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나누는 만남] 미래를 여는 사법부의 싱크탱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단체사진 

 

(왼쪽부터) 서현웅 연구담당관(사무관), 김효정 연구지원과장(사무관), 이단비 조사위원(프랑스 변호사), 김윤선 선임연구위원(부장판사),

박우경 연구위원(박사), 정현희 연구위원(판사), 김봉철 연구위원(박사)

 

내일을 나누는 만남

글과 진행  이재영          사진  조인기


미래를 여는 법부의 싱크탱크

사법정책연구원
김윤선 선임연구위원(부장판사), 정현희 연구위원(판사), 김봉철 연구위원(박사), 박우경 연구위원(박사), 김효정 연구지원과장(사무관),

서현웅 연구담당관(사무관), 이단비 조사위원(프랑스 변호사)
 

어둠 속에서 황금을 캐는 광부의 마음으로 진리를 캐낸다. 조사와 연구 또 다시 이어지는 조사와 연구, 그렇게 만들어진 보고서는 사법부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기관과 학계에 전해져 현재의 삶을 보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재료로 쓰인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설립된 지 10주년. 그동안 법제도 및 재판제도의 개선, 미래 사법부가 추구해야 할 국민을 위한 사법의 모습을 정책적으로 설계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 자신들의 연구가 미래 사법을 밝힌다는 사명으로 사법정책연구원 구성원들은 오늘도 미래지향적 중·장기적 연구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 미래 사법의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주는 사법정책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윤선 선임연구위원(부장판사)과연 누가 지원하겠어?

