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석상자] 크게 피어날 알찬 씨앗 실무관 대담 법원 서비스를 더 푸르고 풍성하게

人사이드인터뷰

2023.02.06

단체사진

(왼쪽부터) 김해진 실무관, 이예림 실무관, 박채원 실무관, 장수미 실무관, 문원준 실무관

내일을 나누는 만남

크게 피어날 알찬 씨앗 실무관 대담
법원 서비스를
더 푸르고 풍성하게

김해진, 이예림, 박채원, 장수미, 문원준

나무만으로 숲을 이룰 수 없다. 나무 사이사이, 마침 존재하는 작은 물줄기 주변으로 빠짐없이 땅을 뒤덮은 보드라운 꽃과 풀이 함께해야 비로소 무성한 숲이 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법원의 씨앗이라고 생각해요”라는 김해진 실무관의 말처럼 법원이라는 큰 숲에서 실무관들은 크고 작은 씨앗들이다. 그들은 적재적소에 다양한 가능성으로 심어져 저만의 모습으로 피어난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과 풀처럼.
장수미, 박채원, 이예림, 김해진, 문원준 실무관이 대담을 나눴다. 모두 다른 기수인 5명의 실무관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과 진행 이재영 사진 조인기

법원직 공무원 합격기
장수미 다들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실무관들끼리 만나니 왠지 반갑고 편안하네요. 제가 먼저 인사를 드릴게요. 저는 39기이고요. 입사한지 올해 13년차가 되었네요. 주사보 승진을 앞두고 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소액1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예림 저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46기고 지금은 민사 단독 1과 의료 전담 재판부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4년 차가 되었습니다.
문원준 저는 인천지방법원 총무과 서무계에서 일하고 있는 문원준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제일 막내인 것 같은데요. 49기이고 이제 1년 차 지났습니다.
박채원 문원준 후배님과 같은 인천지방법원 총무과에 있고, 지금 감사관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40기고, 햇수로 12년 차가 됐네요. 반갑습니다.
김해진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지방법원 청사 감사과 있는 김해진 실무관이고요. 47기입니다. 이제 입사한 지 3년 차 돼서 보짱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수미 기수가 다양하네요. 다들 어떻게 법원직 공무원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좀 오래돼서, 일단 가장 생생한 49기 후배님부터 말씀해주시면 어때요?
문원준 그럴까요? 제가 제일 최근이니 아주 생생합니다. 저는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어요. 어머니가 공무원이라 영향을 받았거든요. 대학 때 잠깐 동안 공무원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정 인턴 활동을 했는데 그때 법원에서 근무하셨다가 나온 분을 만났어요. 그분을 통해서 법원 이야기를 많이 듣고 흥미로워서 열심히 찾아보고 준비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장수미 시험은 몇 번 만에 붙으셨어요?
문원준 총 세 번에 됐습니다.
장수미 빨리 붙으셨네요.
박채원 해진 후배님은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어요?
김해진 아버지가 법원에 계셔 예전부터 법원직을 추천하셨어요.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얼마나 좋은지 가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마침 법학을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도전하게 됐습니다. 근무 환경도 좋고 아버지가 괜한 말씀 하신 게 아니구나 하고 있어요.
이예림 저도 원래 공무원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대학교 동아리의 밤 때 한참 위 졸업 선배가 오셨는데 그분이 법원에 계셨어요. 계장 승진하고 오셨는데, 법원 근무환경이 정말 좋다, 특히 여자에게 좋다면서 적극 추천을 해주셨죠.
(일동: 맞아요, 동의해요.)
박채원 몇 번 만에 합격하셨어요?
이예림 한 번 만에…
장수미 어쩐지 나이가 어리신데 기수가 높은 편이라 궁금했어요. 대단하시네요.
이예림 운이 좋았습니다.
박채원 저도 이예림 후배님과 비슷해요. 법학전공이었는데 선배가 법원직렬에 합격했어요. 그분한테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당시에 공무원 붐이어서 이왕 하는 거 법원직 공무원에 도전하자 하는 마음으로 했죠. 선배님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장수미 아버지 대학 후배분이 법원에 계시다가 과장님으로 퇴직을 하셨는데 업무환경도 좋고 여러 가지로 배울 점도 많다고 추천해주셨어요. 법학 전공이라 준비하게 됐죠. 저도 문원준 실무관님처럼 시험 세 번 만에 합격했어요.
박채원 저도 세 번만 에요.
김해진 저도요. 이예림 선배님만 한 번에 되셨네요. 46기 시험 저도 봤는데 어려웠잖아요. 저는 그때 1점 차이로 떨어져서 정말 속상했어요.
박채원 1점 때문이라니. 잘 극복하셨죠? 그게 참 마음이 아픈 일이잖아요.
김해진 네. 충격이었지만 잘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문원준 후배님은 어떠세요? 드디어 합격해서 들어오니까 생각한대로던가요?

