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쓰는 법
글. 한지형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들어가며
판례공보 발간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법령의 표시입니다. 법률문장 강의를 하거나 질의에 답변을 드릴 때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도 법령의 표시에 관한 것입니다. 늘 쓰는 법인데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까닭은 법령 표기에 관한 강제력이 있는 법령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어문규범과 함께 관행 또는 실무례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법원도서관에서 발간한 「법원 맞춤법 자료집」이나 법제처에서 발간한 「알기 쉬운 법령 정비기준(제9판)」, 「2020 법령입안심사기준」 등을 참고합니다. 저의 마지막 조사심의관 코너는 그간 받은 질문을 토대로 한 ‘법 쓰는 법’입니다.
법 이름 묶어주기: 홑낫표? 작은따옴표?
판결서 본문에서 몇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법령명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문장의 다른 부분과 구분하기 위해 법령명 앞뒤에 홑낫표(「」)를 사용하곤 합니다. 법제처에서는, 과거와 달리 법령 이름에 띄어쓰기를 시작하면서 하나의 고유한 법령명이 아닌 어떤 사항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로 오해될 소지를 방지할 필요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인 「한글맞춤법」 ‘문장부호’에서도 법률을 나타낼 때 홑낫표를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
「국어 기본법 시행령」은 「국어 기본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작은따옴표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위 ‘문장부호’에서도 홑낫표 대신 작은따옴표를 쓸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무방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문장부호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판결서도 있는데, 대부분 구법을 표시하면서 “구”라는 글자와 “(~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라 한다)” 부분 사이에 법령명이 자리하여 헛갈릴 염려가 없는 경우인 듯합니다. 법원도서관의 실무는 오해의 여지가 없는 한 가급적 원문을 존중하는 것으로, 홑낫표를 원칙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작은따옴표를 사용하거나 혹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일부러 교정을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최근 법제처나 국회사무처 등에서는 민법 등과 같이 짧은 법령 이름의 경우에도 홑낫표를 붙이는 것이 실무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문장부호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문장 흐름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법 조항 띄어쓰기: 제○조 제□항 제△호 vs. 제○조제□항제△호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도서관에서는 「법원 맞춤법 자료집」에서도 소개하고 있듯 조·항·호 단위로 붙여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에는 ( )를, 별표 및 별지 서식에는 [ ]를 쓰고 있습니다. 법령의 가지번호는 붙여 씁니다.
(예)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
민법 제289조의2
다만 법제처는 조 번호, 항 번호, 호 번호, 목 번호를 “제○조제□항제△호”와 같이 서로 붙여 쓰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법무부의 실무 역시 마찬가지인데, 법문의 간결함을 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판결서에서는 해당 사건에서 적용되는 조문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밝혀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터인데 위와 같이 조·항·호를 표시하는 경우 가독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단어별로 띄어 쓰도록 한 어문규범에 맞지 않는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법 개정 연혁 표시의 기준(1): 공포일 vs. 시행일
구 법령을 표시할 때는,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1항”과 같은 형식을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일부 개정 법령 자체는 ‘어떤 법령 중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친다.’는 내용에 불과하여 법령 ‘전체’의 표시로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령 개정 방식은 개정 대상이 되는 기존 법령과 새로운 개정 법령의 관계에서 개정 내용이 기존 법령의 내용에 흡수되는 흡수개정 방식(기존 법령의 일부를 추가·수정·삭제하는 개정 법령이 시행되자마자 그 개정 내용이 기존 법령의 내용에 흡수되는 방식)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고시 등 행정규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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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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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상 구법인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공포일’입니다. 다만 개정은 되었으나 개정 법령의 시행일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개정 전 법령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비슷한 형식으로 표현하되 ‘구’ 표시를 생략하는 것이 판례공보 작업 실무입니다.
(예)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참고로 부칙에서 조문별로 시행일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경우, 종합법률정보에서는 관보에 따른 시행일(대체로 시행일 규정 본문의 시행일입니다)로만 안내하고 있는 반면1)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의 경우 시행일 모두(위 규정 단서의 각 시행일)를 안내하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법 개정 연혁 표시의 기준(2): 조? 항? 호?
전부 개정이 아닌 일부 개정은 조문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일부의 개정이 있었으나 ‘해당 조문’의 개정이 없는 경우에는 구 법령으로 표시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조에서 일부 항 또는 호만 개정된 경우, 한 번쯤 고민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법원도서관에서는 이 경우 ‘항’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판례공보 작업 실무라고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조’와 ‘항’은 독립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반해 ‘호’는 ‘항’의 일부 형식으로 되어 있고(‘항’ 규정 내용 안에 “다음 각호에 의한다.”라고 규정) 종합법률정보 등의 개정 연혁 표시도 ‘항’ 단위로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
부칙의 개정 시
부칙은 기본적으로 증보 방식(개정 시의 부칙을 차례로 부기하는 방식)으로 개정되므로 그 특정이 중요한데, 해당 부칙의 공포 일자 등으로 특정합니다. 법령의 부칙은 본칙에 부수하여 그 법령의 시행일과 시행에 따르는 과도적 조치 등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본칙의 개정 사항 없이 부칙 그 자체로 제·개정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종전 부칙에 오류가 있거나 법령의 제·개정을 통하여 도입한 제도의 시행을 원래 부칙에서 예정했던 것보다 연기하는 경우 등 본칙의 변동 없이 부칙만을 개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해당 부칙의 개정 시점으로 나누어 특정하는 것이 법원도서관의 실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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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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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판결서의 시작과 끝이 법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법을 해석하고 그 사건의 사실관계를 포섭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재판이기 때문입니다. ‘법 쓰는 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글머리에 말씀드렸듯, 법령을 어떻게 표시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다만 너무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하다가 적용법조가 무언지 오해를 할 여지를 남겨서도 안 되고, 적용법조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해 주는 과정에서 판결의 맥락을 해쳐서도 곤란하겠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실무례를 소개해 드린 정도로 이해해 주시고, 가독성을 높이면서, 정확성도 기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시는 분은 언제든 법원도서관에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법이 2019. 12. 3. 법률 제16733호로 개정될 당시 장애인복지법 부칙(2019. 12. 3) 제1조(시행일)는 본문에서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이 경우 2020. 3. 4.이 됩니다.)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일부 규정의 시행일을 달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종합법률정보에서는 연혁 표시나 표제의 시행일 표기 모두 “2020. 3. 4.”로만 나타내고 있는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경우 “2020. 3. 4.” 뿐만 아니라 “2020. 6. 4.”, “2021. 6. 4.” 등도 연혁 특정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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