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전담변호사들은 까다로운 시험과 절차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 시험은 단지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뚫을 수 없다. 누군가를 헤아리는 마음이 있는, 사회적 양심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소외되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는 형사사건 피고인을 변호하는 그들은 법의 공정성을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어떤 이의 삶에 가장 중요한 순간 보호자가 되어주는 국선전담변호사들, 대담을 나눈 그날 가을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글. 이재영 사진. 조인기
최운희 제가 30분 후쯤 재판이 있어서 잠시 다녀와야 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김민지 저도 재판이 있어요. 양해 부탁합니다.
서석완 스케줄이 촘촘하게 있으신 게 국선전담변호사 대담 맞네요. 하하. 빨리 시작하도록 할까요? 제가 먼저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서울고등법원 국선전담변호사 서석완입니다. 올해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원래 사선변호사로 일했는데 의뢰인들 입장만 대변하면서 사건을 처리하면서 한계를 느끼고,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공익적인 활동을 고민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열려서 지원했습니다. 작년에 처음 왔는데, 사무실에 계신 분들이 다 좋으시더라고요.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라 다들 인자하시구나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2년 차가 되었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손영현 서 변호사님이 원래 공인회계사가 먼저 되었다고 들었어요. 회계사보다는 좀 더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변호사가 되었는데 사선변호사 할 때는 생각 같지 않았던 거죠?
서석완 맞습니다. 회계사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공익적인 업무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고민 끝에 로스쿨에 들어갔어요.
손영현 원하던 일을 찾으신 거네요. 제 소개도 하겠습니다. 저는 손영현이고요. 변호사 7년 차이고 국선전담변호사로는 4년 차입니다. 원래 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사실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했는데 대학교 4학년 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변호사로 목표를 바꿨어요. 수사기관에 가니까 무섭더라고요. 나름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저도 이렇게 두려운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 분들을 돕고 싶기도 하고, 불합리하고 불편한 것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야기하려면 변호사라는 직업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선전담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을 다녔죠.
김민지 대학 때 왜 조사를 받으신 거예요?
손영현 학생운동을 하다가 잡혀갔어요. 하하.
김민지 그렇군요. 작년에 총무 일을 엄청 열심히 해주셔서 저희 사무실이 아주 발전하는 한 해가 됐어요.
서석완 제가 인수인계 파일을 받았는데,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파일이었어요. 그동안 인수인계 정리가 없었다고 들었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손영현 아닙니다. 원래 버전이 있었는데 그것도 아주 잘 되어 있었어요. 거기에 제가 조금 추가만 한 거죠.
최운희 제가 곧 재판이라 소개를 먼저 할게요. 저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국선점담변호사에 지원해 일한지 15년 차입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형사재판을 많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대가를 받지 않고 누군가를 돕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지원했어요. 처음엔 인천지방법원 소속으로 12년 있었고요, 2022년에 서울중앙지법으로 와서 3년째입니다. 국선전담변호사 외에 다른 경력은 없어요. 힘들어서 떠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이게 잘 맞더라고요. 무엇보다 기록이나 서류만 보는 게 아니고 피고인들과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것이 좋고,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국선전담변호사를 하지 않았다면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피고인들을 만나면 대부분 성장 환경에 결핍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같은 환경이었다면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진 몰라도 이 자리에는 오지 못했겠다는 생각에 일종의 부채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최운희 국선전담변호사(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장유정 변호사님, 작년에 우수 국선변호인상 받지 않으셨어요?
최운희 네, 인천지방법원에 있을 때 몇차례 선정된 적이 있지만 서울에 왔으니 서울에서도 한 번쯤은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빨리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서석완 차세대 리더 100인에도 선정되셨다면서요?
