도 하고 자녀가 있다면 부모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사관의 개입을 통해 가족이 변하는 걸 볼 때 조사관의 일에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됐어요.

 

소송을 넘어 전체를 보는 일

신지연 조사관 _ 가정법원의 사건들이 영유아 입양에서부터 아동보호, 소년보호, 가정보호, 혼인과 이혼, 성년후견까지 인생 전반의 사건들을 다루다 보니 사회의 변화나 사람들의 생각 변화에 대해서도 민감한 눈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소장 속의 분쟁이 좀 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파악되죠.

노은선 조사관 _ 저는 미성년후견사건에서 보이스피싱으로 부모님이 세상을 등진 아이들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데, 큰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더군요. 가정보호사건 조사 시에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전국환 조사관 _ 가정보호사건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결과를 조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정폭력의 원인과 동기를 파악하여 가족 구성원 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등 교육적, 상담적 역할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지연 조사관 _ 언젠가 가사조사관은 멀티플레이어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조사관이면 조사만 할 것 같지만 기본적인 사실조사 외에도 다른 일들도 많이 하고 있죠.

전국환 조사관 _ 보호사건에서는 처분 전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거나 심층평가를 위한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심리전문가 상담등을 실시하게 되는데 의뢰 관련 업무를 조사관이 담당합니다. 가사사건에서는 조정조치 상담이라고 하는데 부부 상담, 부모교육 등도 연계하고 조율하는 것도 조사관의 일이고요.

신지연 조사관 _ 가사 소송 사건에서도 따로사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1박 2일 캠프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면접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족을 위한 면접교섭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또 입양을 청구한 예비 입양 부모를 대상으로 법적인 절차 안내와 부모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상담위원 등 위촉한 전문가 관리도 하고요.

노은선 조사관 _ 출장도 잦죠. 후견개시 조사 출장을 종종 나가는데, 아이의 양육환경이나 어르신의 상태 등을 점검하는 일을 합니다.

신지연 조사관 _  조사실에서 조사만 할 것 같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일하는 게 조사사무직렬의 특징입니다. 친권 및 양육권과 관련해서 보조 양육자도 만나고, 물리적 환경도 살핍니다. 보호사건의 경우 아동복지시설로 직접 출장을 나가기도 하고요.

전국환 조사관 _ 면접교섭을 지원하기 위해 키즈카페로 출장을 가기도 하지 않습니까? 하하.

 

공감과 이해가 조사의 첫걸음

노은선 조사관 _ 얼마 전에 선배님의 요양병원 출장길에 함께 했는데,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속과 이유를 천천히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사라는 게 기술적인 것도 있겠지만 한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고 존중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인간행동 전문가를 뽑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신지연 조사관 _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입장에서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이요. 사람은 잘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누구나 자기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귀 기울이면 속마음도 꺼내 놓고 솔직해지더군요.

전국환 조사관 _ 저는 결국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라는 걸 강조합니다. 조사관이 다 듣고 판사님도 고민하고 각자의 법률대리인도 있지만 결국 사건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본인이니까요. 삶은 이어지고 현재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야 해요. 궁극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도록 독려합니다. 모든 걸 소송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노은선 조사관 _ 법원에 오는 분들은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황인 경우가 많죠. 그분들 뵐 때마다 찬바람이 아닌 따스한 햇살이 외투를 벗겼다는 동화를 떠올립니다. 평가하기 위해 조사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도우려 한다고 말씀드리면 경계를 푸시더군요. 오히려 저는 그때 이면의 동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을 합니다. 조사관은 사실을 정확히 보는 눈을 가지고 올바르게 파헤치고 예측해야 하니까요.

신지연 조사관 _  타이밍도 중요하고 좋은 질문도 중요하죠. 어떤 질문을 했을 때 표정과 태도가 확 바뀔 때가 있죠.

전국환 조사관 _ 조사관은 당사자가 방심하는 찰나에 훅 들어가는 기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신지연 조사관 _  진실을 건져 올렸을 땐 잠시 마음을 놓지만,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문제니까요. 두세 시간 몰입해서 조사하고 나면 정말 진이 다 빠집니다. 여러분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 저는 감당이 안 될 때는 동료들과 상의도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요.

판결에 도움이 되기 위한 노력

전국환 조사관 _ 가사사건을 처음 담당했을 때, 신지연 조사관님이 제 직속 선배님이셨죠. 어려운 사건을 조사할 때나 조사를 끝낸 후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선배님이 옆자리에 계셔서 든든했습니다. 특히, 조사관으로서 사건을 보는 관점뿐만 아니라, 사건에 개입하면서 소진된 감정까지 지지해주셔서 힘든 감정을 훌훌 털어내고 다음 사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노은선 조사관 _ 저도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언을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역시 저희 선배님들이 최고네요.

신지연 조사관 _  후배님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부끄럽네요. 저는 가끔 점심시간을 이용해 법원과 가까운 양재 꽃시장에 다녀옵니다. 꽃이 주는 생명력과 생동감이 좋아서요. 보고 있으면 기분이 풀리죠.

노은선 조사관 _  좋은 방법이군요. 저도 기회가 되면 함께 가고 싶네요.

전국환 조사관 _ 행정처에서 조사관들을 위해 만들어준 그루터기라는 프로그램도 추천합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소진되고 힘들면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 좋은 공간에서 요가나 명상을 하며 쉴 수 있는 힐링프로그램이죠. 전 매년 참여하는 편인데, 특히, 개인 상담이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노은선 조사관 _ 그런 게 있었군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네요. 꼭 이용해야겠어요.

신지연 조사관 _  조사관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는 부분이라 아주 감사하죠. 앞으로도 각급 법원 조사관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전국환 조사관 _ 조사 업무가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된 순간도 많죠. 저의 경우 면접교섭이 안 됐었는데 적극적인 개입으로 면접교섭이 이뤄졌 을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신지연 조사관 _   맞아요. 저도 입양을 청구한 부모님이 입양 자녀와 함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비행을 저질렀던 보호소년이 시간이 지나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을 때 보람도 느끼고 감동을 받기도 했던 것 같아요.

노은선 조사관 _ 판사님이 판결하는 데 있어 우리가 조사한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이 되죠. 부담이 되지만 보이지 않은 것, 미처 듣지 못한 것들을 내가 알려서 판결에 좀 더 도움이 된다는 게  큰 보람입니다. 조사관 일의 의미이기도 하고요.

전국환 조사관 _ 힘들지만 보람도 큰일이 조사 업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은선 조사관 _ 막상 법원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 보니 법원은 사회구성원의 기회를 뺏는 곳이 아니라 기회를 주려고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도 이 안에서 역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도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지연 조사관 _   법원에 들어온 지 어느새 9년 차가 되었더라고요. 법원 구성원들 모두가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고, 가사재판 속에는 냉철함과 따뜻함이 함께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법원의 일원으로서 함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이렇게 <법원사람들>을 통해 전국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전문조사관들의 일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우리 업무가 판결에 도움이 되고 법원을 찾는 국민께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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