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석상자] 진실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다정한 안내자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애쓰는 6인

人사이드인터뷰

2022.12.07

인터뷰대상자들

내 마음의 보석상자

글과 진행 이재영 사진 임근재

진실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다정한 안내자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애쓰는 6인

정은희·최양희 증인지원관, 김동현 부장판사, 박수현 판사, 이향숙·최경아 해바라기센터 팀장

12월이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법원을 찾았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억울함을 해소하고, 잘못된 연을 정리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벌을 받기도 했다. 그 수많은 발걸음 중엔 성범죄 피해 아동 및 청소년도 있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30조 6항의 위헌 결정으로 불가피하게 본인이 직접 재판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을 밝히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다시 꺼내 보고 싶지 않은 경험을 기억해내기란 어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대담에는 성범죄 피해자 증인들을 돕는 증인지원관과 해바라기센터의 전문가, 성범죄 피해자를 폭넓게 이해하려는 두 명의 판사가 함께 했다.

피해자 증인의 가장 가까이에서
김동현_인사하고 시작하실까요? 업무 영역이 다 다르지만 성범죄 피해자 보호라는 주제로 모이게 됐는데요. 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는 김동현 판사고요. 올 8월까지 성범죄 전담 재판부에서 근무했습니다. 과거에도 성범죄 전담 재판부에 여러 차례 근무한 적이 있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고 또 전반기에 대법원 산하에서 성범죄사건심리개선연구반에도 참여한 바가 있는데, 그런 연고로 불러주신 것 같아요. 오늘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유익한 대화가 많이 오갔으면 합니다.
최경아_안녕하세요.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거점) 연구개발 팀장 최경아입니다. 저는 영상 증인신문 해바라기센터 시범사업의 담당자이고 증인신문 관련 해바라기센터 운영 전반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향숙_안녕하세요.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통합에 근무하고 있는 상담 법률 팀장 이향숙입니다. 미성년 피해자 증인이 영상 증언을 하러 오면 제가 서포트하는 실무를 맡고 있고요. 피해자를 만나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나누겠습니다.
정은희_안녕하세요. 서울중앙지방법원 증인지원담당관 정은희입니다. 재판부 참여 업무만 하다가 2년전 증인지원관에 지원했습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갈증이 좀 있었는데요, 언론에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증인이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많이 다뤄서 관심이 있던 차에 증인지원관 제의를 받았어요. 지금까지의 법원 업무와 조금 다른 보직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증인지원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박수현_서울서부지방법원 박수현 판사입니다. 김동현 부장님과 같이 대법원 행정처에서 진행하는 성범죄사건심리개선연구반 활동을 했었고요. 작년 말에 헌법재판소에서 성폭력처벌법상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성폭력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한 특례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미성년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하는 상황이 됐죠. 제가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활동도 하고 있는데 1월에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체 입법과 관련한 의견들을 구했었어요. 그 내용을 이어서 어떤 절차로 현재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면서 적절한 재판 운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도 이런 활동들로 지금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된 것 같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최양희_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양희 증인지원관입니다. 오늘 뵙게 돼서 반갑고요. 좋은 말씀 나누었으면 합니다. 증인지원관이라는 업무가 법원 생활을 하면서 많아야 한두 번 정도밖에 할 수 없는 보직이라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했고요. 사실 사무실이 아늑하고 좋아 보인 것도 지원에 영향을 미쳤어요. 하하.
정은희_사무실 환경이 좋죠. 하하.
최경아_아무래도 피해자들을 편안하게 해야 하니 공간 자체가 쾌적하겠네요.
최양희_네, 아늑하고 좋은데 힘들 때도 있죠. 아시겠지만 증인들을 제일 가까이에서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서요. 밀도 있게 접촉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것들을 관찰하고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게 저희 일이에요. 증인 분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이라 수사기관이든 법원이든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최대한 그렇게 느끼시도록 하려고 하죠.
김동현_피해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대화하시나요?
최양희_본인들이 하는 경우도 있어요. 힘들었던 부분이나 치료받고 있는 것들도 세부적으로 얘기할 때도 있어요.
김동현_지원관님께서 법정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설명도 해주시나요?
최양희_다 합니다. 절차 중에 그런 과정이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고, 절차상 지연될 때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양해를 구하고 있어요.

