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②] 나의 소소한 여행

테마가 있는 글

2024.09.06

일본은 그 독특한 문화와 풍경으로 많은 여행자들을 매료시키지만,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 여행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본 여행의 매력은 크고 작은 일본의 소도시에 숨겨져 있으며, 이곳에서 평화롭고 전통적인 일본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행한 일본의 소도시 중 특별한 매력을 가진 곳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글. 이규봉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오비히로

帯広

2022년 겨울 코로나19가 끝나갈 무렵,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깨끗한 공기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대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에 홋카이도를 여행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오비히로에 방문하였습니다.

(왼) 도카치가와 온센 (오) 도카치 목장

오비히로에서 도카치가와 온천을 방문하였는데, 도카치가와 온천은 일반 온천과 다른 ‘모르 온천’이라고 하여, 온천물이 커피와 같이 진한 갈색이어서 이색적입니다. 온천물을 마셔도 괜찮다고 들은 것 같아 온천물을 마셔보기도 하였는데, 대부분 일본 온천은 온천물을 돌려 사용하며 1주일에 1번 소독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잘못 마신 것 같습니다. 다음 방문한 곳은 도카치 목장입니다. 오비히로의 넓고 평화로운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자작나무길이 유명합니다. 하얀 나무줄기와 푸른 잎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합니다.

한편, 오비히로는 먹거리도 풍부합니다. 부타돈(돼지고기덮밥)은 오비히로에서 기원한 메뉴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밥 위에 간장 소스로 구운 돼지고기가 올라가는데, 오비히로 시내 곳곳에 식당이 있으니 즐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또 ‘류게츠 스위트피아 가든’은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디저트 브랜드 ‘류게츠’의 공장 겸 점포인데, 정확하게 길을 모르더라도 근처에 도착하면 달콤한 향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를 연상하게 하는 바움쿠헨이라는 케이크가 유명합니다. 이렇게 오비히로 여행은 온천, 아름다운 자연과 미식으로 가득 찬 여행이었습니다. 이색적인 도카치가와 온천, 부타돈과 달콤한 디저트로 기억되는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고치

高知

고치는 시코쿠 섬 남쪽에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도시로 이번 여름에 방문하였습니다. 고치 시내는 한국의 어느 지방 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 근교에 있는 이오키 동굴, UFO 라인, 유스하라 도서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이오키 동굴

이오키 동굴에 방문하여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장화로 갈아 신고 들어가니 동굴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가 저를 신비한 자연 세계로 안내하였고, 어린 시절 상상하던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입구에 ‘뱀 주의’ 경고 문구가 있고, 박쥐들이 날라 다녀 다소 무서운 느낌이 들었는데, 관광객 대부분이 커플들인 것을 보면 위험하진 않아 보입니다. 다음으로 ‘UFO라인’은 일본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코스입니다. UFO라인이라는 이름답게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높이 올라가면서 하늘과 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식생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스하라 도서관입니다. 나무를 주된 건축 자재로 사용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의 도서관인데, 주변 숲들과 어우러져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일본어를 몰라 그림책들만 봤는데도 독서광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고치 근교 여정을 마치고 고치 시내로 돌아와 히로메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히로메 시장은 주변 식당에서 산 음식을 공용테이블에서 먹는 구조인데, 현지 사람들과 섞여 술을 마시면서 마치 전문 여행가가 된 기분을 경험하였습니다.

(왼) 유스하라 도서관 (오)도고온천

마쓰야마

松山

마쓰야마는 한국에서 직항 비행기가 있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도시로 고치 여행 후 방문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온천 중 하나라고 하는 ‘도고 온천’이 유명합니다. 온천을 마친 사람들이 유카타를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온천 주변으로 전통 상점과 카페들을 이용하는 모습은 과거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쓰야마는 사실 생각보다 큰 도시여서 마쓰야마성 근처는 다소 번화가로 높은 빌딩도 있고 복잡하였는데, 현대적인 도시와 전통적인 느낌의 온천 지역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소, 다카치호 협곡

阿蘇, 高千穂峡

규슈 지방은 항공권도 저렴하고 가까워서 쉽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후쿠오카나 온천이 유명한 벳푸, 유후인에 많이 가는데, 전 규슈의 자연환경을 보고 싶어 규슈 중간에 위치한 아소를 방문하였습니다.

(왼) 아소산 정상 (오) 아소산 중턱

아소는 활화산인 아소산이 유명합니다. 아소산 정상에는 화산 폭발을 대비한 각종 대피소, 현재 정상을 탐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렌 등이 있어 마치 곧 화산이 폭발할 것 같은 두려움을 주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가니 여느 산 정상과 다를 바 없이 평온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소산 중턱의 넓은 들판을 산책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아소 근교에는 다카치호 협곡이 있습니다. 거대한 절벽이 양옆으로 우뚝 솟아 있고, 그사이에 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서귀포의 쇠소깍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협곡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협곡 사이에서 배를 타는 것이 좋습니다. 노를 저어 협곡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데, 양옆으로 펼쳐지는 절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폭포의 전경은 사진으로 담기엔 부족할 정도로 생생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가라쓰

唐津

가라쓰는 규슈 여행 중 우연히 들리게 된 곳으로 후쿠오카에서 기차로 약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가라쓰 성과 그 앞에 펼쳐진 긴 백사장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특히 소나무가 약 5km에 걸쳐 바닷가를 따라 펼쳐져 있는데 ‘니지노마쓰바라’(‘무지개소나무숲’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여, 일본의 유명한 소나무숲이라고 합니다.

조용히 숲속을 거닐면 상쾌한 바람과 소나무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넓은 백사장, 조용한 숲길에서의 산책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가라쓰를 추천합니다. 일본의 소도시 여행은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한 매력과 깊이를 제공합니다. 각각의 소도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화려함과 분주함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도시 여행을 떠나 보시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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