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조사심의관 코너] 맞춤법의 길은 왠지 멂

조사심의관 코너

2024.06.08

글 민희진 조사심의관(법원도서관)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방재의 날이 5월과 함께 훌쩍 지나갔습니다. 5월의 여러 기념일들 중 ‘스승의 날’의 유래를 아시나요?
스승의 날은 1963년 충남 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964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는 5. 26.을 ‘스승의 날’로 지정하였고, 1965년부터는 대한적십자사 주도 아래 한글을 창제한 겨레의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생일(양력 1397. 5. 15.)로 날짜가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1973년 정부의 사회정화 방침에 따라 모든 사은행사가 중단되고, 스승의 날이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12. 5.)’에 통합되었다가, 1982년 교권확립의 해를 맞아 스승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고, 기념일자도 다시 5. 15.로 환원되었다고 합니다.1)
그래서 매년 5. 15.에는 스승의 날 행사뿐만 아니라 전국 이곳저곳에서 ‘세종대왕 나신 날 기념행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글 한글 / 자랑스런 자산
너 있으므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쓰고 / 어머니를 어머니라 쓰고
하늘과 땅과 물과 풀은 / 하늘과 땅과 물과 풀로
떳떳이 쓰고 읽고 남길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으랴 / 이 아니 좋으랴
김후란 <우리글 한글> 중에서

이러한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평소에 잘 알고 있다가 갑자기 마주치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한글 맞춤법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출퇴근길이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편하게 읽어주세요.

1. 웬지 / 왠지
가. 이게 (왠/웬) 떡이야?
나. (왠만하면/웬만하면) 참아요.
다.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웬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라. (왠일로/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니?

답: 가. 웬, 나. 웬만하면, 다. 왠지, 라. 웬일로

• 맞춤법 관련 글을 볼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왠’과 ‘웬’입니다. 발음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구별방법을 기억하고 있다가도 자주 잊게 되는 단어입니다.
• 하나만 기억하시면 구분하기가 편해집니다. ‘왠지’를 빼고는 대부분 ‘웬’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 ‘왠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를 의미하는 부사로 ‘왜인지’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웬지’라고 쓰시면 안 됩니다.
•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을 뜻하는 관형사로 ‘웬 걱정’처럼 사용합니다. ‘웬만하다’, ‘웬일’, ‘웬만큼’에서도 ‘웬’을 쓰셔야 합니다.
⇨ ‘왠’은 ‘왠지’를 빼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 한 웅큼 / 한 움큼
성민이가 사탕을 한 (웅큼/움큼) 집었다.
답: 움큼

•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라는 뜻의 의존 명사로, ‘웅큼’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 ‘움켜쥐다’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세요.

3. 에요 / 예요
가. 전 학생(이에요/예요).
나. 전 의사(에요/예요).
다. 그것은 사과(에요/예요).
라. (아니에요/아니예요).

답: 가. 이에요, 나. 예요, 다. 예요, 라. 아니에요

• ‘-에요’는 어미로서, ‘이다’나 ‘아니다’의 어간 뒤에 붙어 ‘이에요’ 또는 ‘아니에요’가 되고, ‘예요’는 ‘이에요’의 준말입니다.
• 기본 원칙은 간단합니다. 받침이 있는 말 뒤에는 ‘이에요’가 오고, 받침이 없는 말 뒤에는 ‘이에요’가 와도 되지만 흔히
‘예요’를 사용합니다(예: 사과이에요, 사과예요).2)
• ‘아니에요’는 무조건 ‘아니에요’입니다(준말은 ‘아녜요’)!

4. 가든지 말든지 / 가던지 말던지
가. 집에 (가든지/가던지) 학교에 (가든지/가던지) 해라.
나. 얼마나 (춥든지/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답: 가. 가든지, 가든지, 나.춥던지

• ‘오든지’를 ‘오던지’로, ‘그러든지’를 ‘그러던지’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든’과 ‘던’의 맞춤법이 아리송할 때가 많습니다.
• ‘-든지’는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거나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일어나도 뒤 절의 내용이 성립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입니다.
그래서 ‘선택’, ‘상관없음’과 관련될 때는 ‘던지’가 아닌 ‘든지’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함을 나타내는 보조사인 ‘든지’도 마찬가지로 사용됩니다(예: 사과든지 배든지 다 좋다).
•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지난 일을 나타내는 어미는 ‘-더라, -던’으로 적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56항)에 따라 ‘-든지(얼마나 놀랐든지 몰라)’로 적지 않고 ‘-던지(얼마나 놀랐던지 몰라)’로 적습니다.3)

5. 할게요 / 할께요
가. 다시 연락(할게요/할께요).
나. 먼저 (갈게요/갈께요).