피해자 이전에 아동, 청소년이라는 걸 이해해야
박수현_증인지원관 하시면서 위헌 결정 이후에 좀 달라진 면이 있나요?
정은희_네, 있죠. 달라진 건 전에는 아동, 청소년 등 미성년 피해자를 보는 경우가 1년에 한두 번 정도였어요. 거의 못 봤는데 올해는 자주 봤죠. 저희 증인지원관들의 역할이 특별 증인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심리로 증언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건데요. 미성년피해자 증인들은 더 신중하게 대해야죠. 어린 친구들은 사건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일단 법원이라는 건물 자체로도 위압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어른들도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어요.
이향숙_저도 오늘 대담을 위해 대법원에 왔는데, 긴장했어요.
최양희_맞아요. 법원 직원인데도 못 찾고 헤맸는데 큰 건물이고 법원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압박이 없지 않을 것 같아요.
정은희_그래서 조금 일찍 와주십사 해서 주변 산책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해요. 그렇게 세심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제일 어려운 건 겉으로 나타나는 것과 본인의 상황에 대한 마음이 전혀 다르다는 거예요.
박수현_보여지는 것과 실제 상태가 다른 건가요?
정은희_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아보여요. 웃으면서 과자도 먹고 발랄해서 아이라 금방 적응했구나. 편하게 있다가 증언 잘 하겠네,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했는데 나중에 보호자인 엄마 얘기를 들어보면 아니에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한다는 거죠. 그래서 엄마한테 화를 내고, 오지 말라고 하고 혼자 증언하겠다고 한다고요.
최양희_대부분 사고 피해자들은 부모님과 동석하는 걸 원하지 않더라고요. 저희도 권하지 않아요. 그래서 부모님께도 같이 가서 들으시면 더 힘드시고 피해자도 부모님이 계시면 오히려 말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 대기하시면서 잘 하고 오라고 응원만 해주십사 부탁해요.
김동현_힘들어했던 그 친구는 법정에서 증언은 잘 했나요?
정은희_제가 재판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겉으로는 힘겨워 보이지 않았는데, 증언마치고 상담과정에서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게되곤 했습니다.
최양희_제가 증인지원관을 한 2년 동안 보면 한 번 당한 피해자들은 엄청 힘든 걸 표출해서 캐치가 가능한데,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 피해자 증인들은 굉장히 위축되어 있어요. 그래서 증언 자체가 상당히 힘든 경향이 있죠.
김동현_맞습니다. 후자가 더 힘들어하죠. 법정에서 증인신문 해보면 성인들이 감정의 동요를 더 많이 겪습니다. 그에 비해 아동 피해자 증인들은 위축된 모습을 많이 보이죠. 증언 자체가 힘든 것이 아동 피해자 증인들의 특징입니다. 증언을 하면서 감정의 동요를 심하게 겪는 성인 피해자들하고는 차이가 있지요.