최운희 아, 그건 <시사저널>에서 선정한 건데요. 100인 중 10명을 법조계에서 선정하는데 저도 포함이 되었어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우수 국선변호인 상을 타서 그 자료를 보고 연락하신 것 같아요. 제가 15년 동안 일한 형사 사건이 4천 건이 넘습니다. 현재 4천5백 건을 육박하죠. 만난 피고인 숫자도 그 정도이고요. 그런 세월과 숫자의 힘으로 선정해 주신 것 같아요. 한 길만 쭉 가는 것도 인정받는 것 같아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15년 동안 해야지 마음먹고 시작한 건 아닌데, 하루하루 주어진 사건들이 쌓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사실 형사사건은 많이 하면 전문 지식도 늘고 잘하게 됩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죠. 일단 저는 일을 좀 하고 오겠습니다.
김민지 다녀오세요.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김민지입니다. 저는 2019년부터 시작해서 6년 차입니다. 지금 형사 단독, 합의, 항소 골고루 다 들어가고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무렵 우연히 법률구조기관인 가정법률상담소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만나고 감동을 받아 로스쿨에 진학을 했어요. 변호사가 되고 개업을 한 뒤에 공익 활동을 하고 싶어 소년보호사건 국선보조인, 논스톱 변호인, 대법원 국선변호인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선에 대한 흥미나 보람을 느꼈고 국선전담변호사에 지원을 했어요. 저보다 먼저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남편이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도 있었고, 로스쿨 진학할 때 꿈꿨던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장유정 남편분이 먼저 하고 계셨군요?
김민지 저보다 5년 먼저 했어요. 남편이 공익적인 것도 좋은데 모든 사건을 다뤄볼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선변호사보다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이 훨씬 크고 워라밸도 있다고도 하고요.
장유정 그 말씀 다 공감합니다. 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4년 차 국선전담변호사 장유정입니다. 대형 로펌에 5년 정도 다녔어요. 나오기 전에 좀 큰 형사사건을 했는데요. 조사 참여부터 1심, 2심 준비하면서 피고인들과 가족처럼 시간을 오래 보냈어요. 일로 만났는데 유대가 생기더라고요. 그때 형사 사건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좀 알게 됐죠. 그렇다면 변호사로서 조금 더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국선전담변호사를 지원했습니다. 마침 결혼하고 출산을 준비하고 있어서 커리어와 육아를 동시에 병행할 수 있었으면 했고요. 김민지 변호사님 남편분 말씀대로 비교적 워라밸이 있으니까요. 그 부분에 있어서 지금도 만족하고 있고요. 최운희 변호사님이 아까 말씀하셨는데 사회에서 소외되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분들을 주로 뵙잖아요. 저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를 하는 거지만 그분들에게는 제가 전부고, 별거 아닌데 고마워하시는 걸 보면서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보수를 받지 않고 해결해 드리니까 더 고마워하시는 것 같아요.
김민지 아무래도 그렇죠. 돈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위해서 애써주니까요.
서석완 무죄가 나온다고 경제적 보상을 받진 않지만 피고인이 정말 감사하다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주시면 그게 보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유정 맞아요. 저는 3년 차 때부터 구치소에 구속된 피고인 접견을 가면 처음 보는 피고인이 장유정 변호사님이 변론을 열심히 해주신다고 구치소 내에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하더라고요. 하하. 접견도 자주 가려고 하고, 말도 안 되는 자료를 받아도 낼만 한 걸 추려서 내는 노력을 결국 알아주시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피고인들이 편지 주신 걸 상장이라고 생각하고 다 모으고 있어요.
손영현 바쁘긴 하지만 로펌의 어쏘 변호사랑 비교했을 때 스케줄을 스스로 잡을 수 있어 워라밸이 좋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개업 변호사들이 고정 소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 저희는 소액이지만 보장이 돼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면서 독자적인 자율권이 있죠. 공익 활동이라는 것 외에도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석완 출산은 제가 경험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육아는 어느 정도 병행이 가능해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하진 않죠.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지 업무 강도가 적은 건 아니니까요.