답: 가. 할게요, 나.갈게요

• ‘-ㄹ게’는 (구어체로) 어떤 행동에 대한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ㄹ’로 시작하는 어미는 뒷말이 된소리로 소리 나더라도 예사소리로 적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53항)에 따라 ‘할께(할께요)’로 적지 않고 ‘할게(할게요)’로 적습니다.4)
• 덧붙임: ‘게’가 어미가 아닌 ‘것이’의 줄임말로 사용될 때는
‘내가 할 게 없다.’와 같이 띄어 씁니다 .5)

6.만듦 / 만듬
가. 엄벌에 처함
나. 부름
다. (만듬/만듦)
라. (힘듬/힘듦)

답: 다. 만듦, 라. 힘듦

• 용언을 명사형으로 만들 때는 어간에 명사형 전성 어미인 ‘-ㅁ’, ‘-음’ 또는 ‘기’ 등을 사용합니다. 음슴체6)를 사용해 보신 분들이라면 첫 번째, 두 번째 예문이 익숙하시죠?
• 세 번째, 네 번째 예문은 ‘ㄻ’이 자주 사용하는 자음이 아니라서인지 영 어색하지만, 어간 끝이 ‘ㄹ’로 끝나는 경우에도
어간 뒤에 어미 ‘-ㅁ’을 붙여야 합니다.
따라서 ‘만들다’의 어간인 ‘만들-’에 ‘-ㅁ’을 붙여 ‘만듦’으로, ‘힘들다’의 어간인 ‘힘들-’에 ‘-ㅁ’을 붙여 ‘힘듦’으로 써야 하고, ‘울다’ 역시 ‘욺’으로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멀다’의 명사형은 ‘멈’, ‘멂’, ‘멀음’ 중 무엇일까요?
• 덧붙임: 마침표 사용7)
용언의 명사형이나 명사로 끝나는 문장에는 마침표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쓰지 않는 것을 허용합니다.
예: 어제 오전에 보고서를 제출함.(원칙)/제출함(허용)
그런데 ‘날씨: 맑음’과 같은 표현에서 ‘맑음’의 뒤에도 논리상으로는 마침표를 쓰는 것이 가능하지만 용언 하나로만 되어 있는 경우에는 마침표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또 편지글에서 사용하는 ‘올림, 드림, 보냄, 받음’ 등의 뒤에도 마침표를 쓰는 것이 가능하나, 마침표를 쓰지 않는 것이 무난하다고 합니다.
또한 제목이나 표어에는 마침표를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합니다.
예: 건강한 몸 만들기

7. 되다 / 돼다
가. 잘 (되야/돼야) 할 텐데.
나. 내일이 (되면/돼면) 알게 돼.
다. (안되요/안돼요).
라. 이렇게 하면 (된다/됀다).

답: 가. 돼야, 나. 되면, 다. 안돼요, 라. 된다

• ‘되다’의 어간 ‘되-’에 ‘-어, -어라, -었-’ 등이 결합한 ‘되어, 되어라, 되었다’가 줄 때 ‘돼, 돼라, 됐다’가 됩니다. 그래서
‘되어’를 넣어서 자연스러우면 ‘돼’가, 자연스럽지 않으면
‘되’가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다른 구별방법으로, ‘되/돼’를 ‘하/해’로 대체했을 때 ‘하’가 더 자연스러우면 ‘되’가, ‘해’가 더 자연스러우면 ‘돼’가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예문 적용
가. 되야 (X)
⇨ ‘해야/하야’ 중 ‘해야’가 더 자연스러우므로 ‘돼야’
나. 되면 (O)
⇨ ‘하면/해면' 중 ‘하면’이 더 자연스러우므로 ‘되면’
다. 안되요 (X)
⇨ ‘안하요/안해요’ 중 ‘안해요’가 더 자연스러우므로 ‘안돼요’
라. 된다 (O)
⇨ ‘한다/핸다’ 중 ‘한다’가 더 자연스러우므로 ‘된다’

8. 가능한 / 가능한 한
(가능한/가능한 한) 빨리 오세요.

답: 가능한 한

• ‘가능한’은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다.’는 뜻의 형용사인 ‘가능하다’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결합된 것으로, 부사인 ‘빨리’를 수식할 수 없습니다.
• 이러한 경우 ‘가능한’ 뒤에 조건의 뜻을 나타내는 말인 ‘한’을 함께 사용해서 ‘가능한 한’을 사용해야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싱그러운 6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담긴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빛
나를 내어주려고 /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이해인 <말의 빛> 중에서

덧붙임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https://stdict.korean.go.kr)은 내부 전산망에서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맞춤법이 궁금할 때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도록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으시면 어떠실까요?

1) 국가기록원 참고
2) 표준어 규정 제1부 제26항 참고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고
4) 한글 맞춤법
제53항 다음과 같은 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다(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ㄴ
-(으)ㄹ거나  -(으)ㄹ꺼나
-(으)ㄹ걸  -(으)ㄹ껄
-(으)ㄹ게  -(으)ㄹ께
이하 생략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고
6) 주로 온라인상에서 글을 쓸 때, 명사형 어미인 ‘-음’이나 ‘-ㅁ’을 사용하여 문장을 종결하는 방식(출처: 우리말샘)
7) 한글 맞춤법 부록 문장부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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