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함께 X THEME+공감] 공직자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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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7

공직자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

가을은 농부에게는 수확의 계절이지만 공직자들에게는 청렴의 계절입니다.

쪽빛 가을에 청렴을 노래하는 것이 시의적절하나, 일선에서 청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직자의 입장에선 평가의 무대 위로 올라가는 긴장된 시간입니다.

ⓦ-김기식 작가(공공기관 청렴교육전문강사)

청백리의 표상 황희 정승도 부패에 관한 기록이 실록에 남아 있고1), 전설적인 마피아, 카를로 감비노(Carlo Gambino)를 박살내고, 부패한 뉴욕의 금융 관행에 철퇴를 내린 월가의 저승사자 엘리엇 스피처(Eliot Spitzer)도 한순간의 스캔들로 새로운 미래의 희망에서 부패 관료로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는 존 에머리치 에드워드 달버그 액튼(Rt. Hon. John Emerich Edward Dalberg-Acton)의 지적은 역사의 순간마다 진실로 입증되고 있으며, 다산(茶山) 선생께서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이 청렴(廉者牧之本務萬善之源諸德之根)임을 일깨워 주신 이래로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는 날로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공직자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

청(淸)은 물의 깨끗하고 투명한 특성에서 유래하며, 렴(廉)은 큰 지붕 밑에 볏단 하나를 두어 검소함과 절제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부패(腐敗)는 관청 아래 고기가 썩어가고, 조개가 깨어져 재물이 손실되는 과정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양 사람들은 부패는 주변에 피해를 주어(disrupt) 관계를 깨뜨리고(rupture) 파멸(erupt)로 이끌어, 개인적으로 파산(bankrupt)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은 함께 망(cor-ruption)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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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는 왜 발생할까요? 사회 속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또는 절차가 복잡하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일 수 있습니다. 어느 영화 속 공무원 출신의 주인공이 자신의 수첩을 흔들며 ‘십억 원 짜리 전화번호부’라고 으스대거나, 수갑을 차고서도 ‘내가 너희 서장이랑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다 했어’라며 큰소리치는 장면은 연고를 중시하는 우리의 사회 문화 풍토가 부패를 양산하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점은 부패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계몽주의자 루소(J. J. Rousseau)는 그의 교육학 저서 <에밀(Emile)>의 첫머리에서 ‘조물주의 손에서는 모든 것이 신성하였으나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부패하기 시작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모든 제한은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고 호모 사피엔스의 DNA에는 이 선을 넘으려는 충동이 침잠해 있습니다. 청렴이 모든 공직자의 영원한 숙제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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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은 청어를 좋아합니다. 청어(靑魚)는 기름기가 많아 부드럽고 DHA 함량이 높아 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부들은 북대서양의 차가운 물길을 따라 베링해까지 나아가서 청어를 잡아 오지만 돌아오는 먼 길에 청어가 죽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어부들은 수조 속에 물메기를 함께 넣어 온다고 합니다. 천적 관계인 이들은 서로를 따라다니며 런던의 어시장까지 살아오게 되어 어부들이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풀어낸 영국 외교부의 공무원, 아놀드 조셉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그의 저서 <A Study of History>와 강연에서 청어와 물메기 이야기를 자주 인용합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공공 감사의 역할을 떠 올립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건강한 공공 조직을 위해 공직자들이 물메기의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전국의 청렴 교육 현장에서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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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이즈음, 세계 180여 국가 공공부문에 대한 부패인식지수2)를 조사하여 발표합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 조사 결과는 자국의 대외 신인도이며 국제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어 각국이 순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52위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여 2022년 30위권 초반에 이르는 괄목할 성과를 보이며 20위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필자가 우연히 부패인식지수와 UN이 발표한 국민행복지수(WHR)를 한 종이 위에 그려보니 그래프 윤곽이 신기하게도 거의 일치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청렴해야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청렴한 사회는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고, 청렴한 국가는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합니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부패 비용은 GDP의 2%로 연간 2조 달러에 이르고,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는, 대한민국 부패지수가 15점 증가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3만 9천에서 7만 6천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 4만 달러시기를 3년, 5만 달러시기를 7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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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느와르(noir) 영화가 상징하듯, 홍콩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부패국가였습니다. 본토에서 새로운 세계(世界)를 찾아 밀려온 도시 빈민과 인도차이나 전쟁 난민들로 북적이는 구룡반도와, 바다건너 롤스로이스가 흥청대는 홍콩섬의 란콰이펑(蘭桂坊)과 완차이(灣仔)의 빈부격차는 부패와 혼란의 끝을 알 수 없게 했습니다.

