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 코너] 법원사(法院史): 사법의 역사, 미래를 비추다

조사심의관 코너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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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희진 조사심의관(법원도서관)

‘법원사(法院史)’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지가 쌓인 서고에서 고문서를 펼쳐 읽는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사의 영역은 생각보다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오래된 판결문에서는 당시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한 점의 법복에서는 판결에 대한 고민과 사법 철학이 묻어납니다. 법원도서관은 사법의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남기며, 이를 통해 미래를 살펴볼 수 있도록, 법원의 주요한 역사 기록을 수집·관리하고, 전시·편찬하는 법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에서는 법원사 업무 몇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법원사자료 수집 및 관리

1950년대 인사 서류, 1960년대 행사 사진, 1970년대 월급 봉투, 오래된 타자기... 이러한 자료들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법원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할 소중한 단서들입니다. 법원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법원사자료의 수집입니다.

‘법원사자료’는 법원 역사의 연구자료가 되는 기록물(재판서·사건기록·부책·문서·도면·도서·사진·시 청각물·구술채록물·전자기록물)과 각종 행정박물류(관인·현판·사무용품·사무기기·법복·명패·기념품 등 각종 물건)를 말합니다(「법원사자료의 수집·관리 및 법원사 편찬에 관한 내규」 제2조 제1호).

법원도서관은 매년 초 전국 법원에서 전년도 주요사안에 관한 자료, 생산시기가 30년 이상이거나 사료적 가치가 있는 자료 등을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청사나 폐쇄·개편 예정인 청사를 방문하여 창고에 잠들어 있는 귀중한 자료를 찾기도 하고, 개인으로부터 자료를 기증받 거나 위탁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2024년에는 공정증서원본철(1923), 판사 임명장(1957), 서울민사지방법원 영등포지원 행사사진(1970년대), 법원산악회 1,500회 등반기념 메달(1987) 등 약 1,000점 상당의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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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원도 홍주현 토지 매매계약서, 증인 증언서 및 공증서(1715~1750)

2. 헌성재판소 형사판결문(1904)

수집된 자료는 매년 개최되는 법원사자료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원사자료로 선정하여 관리 하고 있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법원사자료는 총 16,855건(문서류 6,262건, 간행물류 3,613권, 녹음/동영상류 508건, 사진필름류 5,462건, 박물류 529점, 선물류 477점, 기타 4건)입니다. 그중 아래 일제강점기 변호사 법복과 해방 이후 첫 판사 법복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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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법복 변호사 법복

(1953,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 (1941,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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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봉투(1978, 1982,2001)

이렇게 수집한 자료는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수장고에 보관하거나, 대법원 법원전시관, 가인연수원 가인 김병로 전시실, 사법역사문화전시관 전시실 등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사자료 기획전

법원도서관은 2011년부터 격년마다 법원사자료 기획전을 개최해 왔습니다.

2011년 <조선의 법과 재판>을 시작으로, 2013년 <구한말 법과 재판-근대사법의 태동>, 2015년 <일제강점기 법과 재판-식민지 법정에 선 조선인>, 2017년 <대한민국의 법과 재판>까지 법과 재판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톺아보는 기획전을 개최하였고, 2019년에는 <법관이 되는 길>, 2021년에는 <구술로 만나 보는 법원이야기>, 2023년에는 <空間, 걸으며 만나는 법원>이라는 주제로 대법원 중앙홀에서 기획전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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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사자료 기획전 자료집(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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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사자료 기획전 자료집(영문)

또한 기획전의 내용이 휘발되지 않도록 법원사자료 기획전 자료집 제1권~제6권을 국문 및 영문으로 발간하였습니다. 기획전 자료집은 각급 법원 도서실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기획전을 관람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기획전 내용에 관하여 웹진을 구축해 e-법원역사관 사이트에서 온라인 전시를 하고 있고, 위 사이트에서 국문 및 영문 자료집도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 4개의 전시 콘텐츠를 패널로 제작하여 각급 법원의 신청을 받아 소통행사 등에 활용할수 있도록 대여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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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자료 발간

법원도서관은 2004년부터 일제강점기 상고심 판결집인 『高等法院判決錄(고등법원판결록)』, 일제 강점기 사법협회(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여 판결 등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던 전체 법조인 협회)의 『決議回答輯錄(결의회답집록)』·『續決議回答輯錄(속결의회답집록)』, 대한제국기 법령집인 『法規類編(법규유편)』을 현대어법에 맞게 국역하여 발간하고 있습니다.