김윤선 I 모두 바쁜데 모이셨네요. 매일 보는 사이지만 이렇게 자리를 만드니 또 새롭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선임연구위원 김윤선입니다. 사법연수원이 서초동에서 일산으로 이전한 2002년 하반기에 2년차 사법연수생으로 여기 왔다가 20년만에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아 다시 왔어요. 판사들은 인사희망 시 여기를 지원해서 오게 되는데, 정현희 판사님도 희망해서 오신 거죠?
정현희 I 네, 희망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현희 판사고요. 경력 14년차에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헌법재판소 연구관, 사법정책연구원 같은 비재판보직에 지원할 수 있는 기수가 됐는데, 사법정책 등에 대해 넓은 시야를 가지고 깊게 연구해보고 싶어서 사법정책연구원에 지원했죠. 그런데 막상 와보니 업무가 만만치가 않더라구요.(웃음) 연구보고서만 쓰는 게 아니라 일년에 4~5회 이상 개최되는 각종 학술대회도 준비해야 하고, 통일사법연구회, 외국사법제도연구회, 국제규범연구반 간사 업무도 해야 하고, 정책연구용역심의위원회, 사법행정자문위원회 분과위원회 등 여러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등 다양한 업무가 있더라구요. 각종 시험 출제 및 채점 업무도 있구요. 사법정책연구원 온 초기에는 괜히 지원했다고 후회한 적도 있었어요.(호호)
김윤선 I 우리가 연구 이외에 할 일이 엄청 많긴 하죠. 선임부장들은 각종 검토회의에 참석하면서 코멘트도 해야하고, 여러 연구회랑 TF 활동도 해야 하는데, 진짜 연구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긴 해요. 연구지원과장님은 올해 1월에 들어오셨는데 희망해서 오신 건가요?
김효정 I 안녕하세요. 연구지원과장 김효정입니다. 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실 사법정책연구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는 못했어요. 이번에 승진하면서 총무과장님이 추천하셔서 사법정책연구원에 대해 알게 됐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서 오게 됐습니다.
김윤선 I 아, 총무과장님이 추천하셨군요?
정현희 I 일 잘하고 훌륭한 분이라 추천하셨나 봐요.
김효정 I (웃음) 그렇지는 않고요. 다양한 업무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추천해 주신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지만 호수공원도 가깝고 이곳 근무 환경이 워낙 좋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김윤선 I 막상 와서 일을 해보니 어떠세요?
김효정 I 처음엔 법원 기관이지만 조금 낯설었어요. 일선 법원에서 하지 않던 일이니까요. 연구하는 분들과 주로 일한다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고요. 영광스럽게 원장님, 수석연구위원님, 국장님, 총무과장님 가까이에서 근무하다보니 배우는 것이 많아 좋습니다. 인생 경험이나 법원경력이 많은 분들에게 얻는 지혜들이 있거든요. 서현웅 사무관님은 저와 같은 일반직이신데 어떻게 오셨는지 궁금해요.
서현웅 I 안녕하세요. 연구담당관 서현웅입니다. 저는 연구원 초창기인 설립 3~4년차 무렵인 2017년부터 2019년 정도에 근무를 했었습니다. 연구지원과장으로 왔다가 연구담당관 겸직발령이 나서 연구지원관련 행정업무도 하면서 연구도 함께 병행했었죠.
김효정 I 일이 정말 많았겠어요. 겸직발령이 나다니,능력자신가 봐요.
서현웅 I 1년 차 때는 보고서를 쓴 건 아니었지만 연구지원과의 각종 연구지원 행정체계나 절차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겸직이다 보니 각종 회의 참석이 많아서 부담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딱 1년 후에 일반직 관련 연구과제를 담당하는 사법제도센터가 신설됐죠. 센터가 신설됐으니 연구를 하나 하라고 하셔서 본격적으로 연구도 하게되었습니다.
정현희 I 진짜 능력자시네요.
서현웅 I 아닙니다. 그때 임기제공무원제도의 바람직한 운영방안이란 인사제도 개선관련 연구보고서를 썼습니다. 이후 행정처 등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2022년에 다시 오게됐습니다. 연구담당관이 4명에서 5명으로 증원됐는데 그 자리에 오게 된거죠.
정현희 I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것 같아요. 판사들은 재판 업무 외의 업무를 해보고 싶어서 선호하는데 일반 직원분들은 아무래도 논문 수준의 보고서를 쓰는 게 부담이 돼서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거든요.
서현웅 I 일선 법원의 업무는 아니니까 선뜻 결정하기 쉽진 않죠. 생소한 주제로 연구를 하고 결과물을 내야 해서요.  아시겠지만 장편 보고서를 써야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김효정 I 그렇다고 해도 원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현재는 추천으로 많이 오시는데, 모집 공고식으로 하면 좋겠어요. 몰라서 못 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조직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을 제외하고 일선 법원 직원은 사법정책연구원에 일반직 연구담당관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실 거예요. 법원 내부에 홍보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김봉철 I 역시 우리 홍보 담당다우시네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도 모르는 분들이 계셔서 외부 자문 등을 할 때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법부의 정책기관이구나’ 라고 생각하셨어요.