직 접 겪은 실무관이라는 자리
문원준 법원 직렬은 재판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행정업무는 다른 전문 직렬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행정 업무도 법원직 공무원이 하더라고요. 진짜 업무가 다양하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로 이곳에서 제대로 일하면 많은 것을 배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박채원 맞아요. 공무원이라고 하면 한자리에서 한 5년 정도 있는 줄 알았거든요. 다른 직렬 같은 경우에는 5년에서 적어도 2년은 있는 경우가 많은데 1년에 한 번씩 자리 변동을 하더라고요. 그 부분이 되게 신기했어요. 그렇게 자주 옮기는데 인수인계는 또 잘 돼 있잖아요. 그게 정말 신기했어요.
장수미 처음에 놀랐던 게 그 점이었어요. 다른 행정직이나 타 직렬 공무원 친구들이 보면 되게 놀라더라고요. 1년마다 자리를 옮기니까요. 후배님 말씀처럼 1년마다 옮기긴 하는데 법원에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인수인계에 전혀 문제가 없죠. 전임자도 일 정리 잘해놓고 가고, 처음 가면 주변에 있는 선후배분들이 같이 많이 도와주시고 자료도 같이 공유해 주고 하시니까 크게 무리 되지 않죠.
김해진 이게 은근히 장점인 것 같아요. 1년마다 옮겨 다니니까 인맥도 넓어지고 민사 업무도 해볼 수 있고 형사 행정 업무도 돌아가면서 할 수 있으니까요.
이예림 문원준 후배님은 기대했던 재판업무를 못하셔서 아쉬우셨겠어요.
문원준 첫 1년 차 신청과 때 신청 합의 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재판도 직접 들어가 보고 1년 정도 그렇게 해 봐서 아쉬움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선배님들은 첫 발령 기억 나시나요?

