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그리다] 변화의 궤적과 함께한 40년의 여정 장기재직자의 사법역사 돌아보기

법원 핫이슈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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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성원으로서 40년 넘게 근무한 장기 재직자의 발자취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법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법원이 서소문에 자리하던 시절에서부터 전산화와 디지털 시스템 도입까지.

정의순 행정관이 걸어온 시간의 궤적을 통해 법원의 옛 풍경들을 펼쳐본다.

글. 박성하 / 사진. 법원행정처, 정의순 행정관 제공

1984년 여름, 서소문 법원 생활의 첫걸음

덕수궁 돌담길이 매미 울음소리로 가득 찼던 1984년 여름날. 정의순 행정관은 서소문 대법원으로의 첫 출근길에 올랐다. 지금의 광화문 일대와 비교해 보면 당시의 서소문은 도로의 폭도 좁고 작은 상점과 소박한 식당들이 자리한 조용한 동네였다. 본관 건물 계단의 빨간색 카펫,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뽐내던 아담한 정원, 고풍스러운 분위 기의 인테리어 소품 등 운치 있으면서도 정돈된 풍경들이 떠오른다고 정의순 행정관은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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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근무 당시에는 대법관실에서 기록관리와 전문적인 비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법원 업무 특성상 정확성과 신중함이 필수적이었는데요, 엄격하고 절제되어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업무가 바쁠 때는 서로 돕고 배우며 성장해 나갔고,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인근의 덕수궁 산책을 나가며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춰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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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와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법원의 시간

대법원이 서소문에 자리했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업무가 수기로 작성된 문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기록관리뿐만 아니라 검색도 일일이 직접 찾아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하나의 업무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판결 문이나 기타 서류는 타자기를 사용해 작성했고, 수정이 필요할 때는 문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또한 전화나 대면을 통한 업무 방식 이었기 때문에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 했고 이 때문에 업무 절차가 현재보다 단순한 대신 개인의 숙련도와 경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판결문은 서고로 가고, 판결 조문은 도서관에서 찾았습 니다. 이러한 방식은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는 있었지만 업무 하나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책임감을 가질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기록관리, 검색, 판결문 작성 등 대부분의 작업이 전산화되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지요. 모든 업무가 손과 발, 대면으로 이루어 졌던 시절부터 현재의 전산화된 시스템을 사용하기까지 다양한 경험은 제게 큰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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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승격과 변화의 시대, 배움과 노력으로

지원이 법원으로 승격하던 시기, 정의순 행정관이 어렴 풋이 떠올린 그 시절의 키워드는 ‘세분화’였다. 사법 서비 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소규모로 운영되던 부서 들이 세분되었으며 이에 따라 각 부서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었다. 이 시기 즈음 전산화가 점진적으로 도입되며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인력 면에서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직무를 맡은 인재들이 채용되었다. 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전화응대 교육, 기록관리, 전산화 작업, 법률 지식 등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루어졌다.

“업무가 전산화되면 그만큼 인력이 많이 줄어들진 않을까 걱정도 했고,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부담 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우고, 동료들과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초반에는 매일 특근을 해야할 정도로 오래 걸렸던 일들이 점점 손에 익으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해 했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해낼 거야’의 마음으로 이어온 40년의 여정

타자수로 기록관리 업무를 맡으며 시작한 법원 근무는 어느덧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의순 행정관은 가족관 계등록과, 서무계 보조업무, 신청과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업무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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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동료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배우면서 일했고, 재무계 업무를 맡으면서는각 사업 부서 공문에 기재되는 숫자와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지요. 그 과정에서 꼼꼼함과 정확성을 몸에 익혔고 실수 없이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자신감도 얻었습 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해낼 거야’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던 시간들이 저를 꾸준히 성장시켰던 것같아요.” 40년 넘게 근무했지만, 아직 해보지 못한 업무가 많다고 덧붙이는 그녀의 담담한 회고에서 법원의 업무가 얼마나 다양하고 방대한지를 엿볼 수 있었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가족과 주위를 챙기고 있을 당신도 저와 같은 장기근속 자입니다.” 법원에서의 긴 시간은 단순한 직장의 의미를 넘어 시대를 관통한 사법 역사의 흔적과 그녀의 뜨거웠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수많은 변화의 순간을 마주하며 쌓아온 경험은 그녀만의 특별한 서사가 되었 고, 그 서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용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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