김윤선 I 박우경 박사님과 김봉철 박사님은 전문직 박사 연구위원이시죠.
김봉철 I 안녕하세요. 저는 전문직 연구위원 김봉철입니다. 저는 2012년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고, 재판연구관으로도 근무했어요. 법원을 떠나서 행정안전부에 잠깐 있다가 사법정책연구원이 전문직 연구위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2018년 6월에 왔는데, 전에 함께 일하던 분들이 부장님, 법원장님이 되신 것을 보고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죠. 원래 법원사람이었으니 적응도 쉽고 친근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법정책연구를 법원행정처에서 진행했죠.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중장기적인 제도개선이나 정책연구를 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 일원으로 일하게 돼서 보람을 느낍니다. 박우경 박사님은 학계에 계셨던 거죠?
박우경 I 네, 안녕하세요. 전문직 연구위원 박우경입니다. 저는 행정법 전공자인데요, 사법정책연구원과 MOU가 체결된 학회인 행정판례연구회의 공지를 통해 연구위원 채용공고를 접했어요. 지원 당시에는 한양대학교에서 연구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전공불문 지원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원서를 냈죠. 2019년 4월에 와서 만 4년이 됐는데요, 처음엔 법학계를 벗어나면 사법정책연구원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법원 안에 연구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많이 알려진 것을 느낍니다. 학회에서 발표하면 정부기관에 계신 분들이 오셔서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는 믿고 본다고 말씀해 주기도 하시고요. 깊이 있는 보고서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구성원으로 뿌듯합니다.
정현희 I 저도 놀란 게, 구글에 법학 관련된 주제를 입력하면 제일 위에 저희 연구보고서가 나와요. 구글 제일 위에 나오는 것은 신뢰도가 높다는 뜻이잖아요.
이단비 I 조사할 때 한국에 선행연구 된 것이 있나 찾아보면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가 나와요. 보고서를 보면 너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내가 무엇을 더 추가해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김윤선 I 이단비 위원은 프랑스에서 오신 거잖아요? 어떻게 지원하신 건가요?
이단비 I 네, 프랑스에서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사위원 이단비입니다. 작년 5월에 프랑스법 조사위원으로 임용됐고요. 그전에는 프랑스에서 7년간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프랑스에서 살아서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우연히  프랑스법 조사위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박우경 I 지원하는 과정이 어떠셨어요? 현지에서 지원하신 거죠? 프랑스법 쪽 수요가 늘고 있는데 프랑스법 조사위원만 없어서, 이단비 위원님이 오시기 전에는 프랑스법 관련 조사를 제가 하기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전문가가 와주시니까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요.
이단비 I 당시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일이 끝나고 새벽까지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한글로 처음 쓰는 자기소개서였죠. 학위도 번역해서 공증받고, 등기로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동생에게 부탁해 서류를 넣었고요. 서류 합격 이후에 면접을 보러 왔는데, 코로나19 시기라 자가격리를 해야 했어요. 면접을 보고 바로 프랑스로 돌아갔는데, 합격 후 공무원신체검사를 해야 해서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자가격리를 한 번 더 했죠.
정현희 I  자가격리를 두 번 했어요?
이단비 I 네, 두 번 했습니다.
김효정 I 너무 힘들었겠어요. 애쓰셨네요. 늦었지만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단비 I 감사합니다. 하하.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연구원에 오게 되어 더 애착이 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윤선 I 중학교 때부터 프랑스에 사셨다고 해서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의사소통이야 문제없지만 법률용어는 한자도 많고 복잡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잘하셔서 이 사람이 프랑스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이단비 I 룸메이트 임종미 전 담당관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어요. 직렬이나 호칭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고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죠. 
김윤선 I 여기가 좀 복잡하죠. 판사, 박사, 담당관, 과장, 사무관 모두 다르니까요정현희 연구위원(판사). 일선 법원과 다르게 우리 조직은 다양한 직역이 함께 일하고 있으니까요.