이향숙_증언을 사건 직후에 바로 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경과 후에 하게 되잖아요. 재판 기일이 1년 전후로 잡히기도 하니까요. 회복되어 가는 단계인데 다시 기억해야 하는 게 괴롭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요. 법원이 아닌 해바라기센터로 오더라도 증인으로 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지원관님 말씀처럼 한 시간 전에 일찍 와서 라포 형성도 하고,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사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노력하지만 아이들은 보호자가 힘들어 할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예민한 상태죠. 힘들면 힘들다고 해야 하는데 태연한 척 억누르는 게 보여요. 그게 제일 안타깝죠.
정은희_너무 밝은데, 그게 밝은 척하는 거라 안쓰러워요.
김동현_증인으로 법정에 서면 경직된 분위기가 있죠. 경찰조사 단계는 피해자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라포를 먼저 형성하는데 법정은 라포를 형성할 기회가 제한적이죠. 기본적으로 법정이 가지고 있는 긴장관계를 아동 피해자 증인도 온몸으로 느낄 겁니다.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싶지만 공간 자체의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고, 특히 변호인 문제가 심각하달까요? 국선 변호인은 조금 낫습니다만 사선 변호인은 아동 피해자를 배려하기 위해 선임된 분들이 아니니까 피해자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지요. 사실 법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변호인들의 신문 컨트롤인 것 같아요.
박수현_그분들은 또 그분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어려운 부분이죠.
김동현_피고인의 입장에 몰입되어 있는 분들이라 때론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동 사건은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잖아요.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연구가 없으시니까 재판부에서 그런 질문들을 통제하는 게 큰일 중의 하나입니다. 도저히 안 될 거 같으면 신문 사항을 받아서 제가 대신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향숙_아동 피해자들에게는 재판정이라는 공간도 위압적이지만 증인, 피고인 이런 용어 자체도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말이잖아요. 어려울 거예요. 해바라기센터에 와서 영상 증언을 한 케이스가 아직 많지 않지만 하고 나서 속 시원하다고 한 아동이 있었던 반면 괜히 했다는 아동도 있었거든요. 그냥 법정에 갈 걸 하면서요. 피고 측 변호사님이 다그치듯 하셨는데 아이들은 예민하게 받아들이니까 영상인데도 무서웠던 것 같아요.
박수현_올해 몇 건 하셨어요?
이향숙_총 10건 정도인데 실제로 진행한 건 3건이었어요. 한 번은 영상 세팅하고 증인이 왔는데, 직전에 판사님과 피고인이 이야기 나누시면서 가해를 인정했다고 취소된 적이 있어요.
김동현_다행이네요. 법정에서 증인신문할 때 동석하기도 하시나요?
이향숙_증인이 신뢰관계인으로 동석을 요청하면 해당 재판부 판사님의 허가를 받아 참석할 수 있으나 아직 요청한 증인은 없었습니다.
최경아_위헌 결정 전에는 신뢰관계인으로 참여하곤 했었죠.

