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①] 몸이 보내는 신호,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HEALTH

2024.10.07

글. 김영철 참여관(서울중앙지방법원)

아프니까 청춘? 아니다 아프면 그냥 중년이랬다. 나는 생의 전환기에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다. 그렇다. 내 몸은 현재 여기저기가 아프다. 물론 이 나이에 건강하기만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라도 위로해 본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글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무시한 대가(!)에 대한 이야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란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목디스크, 정확히는 경추추간판탈출증. 그리고 족저근막염. 일 년 넘게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이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 전부터 간간히 찾아오곤 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리라.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아닌 이상 하루아침에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그렇게 얘기한다. 디스크나 족저근막염 따위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라고. 그 점은 동의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변에 저 두 가지 중 하나를 앓고 있는 사람은

흔하다. 유튜브 검색만 해봐도 이를 소재로 한 영상이 정말 많다는 점이 그 증거다. 그렇다고 가벼운 병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 게다가 저 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얼핏 보기에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저 둘은 분명 서로 관련이 있다. 내가 왜 동시에 두 가지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실수와 방심을 하였는지 지금부터 얘기해 보려 한다.

코로나19가 끝나가던 무렵인 2022년 봄. - 언제부터인가 삶에 대해 얘기할 때 자연스럽게 코로나19를 기준으로 나누게 된다. - 그동안 육아와 승진 그리고 막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미뤄온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공부든 취미든 운동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무기력과 우울감에서 빠져나오려면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절박감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수영이었다. 수영을 배운다는 것은 내게는 일종의 버킷리스트였다.

성인이 되어서 수영을 배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물에 뜨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새벽 강습을 받고 출근하면, 오전 내내 기운이 없고, 심지어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려서 앓아누운 때 외에는 빠진 적이 없을 만큼 배우는 재미가 컸다. 무기력하던 삶은 활기가 넘쳤고, 몸과 체력 또한 전보다 좋아졌다. 초급반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중급반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강사는 진도가 너무 빠르다며 걱정했지만, 내 열정을 인정했는지 3개월 후에는 주저하지 않고 고급반으로 승급시켜 주었다. 여기까지는 도전과 성취에 관한 행복한 이야기일 것이다.

문제는 고급반에서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발생했다. 수영 경력이 최소 10년, 20년이 넘는 사람들 틈에서 물에 뜬 지 1년도 채 안 된 초짜가 고급반의 훈련 강도를 버틴다는 게 결국 무리였던 것이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2023년 6월 어느 화창한 초여름 날.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누울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아프고 불편하다. 어제 강습 때 근육을 좀 다쳤나보다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밤에는 잠도 이루지 못했다. 평소 겪었던 목, 어깨 결림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뭐랄까 마치 신경 줄이 꼬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초반에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며 어리석은 낙관론에 빠진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통증은 그대로다. 근육통이라면 이때쯤이면 차도가 보여야 하는데, 동네 정형외과를 갔다. 엑스레이 상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통증 완화를 위해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아 보라고 한다. 치료는 받았지만, 별 효과는 없다. 며칠 후 다른 정형외과를 찾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때 즘 주위에서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한다. 어느 한의원이 용하다니 가서 침을 한번 맞아 보라고. 과잉 진료를 안 한다고 알려진 한의원이었다. 며칠간 침 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 4일째 되던 날 한의사가 말한다. 이건 근육이나 인대의 문제가 아니니 당장 큰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라고.

부랴부랴 척추 전문병원을 방문했다. MRI 촬영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내 경추디스크는 말 그대로 엉망인 상태였다. 정확히는 경추 5-6번이 터져서 중추신경을 절반가량이나 짓누르는 상태였다. 다른 부분의 디스크도 터졌지만 5-6번 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뭐 하다 이제야 왔냐는 구박과 함께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멘탈은 지구 밖까지 날아갔다. 일단 통증 완화를 위해 신경 주사와 인대 강화 주사를 맞았다. 목이며 등이며 팔이며 그날 하루만 주삿바늘을 20번은 넘게 찔린 거 같다.

그날 밤 온갖 검색의 향연이 시작된다. 내가 방문한 척추 전문병원은 수술이 아닌 시술 전문 병원이라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 더불어 여기저기 주위 조언을 구한다. 종합하여 내린 결론은 성급하게 시술이나 수술을 받기보다는 일단 통증 치료를 받으며 버텨 보자는 것이었다. 솔직히 당황스럽고 무서운 측면이 컸다. 처음에는 매주, 한 달 후부터는 2주 간격, 석 달째부터는 3주 간격, 마지막엔 한 달 간격으로, 신경 주사와 인대 강화 주사를 맞았다. 한 번 갈 때마다 온몸이 벌집이 되는 기분이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가차 없이 머리에 주사바늘을 꽂는다. 치료를 시작할 때쯤엔 이미 방사통이 머리와 팔, 손끝까지 내려온 상태였다. 다친 적도 없는 손가락은 마치 망치에 손을 찌인 것처럼 붓고 아프곤 했다. 목 디스크 증상으로는 갈 데까지 간 상황이었던 거다.