다양한 직역이 완성하는 수준 높은 연구

정현희 I 사법정책연구원 조직이 좀 독특하죠. 저도 외부에 계신 분들에게 인터뷰나 자료를 요청할 때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고 저의 직책은 연구위원이지만 원래는 판사라고 설명해요.
김봉철 I 저희 조직이 62명인데 연구원이 판사 연구위원, 박사 연구위원, 직원들로 구성된 연구담당관, 해외사례를 연구하는 조사위원 등 다양한 직역이 함께 있죠. 아마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사법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은 세계에서 유일할 거예요.
정현희 I 그게 저희 조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직역이 함께 연구하면 여러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잖아요. 판사들은 주로 재판업무를 하고 법원 내부의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데, 박사위원님들은 법원의 외부 시각도 함께 말씀해 주시곤 하거든요. 또 박사님들께서 연구하실 때에 학계에서 생각하는 것과 법원 실무와 괴리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점은 판사 연구위원들이 말씀드리기도 하고요. 연구에 도움받을 법원 내부의 전문가는 아무래도 판사들이 잘 아니까 인터뷰 연결을 해드리기도 하고요. 또 학계 쪽 전문가들은 박사님들께서 섭외해 주시기도 하고요. 우리 서기관님, 사무관님들로 구성된 연구담당관님들은 등기, 공탁관, 집행 등 법원의 다양한 직렬 중에서 오시고 그쪽 분야의 사법제도를 담당하시잖아요.이런 구성원 덕분에 사법부 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선 I 그렇게 연구해서 나온 보고서들이 제 몫을 확실히 하고 있죠. 재판제도나 법원 실무가 개선된 부분도 있고, 법률이 개정되거나 개정안이 발의되어 검토 중에 있는 것도 있어요. 학회나 기관에서 발표해달라는 자료 요청도 많고요. 일 년 내내 힘들게 작성한 보고서가 이렇게 잘 쓰이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김효정 I 매년 법원 내외부의 연구 수요조사를 통해 다음 해 연구주제를 선정하잖아요. 법원 코트넷이나 대법원 및 각급법원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공모하고, 유관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대법원 산하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90개 넘게 연구과제제안이 들어왔었죠. 대부분 그동안 연구된 적 없는 주제들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봉철 I 생소한 주제들이죠. 선행 연구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연구를 하는 것이겠죠. 내부적으로 여러 번 검토하고 센터장 회의를 거쳐 과제심의위원회에서 다음 해에 꼭 다뤄야 하는 주제들을 10개에서 15개 전후로 선정합니다.
김효정 연구지원과장(사무관)김효정 I 연구위원진  분들은 과제 분담을 어떻게 하세요?
정현희 I 본인의 전문분야와 관련된 주제가 있으면 연구자들의 희망에 따라 배정받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선정된 주제들이 너무 다양해서 전공분야와 상관없이 배정이 되는 경우도 많죠. 과제 자체가 학계에서 선행 연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말하기 쉽지 않아요. 전부 모르는 주제들이라, 처음부터 공부해가면서 해야 하는 거죠.
김봉철 I 맨땅에 헤딩이라고 해야 하나요? 완성도 있는 연구보고서를 위해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파고들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야죠. 저희 보고서의 난이도가 무척 높아요.
박우경 I 연구를 시작할 때 선행연구를 먼저 찾는데 저희 연구주제들은 선행연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현희 I 처음 연구주제를 받으면 혼자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선임연구위원, 수석연구위원님, 원장님까지 참석하시는 실시계획검토회의를 통해 연구의 방향을 잡습니다. 전공이 아닌 것을 주제로  공부하면서 글을 쓰는데 전문가보다 더 높은 질(質)의 논문 같은 보고서를 내야 하는 게 가장 큰 부담이에요. 저도 작년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고서를 쓰면서 처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 수준이 되야 하니까 어려움이 많았죠. 대법원 산하 기관에서 나간다는 무게감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김윤선 I 연구를 시작해서 어느 정도 분량을 채우면 중간검토회의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센터에 있는 모든 동료들이 평가를 하는 시간이죠.
김봉철 I 그때 여러 가지 지적사항이 나오잖아요. 단어 사용, 문장, 목차 구성체계 등등 세밀한 것까지 지적을 받으면 상처받는 분들도 계시고요. 사실 거기에서 상처받으면 안 되는데 말이죠.
박우경 연구위원(박사) 박우경 I 맞아요. 저나 김봉철 박사님 같은 박사연구위원들은 논문을 쓰면서 심사를 계속 받았던 터라 심사평에 익숙해요. 누군가 내 글을 심사하고 지적했을 때 그것을 통해 글이 더 나아진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래서 중간검토회의 코멘트로 크게 상처받지는 않습니다.
정현희 I 박사 연구위원님들이 가지고 계신 그 멘탈이 필요한데 말이죠.
서현웅 I 저도 그 멘탈을 갖고 싶습니다. 저는 중간검토가 지나면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 계속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었어요. 하하.
김봉철 I 검토회의에 참석하시는 분들도 열정을 가지고 의견을 주신다고 생각하세요. 사법정책이나 재판제도 개선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전공이나 개인적인 가치관 등이 어우러져서 판단하는 거라 서로 견해가 다르고 의견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요. 그걸 잘 녹여서 하나의 보고서를 완성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안해요. 저는 이런 비유를 하는데요, 사법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농부가 일 년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정현희, 박우경 I 하하 그러네요.
김봉철 I 농사는 농사인데 3모작 농사죠. 계속 농번기잖아요. 연구보고서 출판하고 나면 출판일자 다음 날이 새로운 연구 착수일이니까요. 농한기가 없어요. 하하.
김효정 I 죄송합니다. 저희가 수시로 채찍질 아닌 채찍질을 해서요. 스케줄 관리는 연구지원과의 몫이라서요.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지막까지