두근두근 첫 발령
장수미 2011년도 7월에 첫 발령을 받았는데 수원지방법원이었어요. 구청사 시절이죠. 출퇴근을 통근 버스로 했는데 거의 왕복 3시간이 걸렸어요.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여가 생활을 할 시간이 아예 없더라고요. 사실 대학 때도 시험공부 하느라고 즐기지 못해서 취업하면 신나게 살아야지 했는데 매일 출퇴근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서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그 힘으로 살았습니다. 법원이 좋은 게 돌아다니면서 일하다 보면 일했던 분들과 다시 뵙기도 하잖아요. 그 시절 함께 했던 분들 뵈면 정말 반가워요.
박채원 수원에서 첫 발령은 어느 과로 받으셨어요?
장수미 민사합의과로 받았는데 당시에는 수원고법이 없는 상태여서 항소 재판부에 있었어요.
김해진 그때는 다 종이로 했었죠?
장수미 네, 그렇죠.
박채원 넘버링도 많이 하셨겠어요.
장수미 많이 찍었죠. 심한 거는 4책, 5책까지 해서 찍으니까 2천 페이지가 넘기도 했어요. 당시에 과장님께서 상고 기록을 다 보셨는데 각이 잘 안잡혀 있어서 손수 풀어서 각 잡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상고 기록을 잘 정리해서 대법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알려주셨죠.
김해진 팔 많이 아프셨겠어요.
장수미 네, 그때 팔 힘이 좋아졌어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다리 힘도 길렀고요. 하하.
이예림 혹시 보자기 쓰셨어요?
장수미 네, 보자기에 싸고, 무거우니까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이용도 하고요.
박채원 법정에 들어가실 때는 그 기록을 다 가지고 가시는 거죠?
장수미 전자화 시행 초기라 그렇게 했죠.
김해진 정말 고생하셨겠어요. 비 오는 날은 어떻게 해요.
박채원 문원준 후배님은 모르시죠? 형사사건을 제외하고 거의 다 전자로 바뀌어서요.
문원준 네, 전혀 몰랐어요. 저는 장수가 많으면 로딩이 오래 걸리네, 하죠. 그걸 다 종이로 했다니 대단하시네요.
장수미 상황에 맞춰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전자화된 이후 기수들은 훨씬 나은 환경이죠. 박채원 후배님은 첫 발령지가 어디셨나요?
박채원 중앙 소액과가 첫 발령지였어요. 동기인 40기 친구들이 중앙으로 많이 발령받아서 원했던 서울 쪽으로 가게 돼서 좋았는데 생각보다는 소액 사건이 굉장히 일이 많더라고요. 일반 단독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일했죠. 당시 처음으로 모신 계장님, 금융단독 선배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어요. 소액과에 40기 동기 5명이 같이 발령받은 것도 큰 힘이 됐었고요.
김해진 사람이 좋고 분위기가 즐거우면 일이 힘들어도 괜찮잖아요.
이예림 맞아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죠.
김해진 저희는 어제도 회식했습니다. 저는 첫 발령을 수원고등법원 민사재판부로 받아서 2년 동안 수원고법에 있었어요.
(일동 : 오!)
장수미 고등법원에 2년이나 계셨으면 달인이시겠어요? 주변에 동기들도 많이 물어보죠?
김해진 네, 그런 편이에요. 선배님들이 잘해주지만 아무래도 동기한테 물어보는 게 편하니까 동기들도 저한테 물어보죠.
장수미 동기 중에 일 잘하는 동기가 있으면 힘이 되더라고요. 이예림 후배님은 첫 발령이 어디였나요?
이예림 첫 발령이 중앙형사단독이어서 교통 재판이 많았어요. 가자마자 많은 음주운전을 접하면서 경각심이 생겼죠. 종이 기록을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항소 기록 넘버링도 재밌게 치게 됐어요. 신기한 게 다녀보니 힘든 부서에 가면 늘 좋은 분들이 더 많이 계신 것 같아요.