김민지 일이 많긴 하지만 사건 수임이나 영업을 하지 않아도 돼서 들어오는 사건에 몰두하면 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서석완 처음에 혼자 하는 게 좀 부담스러웠어요. 로펌에서 일하면 물어볼 사람도 있고, 구축된 DB를 찾아보면 되는데 국선전담변호사는 독립되어 혼자 작업해야 하잖아요. 피고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고 고민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죠. 사선변호사로 일할 땐 책임이 분산되는데 이건 온전히 책임을 감당해야 하니까요.
손영현 서 변호사님 말씀대로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철학적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죠. 저는 국선전담변호사 일을 하면서 형사법정이 가지는 우리 사회에서의 법적 의미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법조인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성실함과 책임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김민지 맞아요,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죠. 그만큼 일도 많고요. 법원에서 주는 일을 다 처리하려면 정말 성실해야 하고, 책임감 있게 더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서석완 그래서 가끔 이 제도 자체가 개별 국선전담변호사님들의 책임감과 열정으로 유지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사실 나태하게 일하려면 한없이 나태할 수도 있거든요. 자기 마음이니까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시킬 수도 있는데, 제 주변에 그런 분이 한 분도 없으세요. 모든 변호사님들이 선의를 가지고 열정과 책임감, 공익적 마인드로 열심히 하시죠.
장유정 국선전담변호사(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손영현 그게 좀 안타깝습니다. 이 제도가 개별 변호사들의 열정만으로 운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지 18년째인데 수당은 더 하락하고 있잖아요. 직업인으로 필요한 부분이 충족돼야 일을 계속할 수 있는데, 공무원 조직처럼 진급을 하거나 급여가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라서 어려운 부분이 있죠.
서석완 장유정 변호사님은 대형 로펌에 다니셨는데, 국선전담변호사가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으셨어요?
장유정 제가 오자마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였는데요. 고용된 여성 근로자는 출산 후 육아휴직까지 일정 급여가 보장되잖아요. 저희는 애매한 여성자영업자의 위치라 정부 지원도 못 받거든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죠. 게다가 고용인이다 보니 직원 월급, 연금이 나가고 일을 하지 않으면 계속 돈이 나가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가뜩이나 아기용품도 비싼데 회사에 복귀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지속돼서 부담스러웠어요. 사무실 여성 변호사님들은 아마 출산 기간에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석완 잠깐 업무를 중단하면 그 사건이 다른 분한테 가는 것도 미안해서 다들 빨리 복귀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지금 다 약간 걸쳐 있어요. 법원 공무원도 아니고 완전한 사업소득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요. 의무와 책임은 공적인 신분에 준하지만, 외형상으로는 개업변호사이다보니 신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죠.
손영현 지금 저희 사무실은 서울고등법원 국선전담변호사 10명,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30명으로 총 40명이 같이 쓰고 있죠. 우리가 공동으로 사용되는 사무비들이 한 달에 40만 원씩 나가잖아요. CCTV나 출입 보안문도 저희가 교체하고요. 이런 비용들마저 저희가 부담해야 하니 좀 답답하죠. 출산하시는 분들도 부담스러운 게 한 명이 보통 100건 정도 케어하는 데, 육아휴직을 하면 다른 변호사들이 나눠서 맡아야 하니까 심리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렇게 전체적인 양해와 양보, 선의에 의해서만 시스템이 돌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최운희 돌아왔습니다. 김민지 변호사님이 이제 다녀오셔야겠네요. 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처음 왔을 때 두 분이 출산휴가를 가셨어요. 출산 휴가 중인 변호사님들 재판부까지 추가로 들어가게 되면서 월 30건 넘는 신건을 3개월 동안 받으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 때 진행 중인 사건이 130건이 넘었어요. 체력이 딸렸는지 돌발성 난청이 왔어요. 운 좋게 청력이 잘 돌아왔는데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베토벤이 되나 싶었어요.