김봉철 연구위원(박사)정현희 I 중간검토회의 다음에는 최종검토회의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수석위원님, 선임부장님들과 원장님까지 참석하셔서 의견을 주시는데 그때 또 두 번째 멘탈 붕괴의 순간이 오죠. 하하. 멘탈을 다잡고 최종검토회의 의견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고 마지막 연구과제심의위원회 회의 전에 각주까지 완벽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저는 처음에 각주 작업이 어려웠어요. 판결문은 각주가 없잖아요. 그렇게 각주까지 달아서 완성을 해도 과제심의위원회에서 발간 가능 여부를 다시 살피죠. 저희 보고서가 완성도가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김윤선 I 맞아요. 애써서 연구하고 보고서까지 만들었는데, 비공개 발간되는 경우도 있어요.
정현희 I 과제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죠. 책으로 내야 하니까 이제 오탈자와의 싸움이 시작되는데, 그게 참 제가 쓴 건 절대 안 보여요. 
박우경 I 그래서 다 같이 품앗이로 서로서로 봐주고 있죠. 오탈자 보면서 또다시 문장을 다듬고, 좀 더 낫게 고치는데, 그러다 보면 끝이 없어요. 어느 시점에서 ‘이제는 그만 보자’ 하고 스스로 타협하죠.
정현희 I 발간되면 그 자료가 계속 이용되고, 많은 분들이 보시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제 개인이름으로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로 발간되니까 그런 무게감과 책임감에 더 마지막까지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 같은 마음이네요.
김윤선 I 마무리 작업이 한 달이면 넉넉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편집과 교정작업을 거의 혼자 하다보니 시간이 엄청 빠듯하더라구요. 연구지원과나 출판사에서 언제 원고 내줄 거냐고 독촉할 때면, 곧 나옵니다, 곧 나와요 하게 되죠.
박우경 I 마지막 즈음에는 내 글이 정말 읽기 싫은데, 편집회의에서 분량을 나눠서 보신 뒤에 주시는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동력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김봉철 I 마지막 작업이 정말 힘들어요. 다른 기관과 다르게 저희 보고서가 두껍잖아요. 200~300페이지가 보통이니까요.
김윤선 I 영혼을 갈아 넣죠. 조사위원님들은 저희랑 업무체계가 달라서 오히려 저희가 초고를 작성할 때 엄청 바쁘시잖아요. 다들 일정이 비슷하니까 일이 몰리기도 하시고요. 어떠세요?
이단비 조사위원(프랑스 변호사)이단비 I 저희는 업무 시스템 체계가 완전히 다르죠. 조사위원은 연구위원님들이 연구하다가 비교법적 연구가 필요하실 때 협업 요청을 하시니까 다양한 주제를 다뤄야 해요. 그래서 온·오프 스위치가 빨라야 하죠. 여러 개의 주제를 왔다 갔다 하니, 주제마다 공부도 따로 해야 하고요. 문제는 공부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건데요.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빨리 도움을 드려야 하니까 어느 정도의 분량과 퀄리티로 드려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각 협업마다 보고서가 나오는데 제가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8개의 협업보고서를 작성했더라고요. 그 외에도 추가 보고서도 작성했고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시간을 확보해서 더 질 좋은 결과를 드리고 싶은데 시간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안타깝죠.
김윤선 I 한숨 돌릴 시기는 없어요?
이단비 I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하죠. 보고서를 제출한 후에는 하루이틀 정도는 머리도 식힐 겸 새로운 주제에 대해 간단한 서치를 하면서 가볍게 워밍업합니다.
박우경 I 그 시간이 중요해요. 뇌가 쉬어야 또 일을 할 수 있죠.
이단비 I 협업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속 계시니까 더 빨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효정 I 조사위원님들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박우경 I 옆에서 보면 충원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서현웅 I 맞습니다. 정말 충원되어야 해요.
박우경 I 연구주제도 계속 바뀌어서 조사위원 분들이 힘드실 것 같아요. 주제만 바뀌는 게 아니라 사법행정, 재판제도, 형사, 민사 등 연구분야도 바뀌는데, 그런 것들을 단기간에  조사하기 쉽지  않으실 거예요. 연구위원들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숙고할 시간이 있거든요.
이단비 I 저희도 참여자로 이름이 들어가서 그 책임감이 크죠. 깊이 있게 조사해서 드리고 싶은 욕심이 큰데 그게 잘 되고 있나 계속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효정 I 스스로 만족감이 안 드시는 거죠? 다들 충분히 잘하시는 것 같으신데요. 