청렴 교육 현장에서 무전무수(無錢無水)라는 은어가 뒷돈을 주지 않으면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서 물을 뿌리지 않았다는 홍콩의 부패 실태 전언에 종로소방서 소방관들이 무릎을 치며 탄식했습니다. 그러나 1973년 피터 고드버 사건으로 이듬해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가 설립된 후 홍콩은 10년 만에 아시아의 청렴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신생국으로 독립 후 가난의 대명사였던 싱가포르가 이광요에서 리센룽(Lee Hsien Loong)에 이르는 60년 장기 집권에도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공직부패에 대해 단호한 지도부의 의지와 태도, 범죄수익 세탁방지법(UWO) 등 엄정한 청렴 정책 덕분일 것입니다.

공직자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

호주와 뉴질랜드는 유럽 외 지역의 대표적인 청렴 국가입니다. 여행 중 만난 시민들은 중대범죄수사청(SFO)의 존재를 일상에서 느끼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무관용원칙(Zero Tolerance)은 태국인 노동자의 도움을 받은 국회의원 타이토 필립필드(Taito Phillip Field)에게 7년 형을 선고함으로써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도움을 받았을 땐 동일한 방식으로 돌려주는 사모아의 전통임을 주장하던 필드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엄한 꾸짖음에 법정에서 말없이 물러나야 했습니다.

바이킹의 땅 북유럽은 오늘날 세계적인 청렴 선진국의 나라들입니다. 핀란드의 정보통신과 5G 산업의 대표 기업인 노키아의 안시 반요키 부사장은 기준 속도 50km 지역에서 25km를 초과하여 11만 5천 유로를 내야 했고, 연간 수입이 700만 유로에 이르는 조시 살로노야(Jossi Salonoja)는 17만 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수입에 따라 벌금을 차등화 하는 일수벌금제(日收罰金制, Day-Fine System)에 대해 ‘누군가에게 벌금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교통안전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그들의 원칙에 대한 단호함과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시민들의 일상에 넉넉한 여유로움 주고 있어, 이 땅이 전설 속 바이킹, 라그나르 노드브로크가 활약하던 피요르드(fjord) 그곳이 맞는지 잠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공직자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

합리주의와 경험철학을 아울러 근대철학의 새로운 기원을 완성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는 당초 천체물리학에 대한 과제로 학문을 시작하였습니다. 태양의 생성에 관한 그의 연구, 칸트-라플라스 성운설(Kant-Laplace nebular hypothesis)은 지금도 우주 기원론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는 가설입니다. 일생동안 떠나지 않았던 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도덕철학의 마지막을 맺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감탄해 마지않는 두 가지는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가슴 속 도덕률이다” 이는 그의 역저 실천이성 비판의 결론이며, 지금도 그의 묘비명3)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국가의 그 어떤 기관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뢰와 권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정의와 인권의 보루라 일컫는 만큼, 소속 구성원들도 전체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전합니다.

‘법원사람들’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가장 경이롭고 감사한 일이라고, 가장 위대한 철학자가 돌에 새겨 오늘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고….

청렴! 할 수 있다!

공직자의 가슴 속에 반짝이는 도덕률

글쓴이 소개 | 김기식(jhbest@daum.net)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등록 청렴교육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렴을 주제로 한 <국민이 만만한가>를 펴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감사실장, 서울특별시 중구·양천구 감사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주 1) 時人謂黃金大司憲, 匿喜第北園土宇中喜乃通焉, 執政多年賣官刑獄 (조선왕조실록 세종편)

주 2)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공공 및 정부 부분의 부패를 인지하는 국가 청렴도 지수

주 3) 두 가지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네 내 머리위 별로 뒤덮힌 하늘과 내 가슴 속 도덕률이라네/실천이성비판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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