인터뷰대상자들

(왼쪽으로) 최경아 해바라기센터 팀장, 최양희 증인지원관, 김동현 부장판사

증인지원관이 필요한 이유
박수현_전에 성범죄 피해자들의 법정 경험을 듣는 기회가 있었어요. 피해자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재판에 대한 인식과 인상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절차에 왜 참여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신의 역할을 이해한 상태에서 사건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한 사람들은 증언 자체로도 자기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반면에 설명도 못 듣고 일단 나오라니까 출석해서 질문한 것에 답변하는 상황인데 피고인 측의 인신공격적인 질문에 노출되거나, 피고인의 지인이나 친인척과 마주친 경험을 한 피해자들은 너무 힘들어했고요. 그런 분들은 내가 왜 고소를 했을까? 그냥 참고 말 걸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판사님들은 다들 국민에게 신뢰받는 재판을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니까, 전자로 가는 재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은희_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알고 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죠. 그래서 저희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박수현_형사소송법은 인적 증거로서 증인의 의무에 대한 규정을 주로 두고 있어요. 그동안 판사님들도 증거로서 증인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시는 경우가 많았고요. 법원에 오는 과정에서 어떤 상황을 겪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에서 증인지원관 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연구반도 시작하게 된 것이고요. 이런 문제 의식들이 요즘에 많이 공유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김동현_위헌 결정이 나고 나서 판사들이 혼란을 많이 겪었고, 거기에 대해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대법원에서 연구반을 조직해서 그 부분에 대해 연구를 해보자, 지금 위헌 결정이 났으니까 그걸 전제로 우리가 어떻게 피해자 특히 아동 피해자들을 많이 다치지 않게 배려하면서 재판할 수 있는지 생각하자 해서 결성이 됐구요. 결과물이 8월 말경에 보고서가 나와서 일단락은 됐습니다.
최양희_보고서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김동현_아동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관심사였던 거 같아요. 아동이 법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동의 특성을 이해한다는 걸 전제로 신문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게 저희 공감대였고요. 제도 개선 방법이 뭐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했고요. 그런데 제도 개선은 현 법제도 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입법적으로 여러 가지 개선 조치가 있어야 하겠죠.
박수현_아동의 특성 이해와 관련해서 최경아, 이향숙 팀장님이 계시는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장이신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형윤 교수님을 모셔서 특강도 들었어요. 정은희 지원관님도 저희 연구반에 오셨었죠?
정은희_네, 판사님들은 법정 안에 계시니까 법정 밖의 실무나 증인의 상황 모습 궁금하시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자리였죠. 실무적으로 증인지원절차 신청은 어떻게 하고 증인들이 원하는 증인지원사항이 어떤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 함께 논의했던 자리였어요.
김동현_네, 말씀대로 성범죄 재판 오래했지만 증인지원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어요.
박수현_대부분의 판사님들이 잘 모르실 거예요.
최양희_판사님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원들도 모르실 겁니다.
박수현_저도 연구회와 연구반 활동을 하면서 기회가 돼서 증인지원실에 처음 가봤어요. 함께 근무하던 참여관님이 증인지원관으로 가신 인연으로 둘러봤는데, 특별증인지원실에는 어항도 있고 장난감, 담요 같은 것도 있고 정말 아늑하더라고요. 피고인과 만나지 않는 통로로 동선도 분리되어 있고요. 증언을 마친 증인이 많이 힘들어 하면 법원 앞까지 동행해서 택시도 태워서 보내주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증인지원관님들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달까요. 재판정에 들어와서 재판 진행하고 증언을 마치고 나가는 상황만 보잖아요. 김동현 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상대방이 너무 심하게 대하지 않도록 하고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어가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법정이 주는 무게감도 있는데 거기서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을 증인지원관님들이 많이 보충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최양희_잘 모르는 직원은 무슨 업무를 하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분위기가 카페 같고 근사해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해요.
정은희_제 사무실이 동선이 피고인과 별도로 이루어져야 해서 끝에 거의 모서리에 있거든요. 실무관님들도 못 찾아올 때가 있어요. 어디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최양희_법원에서는 좋은 환경이죠. 증인들이 오면 힘들어하다가도 환경이 좋으니까 얘기도 하고, 저희도 뿌듯하고 좋습니다.
김동현_좋은 환경에 있어도 피해자를 대면하고 대화를 하고 해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실 거 같아요. 성범죄라는 거 자체가 사실은 피해자의 극심한 고통을 계속 공감해야 하는 거잖아요. 거기서 오는 감정적인 소모라고 해야 하나 그런 스트레스가 있을 거 같아요.
정은희_상당히 있어요. 앞으로 그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가고 난 뒤에도 생각 많이 해요. 자려고 누워도 떠오르고요. 제가 대담 오기 전에 증인지원관 하셨던 두 분에게 물었거든요. 일하면서 어땠냐고. 그런데 두 분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공감 능력이 뛰어난 한 직원은 너무 힘들었다고 하시고, 덤덤한 편이셨던 분은 좋았다고 하시고요.
최양희_저희도 같이 일하는 동료가 처음에 눈물이 나서 엄청 애를 먹었다고 해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요. 공감은 해주되 감정 이입해서 너무 슬퍼하면 안 되니까요.
정은희_컨트롤하는 것 자체가 힘들더라고요. 저도 공감 능력이 좋은 편이라, 같이 손잡고 울다가 시간 다 간 적도 있어요. 해바라기센터 분들은 전문가시니까 좀 덜 힘드실 것 같아요.