장유정 출산하러 가는 입장에서도 정말 죄송하고 그래요. 내 사건이 어느 변호사에게 갈지도 모르겠고, 그 사건을 더 맡으신 분이 추가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요. 손 변호사님 말씀처럼 오로지 다른 변호사들의 선의와 양해에 의해 유지되는 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저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복잡한 사건들을 넘기기가 어려워서 조리원에서도 일을 했어요. 어떻게든 출산 전 끝까지 일하고 출산 예정 임박해서 휴가를 냈는데 양수가 조금 빨리 터졌어요. 4시까지 증인 신문을 하고 집에 와서 조금 쉬었다가 아기 낳으러 가야지 했는데 2시간 뒤에 양수가 터져서 아이가 빨리 태어났어요. 어떻게든 잘 마무리 지어놔야 다음 변호사님이 사건이 줄고 피고인이 덜 불안해할 거라는 생각에 무리했다가 그랬던 것 같아요.
최운희 아유, 변호사님도 큰일 날 뻔했네요.
장유정 저출산 시대인데, 우리 안에서는 출산하는 사람이나 이것 때문에 일을 추가로 받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부담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워요. 법원에서 출산하는 변호사 때문에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 인력을 충원해주거나, 일을 추가로 받는 사람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적인 도움을 주시면 출산하러 가는 사람들도 덜 미안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석완 조리원에서 썼던 사건은 잘 처리됐나요?
장유정 2건 모두 무죄 받았어요.
서석완 보람이 있으시네요.
최운희 대단하시네요, 진짜.
장유정 물론 판결문은 인수받은 변호사님 이름으로 나갔지만 그래도 보람 있었죠.
서석완 국선전담변호사(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손영현 얼마 전, 대전에서 피고인이 흉기로 찔러서 변호인이 다친 사건이 있었잖아요. 자세히 나오진 않았는데 국선전담변호사일 것 같다고 보이는 게, 기사에서 그 분이 뒷 사건 서너 개가 더 있어서 마무리를 하고 치료 받으러 갔다고 나오더라고요. 재판부에 사건이 그렇게 쭉 있는 사람은 국선전담변호사가 대부분이잖아요. 그 기사를 보고 우리끼리도 뒤에 사건들이 있으면 나도 그렇게 하고 갔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피고인을 위해서 빨리 정리해줘야 하잖아요. 저는 부친상을 당했는데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사람도 있고, 접견이 필요한 사람도 있었는데 피고인들에게 미안하더라고요. 국선변호인 제도 자체가 피고인 한 사람에게 변호인 한 명을 지정하는 건데 검사동일체처럼 저희도 그렇게 대직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석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요. 아예 국선전담펌을 만들어서 구성원이 가입과 탈퇴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업무 중단이 되는 걸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최운희 제가 12월, 고속도로에서 3중 추돌사고를 당했어요. 제가 제일 앞차라 과실은 없었지만 충격이 좀 있었죠. 그래도 걸을 수 있기에 병원은 안가고 다음 날 상담 약속 잡고 일했어요. 그때 상담한 피고인과 대화가 잘 되지 않아 제가 어제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약속지키려고 병원에도 안 가고 상담하러 사무실 나왔다고 하자 상담이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서석완 만약 일반 회사였다면 근로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았을 텐데요. 시스템이 안 되어 있어서 그냥 일을 하고 있어요. 변호사님들이 그랬듯 저도 아프면 입원해서라도 일을 할 것 같아요.
손영현 물론 법원에서는 우리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연기 신청을 내면 받아주시겠죠. 그런데 상황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맡고 있는 피고인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생기고, 피고인이 고민하고 걱정하니까 될 수 있으면 빨리 해결해 드리고 싶고요.
최운희 기본적으로 변호사님들 책임감이 엄청 강한 것 같아요.
서석완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에 국선전담변호사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추기도 하잖아요. 막상 보면 대충하는 변호사님들은 한 분도 안계신데 말이죠. 어떤 피고인이 유죄가 나온다면 피고인이 잘못을 했기 때문인 거지 사선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운희 제 느낌상 결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사선변호인들이 자백을 더 하게 하는 것 같아요.