단체사진

제일 좋은 것도 사람, 가장 힘든 것도 사람
김해진 좋은 분들 많죠. 그래도 민원 문제는 참 힘들잖아요. 감사계에 계시니까 많이 겪어보셨죠?
이예림 법원에 오는 게 좋은 일이 아닌 경우가 더 많잖아요. 이미 화가 난 상태에서 와서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안 되면 더 화를 내시죠.
김해진 절차적으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데 설명을 해드려도 호통을 치면 좀 답답하긴 해요.
이예림 민원 응대가 실무관들한테 유독 힘든 게 규정이나 이런 걸 아직 다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실전에 투입되잖아요. 법원 절차가 좀 복잡한데 다 숙지할 시간적 여유 없이 응대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박채원 신규 실무관님들은 업무가 많은 형사과나 기타집행으로 발령받으시는데, 민원응대까지 해야하니 좀 더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이예림 지식이 부족한 게 큰 어려움이긴 해요. 가끔 등기 관련 민원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서울중앙이다 보니 관할 토지가 다 고액이라 이해관계들이 복잡해요. 법원 직렬이라 등기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관련해서 질문하시면 곤란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땐 경청하는 태도로 잘 들어드리려고 하죠.
장수미 제가 서울중앙지법 부동산등기조사과에서 1년 동안 근무했었는데, 우리 후배님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등기 업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민원 응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잘 이겨냈죠.
문원준 민원 전화가 와서 응대하다 보면 법원 공무원은 법에 대해 모든 걸 알 거라고 생각하고 물으세요. 선배님들 말씀처럼 등기도 모르고 형사 관련 업무도 다 알지 못하는데 질문하시면 곤란하더라고요.
김해진 그럴 땐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하고 바로 다시 전화드린다고 말씀드리면 좋아요.
장수미 좋은 방법이에요. 후배님들은 민원 응대하다가 어려움이 있으면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문원준 다른 선배님이나 계장님께서 도와주셨어요. 악성 민원이 있으면 빨리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시간을 벌죠.
장수미 그게 현명한 방법이에요.
문원준 네, 전화를 오래 끌고 있으면 저만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이예림 아예 모르거나 어려우면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니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하시거나 법률 상담해 보시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요.
박채원 저는 감사관실에 있고 전화 민원은 거의 제가 담당을 하고 있어요. 명확하게 요구하는 부분 말씀을 해 주시면 찾아서 답변을 드리고 있는데요. 법률적인 조언을 구한다면 법률구조공단이라든지 안내를 드릴 수는 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요지 불명인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 경우에는 경청할 수밖에 없죠. 경청을 하다가 ‘내가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시면 ‘선생님 지금까지 잘 들어보았는데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고 ‘이 부분은 법률적인 상담을 받으셔야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해요. 1시간 정도 통화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지셔서 끊으시더라고요.
(일동 : 1시간이나 대단하시네요.)
박채원 가끔 여자 목소리의 실무관이 받으면 더 화를 내는 분들이 계셔요. 계장님이 듣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넘겨받으시죠. 그게 한 템포 쉬어가는 타이밍이에요. 그렇게 넘어가면 더 높은 사람이 전화를 받는구나 하면서 해결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장수미 맞아요. 저도 자주 겪습니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통화하고 나면 어떠세요? 정신적으로 힘들고 피폐해지지 않나요?
박채원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어요. 첫 발령 받고 그런 전화 받았을 땐 울었죠.
장수미 저도 울었어요.
박채원 지나고 보니까 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내 마음 다치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요즘은 밖에서 산책하던지 친한 친구를 만나 풀던지 저만의 방법으로 해결하죠. 법원에 오래 있어서 가족처럼 가까이 터놓는 분들이 계시니까 그분들 만나서 같이 욕도 하면서 속을 털어 버려요.
