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캠핑 입문

테마가 있는 글

2024.06.08

글 박태수 판사(대전가정법원)

캠핑에 발 담그기
코로나19 사태로 여가 활동 선택의 폭이 좁아진 이후 캠핑은 매우 인기 있는 야외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아진 사람들이 캠핑장으로 몰렸다. 코로나19가 종식 상태에 접어든 요새도 인기 있는 캠핑장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나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봄 무렵 캠핑에 입문했다.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캠핑 입문을 권유받아 왔지만 캠핑을 위한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캠핑이 나와 그리고 우리 가족과 잘 맞을지, 괜히 돈만 날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 쉽사리 캠핑에 도전하지는 못했다. 전국의 여러 산을 다니며 자연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왔지만, 캠핑은 이와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캠핑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것은 아이의 영향이 컸다. 태어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늘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했던 아이가 안쓰러워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여의도에 돗자리를 깔고 야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좀 더 편한 활동을 위해 캠핑용 의자를, 그다음에는 캠핑용 테이블을 구입했다. 그러다 서울에 있는 난지캠핑장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캠핑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난지캠핑장에서도 처음에는 프리캠핑존에서 타프와 가스버너만 들고 당일 캠핑을 즐기다 결국 우리 가족을 위한 텐트를 마련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캠핑의 개미지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텐트 고르기
캠핑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은 텐트다. 텐트는 캠핑장비 중에서도 가장 비용이 비싸고, 한번 구입하고 나면 기변도 쉽지 않은 품목이다. 그래서 처음에 어떤 텐트가 자신이 추구하는 캠핑 성향에 잘 맞을지 신중히 고를 필요가 있다. 텐트는 종류도, 브랜드도 무척 다양하다. 크게 돔텐트(가장 일반적인 모양의 돔 모양 텐트), 티피텐트(아메리카 원주민 천막의 모양을 가진 텐트, 주로 면 재질의 텐트고 다른 텐트에 비하여 무게가 무거운 편이다), 거실형텐트(전실과 이너텐트의 2룸 형태 텐트), 루프탑텐트(차량 이에 설치하는 텐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캠핑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텐트는 거실형텐트인데, 거실형텐트는 악천후나 동계, 간절기 캠핑에 유용하다. 춥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전실 공간에서 취사와 난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 캠퍼들이 가장 애용하는 유형의 텐트다.
나 역시 텐트를 고르면서 티피텐트와 거실형텐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당시 밝은색 면 재질의 티피텐트가 주는 감성에 이끌리고 있었고, 이미 면 재질의 타프도 구입한 상태였으며, 날씨가 좋을 때 캠핑을 시작했기에 결국 티피텐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당시 구입한 텐트와 타프는 아직도 잘 사용 중이지만 한편으로는 늘 거실형텐트의 유용함을 동경하게고 되었고, 차마 텐트 기변은 하지 못한 채 셸터(바닥이 없는 돔텐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거실형텐트의 거실 기능을 한다. 텐트로 분류되기도 하고 타프로 분류되기도 한다)와 파이어 셸터(천정이 없는 텐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역시 거실형텐트의 거실 기능을 하고, 화로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로 구매를 확장하고 있다. 결국 요새 들어서는 따뜻하거나 더운 날(5월 중순~10월 초순 정도)에는 텐트와 타프 조합으로, 그렇지 않은 날에는 텐트와 셸터 또는 파이어 셸터 조합으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캠핑의 시작과 난관
캠핑의 시작부터 난관이 시작되었다. 텐트를 사고 본격적으로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가 여름 초입이었는데, 텐트를 치고 접으면서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려야 했다. 당일 캠핑에 필요한 용품과 숙박캠핑에 필요한 용품 역시 천지 차이였다. 각종 캠핑용품을 집에서부터 차로 옮기고, 차에 테트리스하듯 짐을 실어야 했다. 처음에는 승용차로 캠핑을 다녔는데 승용차에 짐을 싣는 것은 고역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는 정신없이 텐트와 타프를 치고, 다음날이면 집에 오기 바빴다. 그래서 최근에는 최소 2박 이상의 캠핑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여가를 즐기러 온 것인지, 아니면 노동을 하러 온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호기롭게 선택한 면 재질의 티피텐트는 또 왜 이렇게 무거운 것인지 캠핑만 다녀오면 온몸에 알이 배겨 고생해야 했다. 이후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서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보다 왜 이렇게 짐은 매일 늘어만 가는지 캠핑을 위한 노동의 강도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예약이 가능한 캠핑장을 찾고 있는 것을 보면, 캠핑을 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노동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듯하다.