장유정 피고인들은 국선전담변호인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더라고요. 돈도 안 주는데 뭐 잘해주겠어 하는 눈초리로 시작하죠. 상담 약속도 경시 여기고 태연하게 늦게 오시고요. 재판 전날까지 연락을 안받다가 공판기일에 출석해서 변호인이 연락을 안했다고 하는 피고인들도 많아요. 범죄가 싫은 게 아니라 인간으로 지켜야 하는 선을 안 지키면 진짜 서운해요. 그래서 제가 ‘수임료를 내고 변호사를 선임하셨어도 이렇게 말도 없이 상담 약속을 어기실꺼냐’라고 질책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무안해 하시더라고요.
최운희 제가 웃으면서 그래요. 우리 엄마, 아빠한테 이렇게 자주 전화드렸으면 사랑받는 딸이었을 거라고요.
장유정 어떤 피고인은 재판 한 달 전부터 계속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시더니 재판 이틀 전에 전화를 주셨어요. 왜 연락이 안됐냐고 물으니까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다고요. 요즘 일반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는 사람 어디 있냐며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공짜가 싸구려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서서 참 속상합니다.
한 사람의 삶을 넘어 피고인을 위한 제도의 개선까지
최운희 그렇죠. 그럴 땐 회의감이 들기도 하죠. 세금 냈다면서 국선변호사를 자신의 비서처럼 생각하는 피고인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굉장히 고마워하는 피고인들이 있어서 잊어버리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기대치가 아예 없었던 분들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해드리면 굉장히 고마워하세요. 이렇게 잘해줄 거라고 생각 못했다면서요. 편지도 자주 보내시는데, 그 편지를 읽으면서 갸우뚱 하죠. 이렇게 친절한 변호사가 누구지? 내가 이렇게까지 친절했나? 그 분들은 수사과정에서 계속 억압받다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감동하시더라고요.
서석완 극과 극이죠. 작은 것에도 화를 내는 분들이 있고 당연하게 한 사소한 행동에도 감사하다는 분들이 계시고요. 그런 분들 때문에 버티죠.
최운희 최근에 받은 편지가 있는데요. 엄마는 어릴 때 일찍 떠났고 친척들은 짐으로 생각하고요. 그런데 유일하게 믿어준 사람이 국선전담변호사님이었다고, 앞으로는 술도 안 마시고 잘 살겠다면서 자기가 잘 살아야 변호사님도 성취감이 있지 않겠느냐고 썼어요. 보람되더라고요.
장유정 저는 일반 국선변호사님을 먼저 선정했던 사건을 받은 적이 있어요. 사건이 워낙 복잡하고 기록이 엄청 많더라고요. 책 10권 정도 되는 분량이었어요. 결국 일반 국선변호사님이 사임하시고 저에게 왔는데 피고인 접견을 갔더니 이미 변호인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었어요.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모두 인정하는 걸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쉽게 가겠는데 싶었어요. 그리고 와서 기록을 보는데 이것도 이상하고, 저것도 해 볼 법한 여지가 있더라고요. 다시 꼬치꼬치 묻고 설득했어요. 그제야 믿음이 생겼는지 협조를 하더라고요. 반성문도 쓰게 하고 잘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기대하고 있어서 실망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피고인 어머니가 참기름 두 병을 짜서 오신 거예요. 울컥했어요. 그 참기름 두 병이 너무 큰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서석완 결과는 좋지 않은데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진심이죠.
김민지 맞아요.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을 보고 고마워해 주시면 정말 보람이 있어요. 무죄가 아니었는데도 고맙다고 진심으로 인사할 때 말이죠.