장수미 현명하시네요. 쌓아 놓지 않고 털어버리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박채원 선배님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장수미 비슷해요. 통화하다가 울먹이기도 하고 전화 끊고 울기도 했죠. 현타라고 하잖아요. 마음이 확 무너지더라고요. 그런데 근무 연차가 쌓이면서 말 터놓을 동기, 선후배가 생기니까 공유도 하고 하소연도 하면서 풀어요. 또 자꾸 대하다 보니까 민원인 응대 노하우도 생기더라고요.
김해진 저는 너 잘났다면서 욕을 하는 분이 계셨어요. 내가 욕 먹으려고 온 건 아닌데 싶어서 전화 끊고 울었어요. 다들 위로해주시고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해주시고 동료들이 많은 위안이 됐어요. 지금은 익숙해지고 나름 맷집이 생겨서 잘 넘기고 있습니다.
이예림 욕이라니, 속상하셨겠어요. 제가 들은 건 아닌데, 가만두지 않겠다고, 죽이러 간다는 협박을 들은 분들도 많더라고요.
장수미 무섭죠. 보면 악성 민원인 때문에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이예림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측은지심을 가지고 응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말씀하실 데가 없어서 나한테 이러시는구나 하면서요.
박채원 문원준 실무관님은 그런 경험 있으세요?
문원준 어떤 민원인이 제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당신 말만 하고 대화가 전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어요. 저쪽에서 여보세요,
하면 대답만 하고요. 생각해보면 뭘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화를 풀고 싶어서 전화를 하시는 건 아닌가 싶어요.
장수미 악성 민원인도 있지만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많으시잖아요.
박채원 굉장히 많죠. 칭찬 글이 게시판에 한 달에 두세 건은 꼭 있어요. 꼭 무슨 결과를 원해서가 아니라 하소연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 경청해드리면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내 마음을 들어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예림 서울중앙지법에서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민원서나 민원소리함, 법원에 바란다 등을 통해서요.
박채원 선배님 칭찬 글 받아보셨죠?
장수미 네, 칭찬민원이 들어왔을 때 이게 진짜인가 했었어요. 법무사 사무실에서 보내주신 건데요. 전자소송 사건인데 e-post로 되지 않아서 출력해서
송달하는 경우인데 손에 밸까 봐 스테이플러 찍는 부분 뒤에 테이프를 붙여서 보냈거든요.
박채원 하나하나 진짜 배려가 보이네요.
장수미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려고 왔으니까요. 저희 다 그러려고 왔잖아요.
(일동 : 그쵸, 저희가 이런 얘기 하려니 쑥스럽네요. 하하하)
이예림 민원 얘기하다 보니 UHD 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박채원 맞아요, 1472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김해진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민원 응대도 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업무 특별한 경험
문원준 선배님들은 연차만큼 많은 경험을 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근무지가 있으세요?
장수미 대법원 대법관실에서 2년 반 근무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서부지방법원장님이었다가 대법원으로 오신 이기택 대법관님을 모셨는데요. 대법관실에서 실무관은 행정업무도 하지만 비서 업무도 포함이 되어 있거든요. 가까이 모시면서 여러 가지 많이 배우고 무엇보다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거를 많이 사주셔서 참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이예림 평소 업무와 조금 다르지만 진짜 좋으셨겠는데요?
장수미 네, 특별한 경험이었죠.
김해진 조금 다르지만 저도 얼마 전에 특별한 경험을 하나 했어요. 퇴임하신 수원고등법원 정준호 국장님과 보좌관 두 분, 실무관 3명이 함께 청계산부터 광교산까지 종주했었어요. 총 11시간 걸렸는데, 서울에서 수원까지 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을 탔는데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독려해주셔서 완주했거든요. 힘들어도 완주하니까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이예림 진짜 특별한 경험이네요. 사실 법원 안에 산악회도 많고 등산할 일이 종종 있잖아요. 저도 한 번 따라간 적이 있는데 평소에 안 하던 거라 저는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등산하고 회식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함께 하는 것들이 인상 깊게 남긴 해요. 사실 행사가 아니라도 주변 선배님들 덕에 평소에 일하는 것도 즐거워요.