진실을 찾기 위해 필요한 증인의 안정
이향숙_피해 직후 경찰에 신고하여 현장에서 센터로 바로 오는 경우도 있고, 진술 조서 작성하고 오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까 얼떨떨해하고 많이 울죠. 울면 저는 기다려줘요. 상담사라는 직업 자체가 너무 감정을 이입하면 안 되고 스스로 컨트롤해야 해서 훈련을 하고 노력하죠. 저희는 무엇보다 안정을 도우면서 신고는 참 잘 한 거고,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해드려요.
최경아-아무래도 아동, 청소년들은 더 다독이고 안정을 시킬 필요가 있고 힘든데, 저희가 침착해야 아이들도 덜 불안해하니까요. 증인이 안정되는 게 재판에서도 중요하잖아요.
김동현-그렇습니다. 증인이 안정이 돼야 증언을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위축된 경우가 안 좋고요. 아무 말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편하게 증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정은희_피해자 증인들이 판사님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많이 해요.
최양희_증인들에게 증언 전에 피고인 측 변호사가 신문할 때 공격적으로 나올 수가 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 거라고 미리 말씀드리고 용기를 가지고 하셔야 하는 부분이라고 안내해 드리죠. 하지만, 판사님들께서 너무 인신 공격적인 질문사항에 대해서는 미리 제재해 주시거나, 신문사항을 무리가 없도록 수정하여 질문하도록 절차 진행을 해 주시기도 한다고 설명해 드려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증인들은 증인지원실에서 설명 들은 대로 판사님께서 제재해 주시는구나 하는 신뢰를 얻는 것 같아요.
김동현_아무리 배려해도 피해 내용을 재경험하는 거잖아요. 변호인의 공격적인 질문이 아니더라도 검사의 주신문으로 피해 내용을 다시 확인하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꽤 많아요.
이향숙_재판정 안에서의 공포도 있지만 재판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까 아동, 청소년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일상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하세요. 빨리 회복해서 일상 생활을 해야 하는데 기일이 길다 보니까 심리적 압박이 되는 거죠.
정은희_피해자들이 그 부분을 가장 힘들어했던 거 같아요, 변호인이 법정에서 심한 추궁을 해서라기보다는 수사기관에서 모두 진술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법원에 출석해서 다시 같은 내용을 기억해내어 진술해야 한다는 점을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이향숙_제가 봐도 그 점을 제일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재판 과정이 좀 빨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김동현_저희도 연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절차의 조기 종결이라고 했었거든요. 수사단계에서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고 법정 단계 이후로는 피해자가 안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형사소송법을 아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제도 개선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저는 주로 1심을 했는데, 증언하고 가시면서 이제 더 안 와도 되는 거죠? 라고 하세요. 확답을 못 드리죠. 항소심에서 거의 안 부르지만 만에 하나 정말 심각한 의문이 있다면 부르는 경우가 없지 않거든요.
정은희_증인지원관에게도 같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최양희_안 와도 되는지 확답을 듣고 싶어 하시는데 저도 정확하게 말씀을 못 드려요.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실제로 몇 번씩 오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김동현_항소심까지 오면 더 힘들어하죠. 수사기관에서 하고 1심에서 증언했는데 또 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피해를 당한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토로하며 납득하지 못하는 거죠.
최경아_피해자들이 신고할 때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한 번만 얘기하면 돼요? 인데요. 특히 아동, 청소년의 경우 보호자 분들이 많이 물으세요. 아이가 여러 번 얘기하면서 고통받는 걸 원치 않으시니까요.
김동현_뒤로 갈수록 더 힘들어집니다. 절차가 길어질수록 진술 기회가 늘어나면서 앞뒤 진술이 맞는지 추궁하는 질문들이 많아지고 피해자는 자기의 정당성이나 진실성을 계속 의심받는 상황이 되니까 거기서 더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정은희_미리 사건 검색을 해둬요. 항소심이면 좀 더 신경을 쓰죠. 기억이 그때랑 지금이랑 다를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재판부에서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안정을 시켜요. 일단 너무 화가 나서 오시니까 그런 마음을 좀 가라앉히는 데 집중하죠.
김동현_항소심이 증인에게는 상당히 힘들 수 있어요. 항소심은 원칙적으로 안 불러요. 불렀다는 것은 의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항소심에서의 증인신문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혹독할 가능성이 좀 높죠.