손영현 국선전담변호사(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최운희 김민지 변호사님, 재판 잘 마치고 오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김민지 네네
최운희 이야기를 이어가면 제가 인천에 오래 있었잖아요. 인천은 주변에 섬이 많아요. 10년도 더 된 일인데 어느날 구치소에 다녀왔더니, 제 방에 산낙지가 벽을 타고 가더라고요. 피고인이 고맙다고 보내준 장봉도 갯벌에서 잡은 낙지가 박스에서 탈출한 거죠. 아들이 무죄받아 감사하다고 물김치와 반찬을 가져다 주신 어머니도 계셨구요. 어느 한 노숙자 피고인은 정작 본인은 밥을 굶고 대봉 세 개를 검은 봉지에 담아 들고 왔어요. 딱 봐도 밥을 굶으신 것 같아 같이 먹자고 했더니, 괜찮다고 변호사님 드리고 싶어 사온거라고 사양했어요. 그 분 결국 구속이 됐는데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 영치금을 넣어드린 기억이 납니다.
장유정 그런 선물은 정말 거절을 못하겠어요.
최운희 그럼요, 그걸 어떻게 거절해요. 어떤 마음으로 가져오신 건지 너무 잘 아는데요.
손영현 저희가 위촉될 때 서약서에 피고인의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지만, 사실 참기름이나 대봉은 돌려보내는 게 오히려 상처가 되는 거죠. 저는 보람이라고 하면, 피고인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제도 개선을 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최운희 어떤 것들인지 이 자리에서 소개해 주세요.
손영현 나라에서 돈을 받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재심할 사건을 만들지 않게 하고, 제도가 잘 지켜지는 지 살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보는데요. 최근에 지적장애로 발달장애인인 피고인들을 자주 보는데, <발달장애인법>의 규정들이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목격할 때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어요. 올해만 진정 8개를 넣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법과 시스템이 잘못돼서 살기가 팍팍한 게 아니라, 우리 같은 법률가들이 조금씩 양보한 것들이 쌓여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 나서서 하나하나 지적하고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 법원도 판단할 수 없을 겁니다. <발달장애인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법원에서 적법절차위반이라는 결정을 해주셨고, 조금씩 개선의 여지가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운희 손 변호사님께서 제도 개선에도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영현 국선전담변호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고정된 재판부에 쟁점이 생길 때마다 이야기하니까 재판부도 한 번 더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사선변호사들은 어쩌다 그 재판부를 만나니까,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오해가 최소한 국선전담변호사들한테는 없는 것 같고요. 필요한 부분은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무실 앞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
서석완 기억에 남는 피고인 있으세요?
손영현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에 자주 오는 단골들이 계시잖아요. 저희가 다 돌면서 한 번씩 맡아본….
최운희 전생에 무슨 복이 있어서 유능한 변호사님들이 돌아가면서 선정될까 하는 분들이 계시죠. 하하.
손영현 어떤 분은 김민지 변호사님을 지정해 달라고 하세요.
최운희 맞아요. 완전히 납득이 가는 요구죠.
김민지 다른 변호사님들도 다 있으시잖아요. 손영현 변호사님도 항소심에 꼭 해달라고 쓰여 있는 걸 봤는데요.
서석완 재방문 고객들이 참 많아요.
김민지 저는 남편이 다른 법원 국선전담변호사인데 제가 맡았던 피고인을 남편이 담당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최운희 저는 마약사건 피고인이 기억이 나는데요. 피고인의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무렵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를 필로폰 투약 사건으로 변호했어요. 그리고 피고인의 처는 사망하고 한참 세월이 흘렀는데 이번에는 피고인과 재혼한 처가 다시 필로폰 투약 사건으로 왔어요. 물어보니 아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고 했어요. 여러 세월에 걸쳐 가족을 그렇게 계속 맡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많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석완 저는 요새 조현병 환자 피고인들을 자주 만나요. 편지가 오는데 내용이 말도 안 되고 글자도 삐뚤빼뚤하고, 구치소 접견에 가면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세요. 뒤에서 누가 조종하는 거 같다면서요. 처음엔 안 된다고 했는데 위협을 느껴서 요즘은 그냥 알겠다고 하고 교도관을 부릅니다. 교도관이 말하면 또 순순히 들어요. 가끔 오싹합니다. 어떤 분은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조종하는 것 같다고 망치를 꺼내서 머리를 내리쳐서 살인미수로 왔는데요. 약간 위협적이어서 최대한 선회해서 말하고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구치소 접견가면 정말 조심합니다. 접견실은 보호되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접견실도 그렇지만 방청석과 법정 사이에는 큰 유리벽을 치는데 변호사는 전혀 보호가 되지 않죠.