수많은 캠핌용품
캠핑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용품은 텐트다. 하지만 텐트 외에도 캠핑에 필요한 용품은 매우 많다. 기본적인 용품 외에도 날씨 등 여러 여건에 따라 준비해야 할 용품들은 머릿속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텐트, 타프, 셸터, 팩, 스트링, 망치, 화로대, 장작, 숯, 각종 테이블, 의자, 발포매트, 전기매트, 자충매트, 침낭, 베개, 전기 릴선, 랜턴, 카트, 가스버너, 각종 주방용품, 음식, 난방기기 등등…. 물건을 빠트리지 않기 위해 캠핑용품과 여행용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짐을 싸면서 하나씩 체크를 한다. 문제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캠퍼들이라면 탐낼 만한 신상 용품들이 매일 같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이쯤 샀으면 이제 더 이상 용품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신상 용품들을 보면 틈날 때마다 용품 후기를 찾아보고, 저 신상 용품을 캠핑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캠핑을 개미지옥이라 부르는 것 같다.

캠핑의 즐거움
고된 노동이 필요한 야외 활동임에도 캠핑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은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불멍이었다. 불멍을 하는 것 자체도 좋지만 불을 피우고 불이 꺼지지 않게 계속해서 장작을 태우는 그 활동 자체가 중독을 일으킨다. 원시시대에는 불을 피우고 이를 간수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하는데, 그 탓인지 오래전부터 남자들의 유전자에는 불에 대한 동경이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캠핑을 가고 싶다’는 것은 ‘불 피우러 가고 싶다’와 동의어가 됐을 정도로 캠프파이어는 캠핑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캠핑장에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도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양질의 숯으로 구워먹는 고기, 그리들 위에서 볶아먹는 삼겹살과 미나리, 불에 구워먹는 달콤한 마시멜로까지 캠핑에는 집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캠핑장에서 많은 활동을 하지만 정작 캠핑에서 살이 불어오는 것은 바로 캠핑장의 음식들 때문일 거다. 무엇보다 캠핑이 좋은 것은 아이와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캠핑장의 유형도 분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캠핑장이 많이 생기고 있다. 트램펄린과 모래놀이장, 집라인은 기본이다. 주말 저녁마다 가수를 불러 공연을 하는 캠핑장도 있고, 사계절 썰매를 탈 수 있는 곳도 있으며, 사계절 수영을 할 수 있는 온수풀도 있다. 토끼, 염소, 양, 심지어 반달곰까지 다양한 동물들도 캠핑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는 캠핑장도 있다. 할로윈 무렵에는 각종 소품들로 텐트를 꾸미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탕을 받으러 다니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자연을 벗 삼아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캠핑의 가장 큰 즐거움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마치며
사람들은 “왜 돈 들이고 고생하며 밖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라고 묻기도 한다. 우리 가족도 처음에는 밖에서 잠을 자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여름철에는 벌레나 모기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풀벌레 소리, 모닥불 장작 타는 소리, 맑은 물소리,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연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캠핑을 하며 머무는 시간은 한없이 자유롭고, 가족과 함께하는 그 시간들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아이가 더 클 때까지 당분간은 계속 캠핑을 다닐 계획이다. 다만, 아이가 좀 더 커서 나에게도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이 온다면 내가 좋아하는 산과 캠핑을 접목한 백패킹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과연 그런 시간들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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