위 사법자료들은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의 법률제도와 시대상, 관습법이나 판례를 이해하는 데꼭 필요한 자료로, 2024년에 발간한 『국역 법규유편』 제4권에서는 1908년 법관양성소의 수업 과목, 휴업일, 입학 자격 등이 담긴 법관양성소 관련 규정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법령들이 담겨 있습 니다. 잠시 쉬실 때 아래 경로로 들어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 검색 ⇨ 법원간행물 ⇨ 주요간행물 ⇨ 국역자료(원문 다운로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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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법원역사관 (http://history.scour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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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법원역사관은 온라인으로 전시된 법원사자료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e-법원역사관에서는 법원사자료를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을 뿐아니라, 서윤홍·손지열 전 대법관 님의 구술영상, 오늘의 법원사 등흥미롭고 다양한 자료들을 편리 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원사자료 기획전을 관람할 수 있고, 기획전 자료집을 열람·다운로드받을 수도 있습니다.

구한말민사판결문 / 조선고등법원판결록 사이트

「구한말민사판결문」, 「조선고등법원판결록」 사이트가 2024. 12. 새롭게 개편되었습니다.

새로워진 「구한말민사판결문」, 「조선고등법원판결록」 사이트는 사용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고려하여 디자인을 전면 개편하고, 반응형 웹으로 PC와 모바일에서 더욱 원활하게 이용 가능하며, 웹 뷰어를 변경하여 안정적으로 판결문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각 사이트는 인터넷 검색창에 「구한말민사판결문」, 「조선고등법원판결록」을 검색하시거나, 법원도 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구한말민사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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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민사판결문」 사이트에서는 1889년부터 1918년까지의 민사판결문 14,538건이 수록된 ‘구한말 민사판결문’ 151권의 검색·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격변의 시기임에도 이 시기의 미시적인 시대상을 알 수있는 자료는 많지 않은데, 구한말 판결은 이 시기의 미시적 시대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관보와 판결문을 제외한 공문서는 국권의 상실과 더불어 대부분 폐기되어, 구한말 판결문은 대량 으로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한글 사용 공문서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조선고등법원판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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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고등법원판결록」 사이트에서는 1909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고등법원에서 선고된 판결 2,831건이 수록된 ‘조선고등법원판결록’ 30권 (36책)의 검색·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선고등법원판결록은 1909. 11.에 설치되어 1945. 8. 폐지될 때까지 한반도 전체를 관할하는 최고법원이었던 조선고등법원이 선고한 민사·형사 판결과 결정을 수록한 판결집입니다. 종중, 관습법상의 지상권, 분묘기지권, 민법 시행 이전의 상속관계 등 우리가 관습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많은 제도는 거의 조선고등법원 판결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므로, 조선고등법원 판결을 정확 하게 이해하는 것은 현재 우리 판례, 나아가 판례에 근거하고 있는 입법의 연혁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 법관의 길

역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는 ‘기억’입니다.

법원도서관은 2015년부터 채록한 구술기록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8권의 구술총서를 발간하였습니다. 구술총서는 구술자들의 기억을 통해 당시 사법부가 처한 환경과 그 안에서 생활하던 법원 구성원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법원사의 중요한 순간을 거쳐오신 구술자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사법부의 정신을 이어가는 중요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는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법원도서관 전자책 사이트에서 원문을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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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법원사에서는 위 업무 외에도 법원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발굴하여 조사·연구하는 업무 등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법원사 업무를 생소하게 생각하셨던 많은 분들이 이 글을 통해 법원사를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실 수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소속 법원에 오래되고 사료적 가치가 있는 물건, 서류 등이 있거나 개인적 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료가 있으면, 법원도서관을 떠올려 주시고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법원도서관은 앞으로도 법원의 역사를 발굴·정리하고, 가치 있는 자료를 수집·관리 하며, 이를 널리 공유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법원사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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