김민지 국선전담변호사(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손영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오나요>라는 드라마를 보면 정신과 의사들은 항상 간호사와 함께 들어가고, 병실문을 열어 놓고 회진을 해요. 반면 우리는 늘 1대 1로 단독 면담을 해야 하고, 흥분한다고 경찰을 부를 수도 없죠. 부른다고 빨리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 국선전담변호사가 돼서 사무실에 갔는데 안내를 해주시면서 면담실에 비상벨을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누르면 누가 오냐고 물으니, 옆방 변호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어요. 옆방 변호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으실 텐데 말이죠. 만약 문제가 생기면 자영업자인 우리는 자비로 치료를 받고, 치료 받는 동안 일을 또 못하게 되고요. 안전에 대한 부분을 계속 건의하고 있는데 아직 답보 상태죠.
장유정 사건 받을 때 싸한 기분이 드는 사건이 있어요. 사선 변호인이 몇 번씩 바뀌었다든지, 다른 변호사님한테 갔다가 왔다든지요. 제가 6명의 변호사가 변경 교체됐던 사건을 국선 사건으로 맡게 되었었는데 그때 결과가 안 좋았어요. 그 분이 7개월 교도소에 갔다 오셨다가 나오자마자 저한테 전화를 하신 거예요. 변호사님, 저 지금 교대역 앞에 있는데 제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변호사님 생각 진짜 많이 했습니다, 라고 하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어요. 혹시나 또 그런 전화가 올까봐요.
손영현 3년 전에 사무실 전화기를 통화 녹음되는 것으로 다 바꿨어요. 물론 이것도 저희 비용으로 교체했죠. 어떤 변호사님은 자백을 강요했다고 강요죄로 피고인에게 고소를 당하셨어요. 무척 힘들어하는 변호사님을 보면서 국선전담변호사 개인이 이런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 지 싶더라고요.
서석완 결과가 안 좋았는데 판사님도 검사님도 무섭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국선전담변호사들이죠.
손영현 언젠가 비협조적으로 하다가 사선변호인한테 간 분이 유죄가 나왔는데요. 항소심 중에 전화를 해서, 너 때문에 사선변호인을 선임했고 유죄가 나왔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더 세게 얘기하니까 그다음부터 전화가 안 왔어요. 저도 이런데 여성변호사님들은 특히 더 불안하실 거 같아요.
김민지 그래서 좀 세 보이려고 강하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장유정 성범죄 피고인들이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6시 넘어서 상담할 경우에 불안해요. 그럴 땐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는 느낌이죠. 저희 사무실이 재밌는 게 보통은 변호사 이름을 사무실 앞에 붙여 놓는데 저희는 다 떼잖아요. 혹시 찾아올까봐서요.
손영현 요즘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져서, 정신과 관련된 병에 대한 책도 찾아 읽고 공부하고 있어요. 어느 피고인이 뇌해킹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해서 그러신가 했는데, 조현병 초기 증상이더라고요. 엿본다고 생각하는 게 조현병 초기 증상이더라고요.
누군가의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
서석완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요즘은 미성년자들도 많아졌죠.