이단비 I 그런가요? 하하.

2023_6_9_사법정책연구원 2023년 워크샵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라는 자부심 

김봉철 I 결국 우리들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질 좋은 보고서를 통해 사법제도와 재판제도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균형 잡힌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질 좋은 보고서이고, 그래서 다들 그 하나를 보고 최선을 다하는 거죠.
정현희 I  보고서를 보기 쉽게 하기 위해 도형, 표도 이쁘게 넣어야 하구요.  그 외에도 인터뷰나 설문조사 같은 것들의 업무도 익숙해졌고요. 주제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인터뷰를 하는데, 섭외하고 인터뷰하고 정리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 때문이라고 하면 다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죠.
김윤선 I 이제는 사법정책연구원이라는 곳이 인지도가 있어서 그런지 다들 인터뷰를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응해 주세요. 인터뷰가 쉽지 않지만 외부 의견을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 또 우리 연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면 힘이 나기도 합니다. 
정현희 I 그렇죠.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설문조사 문항이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인 줄  몰랐어요. 사법정책연구원 오기 전에 코트넷 메일로 설문조사 요청 받을때는 관심도 없고 귀찮아서 답변도 잘 안 하고 했는데요. 여기 와서 보니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설문조사 문항을 그냥 만드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응답하는 수가 너무 적으면 또 의미가 없는 조사가 되다 보니 답변이 적게 들어올 때는 안타깝고 막막해요. 또 설문조사 후에 내용을 취합하고 분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서현웅 연구담당관(사무관)박우경 I 자료를 구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연구원에서 수행되는 대부분의 연구가 선행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국내자료도 중요하지만  유사한 제도를 외국에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조사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관련 국내외 문헌을 많이 구입해서 보게 돼요.
김윤선 I 저희 보고서가 그런 자료가 되어주는 거죠.
김봉철 I 사실 사법정책과 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없으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사법정책 및 사법제도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연구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연구결과가 법률신문이나 인터넷 신문 등에 의하여 소개되거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연구보고서에 대한 격려의 말이나 전화 등을 받았을 때 무척 기쁘죠.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큰 일인 것 같아요.
 서현웅 I 저도 박사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논문이나 각종 문헌을 찾고 분석하며,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식의 연구업무가 법원의 일상업무와 많이 달라서 처음엔 어려움이 많지만 소수정예라는 자부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정현희 I 힘들다고 하시는 데 결과물이 너무 훌륭해요. 등기, 집행, 공탁 등 잘 모르는 분야를 실무자인 연구담당관들이 오셔서 보고서를 써주시니까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실제로 그 업무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는 분야잖아요.
김윤선 I 갈수록 업무역량이 높아지시는 게 보여요. 연구담당관님들의 연구 덕분에 일반직원들의 다양한 업무와 실무 개선의 노력들도 잘 알게 되었어요.
서현웅 I  이런 말씀을 들으면 어렵지만 힘을 내서 하게 되는 거죠. 작년에 제가 담당했던 재산명시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로 민사집행법학회에서 학자분들과 실무가분들을 상대로 발표를 했습니다. 제가 발표한 재산명시제도의 실무적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해 많은 호응을 해주시더라고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면서요. 참 뿌듯했습니다. 박사님들은 학회 참석을 많이 하시니까 자연스러우시겠지만 저는 좀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됐어요.
김윤선 I 서현웅 연구담당관님처럼 엄청난 연구역량을 가진 분들이 법원 곳곳에 보석처럼 자리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원 직원이 아니면 조직 안의 다양한 문제점을 공론화시키기 힘드니까요.
김효정 I 사법정책연구원의 소개와 홍보가 늘 부족한 것 같아 항상 목마릅니다.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곳인지 널리 알리고 싶어요. 오늘 대담을 통해 많이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희 과에서 연구위원 분들 일정표를 관리해서 잘 알고 있는데, 정말 매주·매일 압박감이 보통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훌륭한 결과물들 내시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단체사진 