인터뷰대상자들

(왼쪽부터) 정은희 증인지원관, 박수현 판사, 이향숙 해바라기센터팀장

영상 신문 활용 더 많이 돼야
정은희_판사님들은 화상 증언이랑 직접 만나는 것과 차이를 느끼세요? 표정 등이 잘 보이는 지도 궁금하고요.
김동현_처음 도입되고 얼마 안 된 2005년 형사합의재판에서 처음 영상으로 증인신문을 했는데요.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할 만하다 했는데 현장 실무에서 활용이 안 돼서 왜 이런가 했더니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재판부에서 영상 신문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현장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있고, 사각지대가 확인이 안 되는 것에 염려가 있어서 증인을 법정으로 부르고 피고인을 영상실로 보내자고도 했는데, 영상실이 대부분 법정에서 멀어서 진행에 대한 어려움이 있고 해서 사실상 활용이 안 됐어요.
정은희_증인 중에 피고인을 퇴정시킨다고 얘기해도 법정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한테는 긍정적일 거 같은데요.
최양희_어린 학생들은 특히 워낙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김동현-지금은 사실 화상 증언을 상당히 권장하려는 상황인 것 같아요. 특히 저희 연구반에서 연구 결과 내놓은 내용 중에 아동 피해자 같은 경우는 법정에서의 위압적인 분위기를 완충시켜주기 위해서 영상 신문을 원칙으로 한다는 권고를 내기도 했거든요. 앞으로 영상 신문이 많이 활용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좀 더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수현_영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 그걸 원한다고 체크하는 분들도 많이 있나요?
정은희_당일 증인지원신청서에 체크를 한다고 해도 전산시스템 준비가 안 될 수 있으므로 증인지원 의뢰를 받고 미리 증인과 통화할 때 의견을 묻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최양희_저희 법원은 성범죄 피해자 미성년자 증인들에 대해서 영상 증인신문을 진행하는데요. 담당재판부에서 사전에 미성년자 증인이라 영상으로 증인신문 할 예정이라고 알려주시면 일정에 맞춰 증인지원관과 전산담당자, 담당재판부 실무관과 함께 영상‘시스템 점검 및 모의시연까지 세팅을 해놓아요. 그런데 판사님들께서는 어떠신지 궁금해요. 법정에서 직접 증언하는 모습을 보시는 것과 영상으로 증언하는 모습을 보시는 것 중 판사님들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하실까’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박수현_어느 정도 증언이 가능한 증인이면 말씀하신 내용이 맞을 거 같아요. 질문에 바로 답변이 가능하면 눈 앞에서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아이들이나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나 경계선상에 있는 분들이면 환경 조성을 하고 도움 주는 사람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게 실체 진실을 끌어내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물론 눈 앞에서 직접 보고 태도를 관찰하는 게 원칙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아직 많으실 거예요. 그런 것들은 계속 경험이 쌓이고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 증언이나 증인지원관을 통한 경험이 축적되면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고, 증인들도 선택하기에 부담이 훨씬 덜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은희_그런데 화상증언할 때 전산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만약 한 건이 지연되면 나머지 뒷 사건들도 모두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최양희_영상증인신문 진행은 증인지원관도 세밀히 봐줘야 해서 화상증언실에 증인과 함께 계속 있게 되는데, 그러면 혼자 남아 있는 다른 증인지원관 1명은 여러 명의 다른 증인들을 혼자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세심한 케어가 힘들어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증인지원관은 꼭 2명 이상은 되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증인지원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인원이 필요할 거 같아요.
이향숙_법원까지 가는 것보다는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들죠.
최양희 _못 나오시겠다고 했는데 해바라기센터에서 증언할 수도 있다고 설득해서 나오는 증인도 있어요. 단, 해바라기센터에서 할 때 증인의 일정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재판시간을 늦게 잡아야 할 때 해바라기센터 담당자분들께 좀 죄송하죠.
이향숙_내일 모레 잡혀 있는데 16시 50분이더라고요. 하하. 이해합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으니까 방과 후 시간에 맞춰야 하죠. 가끔 성인 증인분들도 해바라기센터에서 할 수 없냐고 묻곤 하시는데 아직까지 매뉴얼이 아동, 청소년으로 연령 제한이 있다고 말씀드리죠.
최양희_염려되는 건 올해까지는 법원에서 증인지원관, 영상담당자, 전산담당자가 함께 나가는데 이제 올해 시범 기간이 끝나면 해바라기센터 담당자분들이 혼자 다 하셔야 하잖아요. 센터분들도 증인지원 및 영상재판 관련해서 따로 교육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은희_성범죄사건심리개선연구반 주최로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장이신 장형윤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상식과 다른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특강이나 전문적인 교육이 꼭 필요한 보직이라고 생각해요.