김민지 고령인 피고인도 늘어나고 있어요. 고집이 세고 소통이 어려워 힘들 때가 있어요. 어떤 변호사님은 소년부 송치처럼 노년부 송치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서석완 아이들도 만만치 않긴 해요. 1심에서 불구속이다가 선고받고 구속된 아이가 있었는데, 처음엔 죄송하다고 인사도 하고 예의가 발랐어요. 구속기간을 꽉 채워서 재판이 진행됐는데, 갈수록 저를 하대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삐딱하게 앉고,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호칭도 안 붙이고요. 저는 존댓말을 쓰는데요. 변호사님도 아니고 저 보고 ‘서석완 변호사가 해야죠’라고 말하는 데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최운희 제 나름의 노하우인데 그럴 땐 그냥 반말로 하세요. 학교 선생님의 뉘앙스로 해보세요. ‘누구야, 너 이거 약속했는데 이러면 되겠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저를 서열에서 위로 놓더라고요. 존댓말을 하면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압적인 반말이 아니라 학교선생님의 정도로 하면 좀 효과가 있어요.
서석완 그 정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반말을 하다가 버럭 화를 낼까봐 오히려 조심스러워서 더 안하는 것도 있어요.
장유정 저는 소년범을 만나면 겁을 줘요. 두 갈래 길이 있다고요. 그중 최악의 케이스를 내가 지금 많이 보고 있다. 평생 교도소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고 싶냐고 하면 아이들이 좀 정신을 차리더라고요.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요. 아이들이 참 힘들어요.
서석완 맞습니다. 힘든데 또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고 잘되게 해주고 싶은 존재들이에요.
장유정 맞아요. 남은 날이 너무 많으니까, 진짜 잘해주고 싶죠.
최운희 맞습니다. 국선전담변호사를 하게 되면 사실 한명 한명 다 애정이 가요. 애정 없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이쯤에서 대담을 마무리 할까요?
손영현 그러시죠. 마무리 인사 한마디씩 하고 정리하실까요? 장유정 변호사님부터 돌아가면서 하면 어때요?
장유정 네, 저는 성범죄랑 마약 전담부서에 들어가는데요, 마약 범죄의 특성이 있는데 잘 모르잖아요. 신종 마약도 많이 나오는데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공부를 좀 더 할 생각이고요. 단순히 변호인으로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변론이 아니라 어떤 중독적인 특성이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까지 도와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현재 외국인 마약사범들이 많아요. 타지에 일하러 와서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고 언어도 안 통하는 곳에서 자기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분들이죠. 그런 분들을 도와드리고 보람을 더 찾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최운희 제가 인천지방법원 마약전담재판부에 12년 동안 있었어요. 마약을 끊지 못하는 너무 많은 피고인들을 보면서 제가 한 알만 먹으면 마약 중독에서 벗어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 생각이 나네요. 마무리를 하자면, 국선전담변호사가 계약직이잖아요. 연수원을 마치고 이것부터 해서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애정이 크지만 계약직이라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비록 그렇지만, 할 수 있는 동안 피고인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쌓인 경험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김민지 저는 올해 국선전담변호사 시험을 다시 보고 들어왔어요. 변호사님들이 말씀하셨듯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꾸준히 최신 판례 같은 것도 업데이트하고 최신 법령 개정된 것도 공부하면서 더 나은 국선변호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손영현 국선전담변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언제까지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제가 앞으로 뭘 할까라는 고민을 한 번씩 했거든요. 그런데 저의 내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가 담당한 피고인들의 내일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나의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사는 생각으로 이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재심이 없어지고 항소율은 최대한 낮추는, 또 존재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예민하게 이야기하면서 법원이 더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실 수 있게 도울 생각입니다.
서석완 작년에 면접 볼 때 지원 동기로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국선전담변호사가 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의 첫 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만약 국선전담변호사가 대충한다면 이 피고인뿐 아니라 그 주변 가족 지인들 모두 우리나라 사법 절차가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국선전담변호사라는 제도의 역할 자체가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사법 절차라는 톱니가 굴러가기 위해서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부품이라는 생각을 해요. 작은 부품 같은데 막상 없으면 갑자기 정지되거나 매우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도 있는 그런 거죠. 그만큼 큰 역할이라 생각하고 막중한 책임감으로 열심히 일하려고 합니다.
최운희 다들 정말 훌륭하십니다. 우리 국선전담변호사님들 모두가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열심히 한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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