유일무이, 미래 사법의 큰 자산 

김윤선 I 전 세계적으로 법관이 재판을 하다가 일정기간 전적으로 연구 업무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해외 출장가서 해외기관에서 자료를 구하면서 접촉한 분들에게 우리 기관 소개를 하면 깜짝 놀라세요.
박우경 I 저도 해외 출장을 갔을 때 같은 반응이었어요. 법관이 연구기관에 있다는 것 자체를 놀라워했어요.
정현희 I 박사님들 논문은 또 저희와 다른 시각이 있잖아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어울려 일하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박우경 I 우리 연구원들이 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실무계와 학계를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각각 다른 배경에서 모인 사람들이 연구 착수시점부터 발간까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열띠게 토론하고 고민하잖아요. 그 경험을 가지고 일선 법원 실무에 복귀하시고, 학계의 논의를 진전시키고요. 연구원의 결과물과 구성원들의 이런 경험이 실무계와 학계의 자산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윤선 I 동의합니다. 제가 여기 와서 처음 맡은 일이 법원의 구속기간에 관한 연구였고, 지금 수행 중인 과제는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기술의 법적 규율에 관한 연구예요. 주제가 다양하죠? 여기서 여러 주제에 대한 검토회의에 참여하면서 재판 외에도 사법부 내 다양한 업무를 들여다 보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한 주제에 대해 박사님, 담당관님들이 다른 경력으로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얘기하시는 걸 들으면 해당 주제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긴 호흡으로 글을 쓰는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서현웅 I 계속 유일한 점들이 부각되는데, 국내 법관련 국가연구기관 중에 소속 일반직 공무원이 연구진으로 직접 참여하는 연구기관은 사법정책연구원이 유일하죠.  사실 판사님, 박사님들은 글쓰는 업무를 하다 오셨지만 연구담당관들은 좀 다르잖아요. 처음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많이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김봉철 I 업무량이 많고 힘들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이 훌륭하셔서 배울 점도 많고 좋습니다. 앞으로 사법정책연구원이 더 알려지고 더 발전했으면 합니다.
박우경 I 특정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저희 보고서가 도움이 된다든지, 제도 개선과 정책으로 이어지면 정말 보람되죠. 또 같은 건물에 법마루도서관이 있어서 자료 찾기도 좋아요. 갈수록 문헌이 많이 확보돼서 연구하기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로서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윤선 I 공간만 좀 더 확보되면 정말 좋을 텐데요. 지금 인원이 충원됐는데 사무실이 없어서 2명이 쓰던 방을 3명이 쓰게 됐잖아요.
정현희 I 그러니까요. 이 자리를 빌려 공간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요. 하하. 연구보고서 쓰는 일도 고통스럽고, 연구 이외에 여러 가지 업무를 하는 것도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재판만 하면 사건에만 매몰될 수 있는데 사법정책연구원에 있으면서 법원 내 여러 가지 개선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사법정책의 큰 그림을 볼 수 있었어요. 나중에 재판업무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효정 I 통근버스에서 가끔 김윤선 선임연구위원님을 뵙는데요. 버스 안에서도 보고서를 읽고 계세요. 그때마다 뭐든 열심히 해서 판사가 되셨나? 감탄하곤 해요. 시간을 쪼개서 제도와 정책개선, 미래 사법을 위해 애쓰는 우리 사법정책연구원 모든 분들이 자랑스럽고요. 앞으로 아주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이단비 I 제가 마무리를 할까요? 저는 사법정책연구원이 너무 좋아요. 대한민국 사법제도 개선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되어서요. 처음 임용됐을 때 뛸 듯 기뻤거든요. 와서 일해보니 더 자부심이 느껴져요. 물론 아직도 야근 후 아침 기상이 피곤하지만 일도 보람되고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가 친절하시고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나는 인복도 있고 조직복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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