말랑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서로 긴밀하게
박수현_함께 근무하셨던 증인지원관님과 대화했을 때 직원분들 중에 증인지원관이 왜 필요하냐는 분들도 계신다고 들었어요. 피고인의 입장도 있는데 법원이 피해자의 편만 드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는 거죠. 연구반과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증인이 법정에 나와서 원만하게 증언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대립하는 영역이 아니라, 재판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고, 이를 통해 증인의 자유로운 출석과 증언을 이끌어내어 실체 진실의 발견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김동현_공정성이라는 게 예민한 부분이죠. 피고인은 무죄가 추정된 사람이고 재판부는 중립성,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 쪽에 편향되어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을 가질 수도 있기는 해요. 그 부분 공공연하게 불만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해자도 배려하면서 공정성에 의심받지도 않아야 하는 아주 예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박수현_내년부터 증인지원관이나 법원 직원이 해바라기센터 증언을 지원하기 위한 출장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런 측면에서 걱정이 되기는 해요. 지금은 법원 직원들이 있으니까 증언하는 과정에서 보호자나 제3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때 제어할 수 있다고 심리적으로 안심하는 부분이 있는데, 센터에 일임해서 증인신문을 하면 부담스러워서 선택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재판부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경아_센터 직원들도 그 부분을 부담스러워하세요. 증인 선서도 알려드려야 하고, 각종 서류들을 법원으로 송부해야 하고 절차가 많아지는데 이런 것들을 과연 우리가 하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을 계속 하죠. 왜냐면 법원의 절차인데 저희는 피해자 지원 기관이니까 우리가 하는 게 문제되지는 않는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어요.
박수현_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네요. 사실 법체계가 분절적으로 되어 있어서 해바라기센터 따로 증인지원 따로 되어 있는데 제가 대안 입법과 관련하여 각국의 입법례를 조사하면서 북유럽의 바르나후스(Barnahus)에 대해 연구를 해보았어요. 성적, 신체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에게 사법, 복지, 보건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인데요. 그야말로 이곳에서 다 해결이 되는 거죠. 이번에 국제화연수를 가게 되어서 바르나후스와 연락을 하고 있는데, 홈페이지에 있는 대표 주소로 이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변이 왔어요. 자신들은 스톡홀롬에 있는데 다른 도시에 가면 대학이랑 연계한 기관이 있다, 원하면 연결해주겠다. 유럽 전체 네트워크가 있으니 원한다면 거기도 만나게 해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기관 간 협력이 너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우리한테 이렇게 안내해줄 정도면 내부에서 일 처리는 더 유기적으로 된다는 거잖아요. 저희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면서 서로 하는 일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협력하고 피해자 보호와 신뢰 받는 형사재판을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이향숙_네, 서로 업무를 이해한다면 피해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도 훨씬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아동의 특성을 잘 이해해서 좀 부드럽게 대해주십사 다시 한번 부탁도 드려요. 오늘 여러분들과 이야기 나눈 시간이 내년 해바라기센터 영상 증언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은희_참여관 시절에는 법원은 공평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증인을 형식적으로 대했어요. 증인지원관이 되고 나서 본 증인은 참여관 때와 너무 다른 거예요. 공무원 신분이라 사건 내용에 관여하진 않지만 증인지원관이 옆에서 증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많은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증인지원관들이 심리치유에 애쓰게 되면 안정적인 심리상태에서 증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한다고 봅니다. 이 부분이 피고인을 덜 배려하고 피해자만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피해자, 그리고 법원 입장에서도 올바른 판단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최양희_저희 법원에서 준비한 게 있어요. 증인들이 법정에 오면 불안해서 손을 가만히 못 둔다고 하시더라고요. 합의부 부장님께서 증인들이 법정에서 손에 쥐고 있을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봐달라고 하셔서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서 말랑이인형을 찾았거든요. 8월부터 아동,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지급해 드리고 있어요.
일동와,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이향숙_피해자님들이 오시면 휴지를 자꾸 뜯으시는데, 진짜 좋은 아이디어네요.
최양희_크기 별로 쥐여주는데 시도할 때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했는데 다들 좋아하시고, 도움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동의 경우 총무과에서 법원 로고가 있는 쇼핑백을 지원받아서 간식과 말랑이를 넣어서 주면 올 때는 굳어서 왔다가 기분 좋게 가는 모습을 보기도 해요. 그럴 때 참 뿌듯해요. 앞으로도 성범죄 피해 증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은희_저희 중앙에서도 준비를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최경아_진짜 좋네요. 저는 해바라기센터에서 꽤 오래 근무하고 증인지원관님이 계시기 전에도 법정에 갔었어요. 그때는 무척 삼엄한 분위기였는데 이제 설명도 해주시고 아늑한 곳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니 피해자 입장에서 편안하게 증언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판사님들 이야기 들으면서 재판 현장에 대해서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어요.
김동현_성폭력 범죄 전담 재판부의 고충이라는 게 있어요. 일단은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배려해줘야 하고 공감도 해야 하고 거기서 오는 힘든 부분이 있고요. 유죄가 인정되면 피고인에게 중형이 나가는데, 정의가 실현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기도 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형을 선고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성범죄 재판부가 가지고 있는 숙명적인 부담감이라는 게 분명히 있죠. 법정에서는 양쪽에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피해자만 유독 배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판결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어서 거기에서 오는 예민함도 있고요. 재판부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가급적이면 친절하게 배려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걸 양해해주셨으면 해요. 사실 모두가 힘든 거거든요.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피고인은 피고인대로, 힘든 일에 재판부 외에 절차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힘듦을 이해하면서 감당해야 할 부분들을 감당해 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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