박채원 네, 저도 처음 같이 일했던 재판부가 기억에 남아요. 첫 계장님, 첫 사수 선배님이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29기 이호정 계장님이신데 하나하나 잘 알려주셨죠. 박평수 부장판사님도 실수 많고 통통 튀는 신입 실무관에게 선생님처럼 가르쳐주셔서 그때 많이 배웠죠.
이예림 저는 첫 발령을 형사단독으로 갔는데요.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판사님께 당돌하게 질문하고 대놓고 여쭤보고 그랬어요. 몰라서 용감했죠. 그래도 늘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김해진 다 그러신 거 같아요. 참고할 내용을 출력해서 주시기도 하고요.
박채원 신규 때는 기록에 대한 소중함을 몰라서 덤벙대다가 눈앞에 기록이 안 보이면 기록 없어졌어요, 하고 다들 긴장하게 하고요.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여기 있다고 찾아주시는 해프닝을 겪었죠.
김해진 그런데 신기하게 그건 다른 사람이 찾아야 보여요.
이예림 그 순간엔 잘 안 보이더라고요.
박채원 기록 없어지는 꿈 안 꾸세요? 스트레스받으면 기록 찾는 꿈, 다시 시험 보는 꿈을 자꾸 꿔요.
장수미 맞아요. 꿔요. 문원준 후배님은 아직 그런 꿈 안 꾸셨나요?
문원준 아직은 저는 없었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싫은 거 같네요.
이예림 곧 겪으실 수 있어요. 하하.
김해진 저는 면접 다시 보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심층 면접하는 동기가 있으면 새벽까지 옆에서 도와주고 서로 질문도 해주고 하면서 돈독해지잖아요. 아직도 연락하는데 면접 동기들도 그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문원준 부럽습니다. 저희는 교육원 교육도 취소되고 원격으로 수업해서 화면으로만 얼굴을 익히고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김해진 교육원이 제일 행복한 시절인데요.
박채원 맞아요. 법원 생활하면서 끝까지 가는 인연이죠. 힘들어도 가끔 교육원 동기들과 연락 주고받으면 풀리기도 하고요.
김해진 전국으로 발령이 나니까 저희 기수는 전국구로 동기들 있는 곳 돌면서 여행도 하고 그래요.
이예림 끈끈하네요.
문원준 선배님들 만날 때마다 얘기 듣거든요. 교육원 때가 제일 좋다고. 그 과정이 없어서인지 49기를 만나면 더 애틋하고 더 반가운 것 같아요. 다른 법원 49기한테 연락 오면 너무 반가워서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약속도 하고요.
장수미 신규 때는 더 하죠. 돌아보니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네요. 제가 39기니까, 10기수 차이가 나고.
박채원 아직 저희 마음은 신규인데요. 이제 50기가 들어왔는데, 다가가는 게 조심스러워요. 선배님은 후배들과 잘 지내는 노하우가 있으세요?
장수미 저도 쉽지 않죠. 제일 쉬운 건 함께 식사하면서 마음을 터놓는 거 같아요. 점심 사주면서 그냥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도 많은 후배들과 가까워지는 게 여전히 고민이에요.
박채원 네, 혹시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편해질까 봐 자꾸 조심하게 돼요.
문원준 밥 사주면 다 좋은 선배님이십니다. 하하. 농담이고요. 신규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업무적으로 도와주시면 마음을 기대게 돼요. 의지가 되고 그걸 계기로 마음도 터놓고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김해진 3년 차 정도 되면 다 싫어지는 시기가 온다는데, 선배님들은 어떠셨어요?
장수미 맞아요. 3, 4년 차가 제일 힘들어요. 처음 1, 2년 차 때는 앞만 보고 달려갔는데 그 이후에 조금 여유가 찾아오면서 힘든 점이 생기죠. 그럴 땐 동기들과 얘기하면서 풀었어요. 외부 친구들은 잘 공감을 못 해주니까 우리 일을 이해해주는 동료들에게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이예림 동기들하고도 좋지만 친한 선배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갈 길을 먼저 걸어가신 분들이라 현실적인 조언도 많이 듣고요.
박채원 자기계발 휴식이나 해외연수 프로그램 같은 법원 내 프로그램을 잘 이용해서 극복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장수미 네, 세 분은 국내외 외국어연수 다녀오세요.
박채원 좋은 기회 놓치지 말고 도전하세요. 실무관이라는 자리가 업무를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일이라 여러 방면으로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대신에 소소한 성취감과 자부심이 매일 생기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법원 업무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계속해서 서로 돕는 자리기도 하고요. 일도 그렇지만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보람도 크고 만족감도 크죠.
장수미 네, 맞아요. 사람, 좋은 사람 많이 만나는 게 가장 큰 만족인 거 같아요.
김해진 모두 선하시잖아요.
이예림 저도 일이 잘 마무리되면 너무 보람되더라고요. 일에 성과가 보이고 사건이 잘 끝나면 뿌듯해요.
김해진 어려운 일을 하나 끝내면 할 땐 힘들지만 성장한 기분이 들고 좋아요. 감사관실에 있었을 때 처음으로 고위직 폭력 예방 교육을 했는데요. 처음으로 기안을 만들어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잘 마무리하고 너무 뿌듯했어요. 이것 역시 많이들 도와주셔서 가능했죠.
장수미 다들 기본적으로 서로 돕는다는 마인드가 있어요. 저도 시험감독이나 행사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진해서 가요. 제가 솔선수범해야 후배들도 나중에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해서요.
박채원 서무 일도 많으실 텐데 대단하시네요.
장수미 선배님들도 다 이렇게 하셨고, 요즘 후배님들도 많이 자진해서 참여하시더라고요.
김해진 저도 시험감독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내가 하지 뭐 그렇게 생각해요.
이예림 다들 대단하십니다.
문원준 오늘 말씀 나누면서도 또 느꼈는데요. 첫 인사이동 때 재판부 일 마치고 인수인계서 쓰고 마무리 하는데 주변 사무관님, 선배님, 판사님 모두 다른 과 가서도 잘할 거라고 독려해주셨는데 그때 알았어요. 법원이라는 곳이 정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전하는 힘으로 잘 돌아간다는 걸요.
이예림 네, 오늘 계속 나왔는데, 정말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게 실무관 업무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김해진 오늘도 좋은 분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저희는 씨앗이잖아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아, 앞으로 다양한 일을 통해 만나길 바라요.
박채원 네, 모두 앞으로도 즐거운 법원 생활하시길 바랄게요.
장수미 오가며 반갑게 인사 나눠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人사이드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