이쯤에서 혹자는 수영이 관절이나 인대, 뼈에 좋은 운동인데 왜 디스크가 생겼냐는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나 역시 주변에서 그런 질문을 숱하게 들었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이는 건강과 관련된 대표적인 잘못된 상식이다. 나이가 들거나 다른 이유로 관절 등이 안 좋은 사람에게 물속 운동이 재활에 좋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목디스크-여기서는 경추추간판탈출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목 근육의 경직과 외부충격에 있다. 일자목과 거북목이 위험한 것은 목 근육에 과도한 하중을 주어 경직을 초래한다는 데 있고, 교통사고 때 목디스크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외부충격으로 인한 디스크의 손상 탓이다. 수영은 목과 어깨, 등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이므로 목 근육의 경직이 쉽게 발생한다. 또한 접영 같은 영법에서는 목의 가동범위를 넓힌다는 명목으로 목을 위아래로 꺾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곤 한다. 내 경우는 약간의 거북목 증상도 있었지만 주된 원인은 결국 과도한 수영과 목 스트레칭 때문이었다.

그럼 다시 돌아와 목디스크가 족저근막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겠다. 수영은 체력소모가 매우 큰 운동이다. 수영을 배우는 일 년 동안 먹는 양이 매우 늘어난 상태였다. 그러던 중 목디스크가 발병해 운동을 멈춰야 했다. 의사는 걷는 것 외에는 디스크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삼가라고 했다. 문제는 식사량은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체중이 4킬로그램이 늘었다. 마른 체형의 사람에게 4킬로그램의 증가는 매우 큰 차이다. 이게 바로 족저근막염의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목디스크 통증이 어느 정도 줄었고, 그 녀석과의 동거에 적응한 시점이었고, 동시에 긴 겨울이 끝나고 2024년 봄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걷기만 하는 것에 신물이 났던 나는 땀을 흘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래서 달렸다. 체중이 불어난 것도 모르고 말이다. 달리다 보니 뒤꿈치가 아파온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고, 며칠 지나니 통증이 사라졌다. 다시 또 뛰기를 반복한다. 아프고 낫기를 반복하다가, 한 달쯤 지나니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만성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불편하다. 결국 또 정형외과를 갔고 이렇게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았다.

어감도 별로지만, 족저근막염 이 녀석도 꽤나 사람을 힘들게 한다. 아침 첫걸음부터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물론이고,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불편하다. 뛰는 건 애시당초에 불가능하다. 왼쪽에 체중을 덜 싣고 걷다 보니 어느새 오른쪽 뒤꿈치마저 아프기 시작한다. 뒤꿈치에 충격이 안가도록 살금살금 걷다보면, 웬걸 허벅지 근육마저 아파온다. 뒤꿈치의 통증이 결국 걷기와 관련된 여러 근육에 연쇄적인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무시한 대가는 혹독했다. 통증과의 동거, 게다가 상·하체 모두에 문제가 생기니 신체활동 자체가 힘들어진다. 삶의 질이 어떨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숨 쉬고, 먹고, 자는 정적인 활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세를 바르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몸에 힘을 주게 되고, 그로 인해 쉬이 피곤해지곤 한다. 이 생활이 오래되다 보면 결국 우울감과 무기력까지 찾아오게 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시점이 여러 번 있었다. 내가 무시했을 뿐 내 몸은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수영을 시작한 뒤로 수시로 목과 어깨, 그리고 등의 통증이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근육통이라 생각하고 방치했다. 오히려 근육통은 더 강도 높은 운동으로 풀어 줘야 한다는 속설을 믿고, 다음 날 운동 강도를 더 높이곤 했다. 족저근막염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걷거나 달린 후 생긴 뒤꿈치 통증을 마치 훈장과 같은 거라 여기며 무시했다. 통증이 생긴 그 순간 멈춰야 했으나, 나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더 멀리, 더 오래….

왜 그때 나는 몸의 신호를 무시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프다고, 멈춰 달라고, 돌봐 달라고, 아우성치던 것이었는데. 진심 후회스럽다.

저마다의 이유는 있겠지만 우리는 종종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20·30대의 자신감 넘치던 몸에 대한 기억이 40을 넘어서까지 일상을 지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 몸은 항상 젊고 완벽하지 않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주위를 보면 무리해서 운동을 지속하면서 작은 통증의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 이야기를 해주곤 하지만, 크게 아프기 전에는 진심 어린 염려의 말이 얼마나 가 닿을지 의문스럽긴 하다. 그래도 얘기해주고 싶다. 아프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쉬라고. 그리고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통증의 원인이라면 꼭 병원을 가서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혹여 이 반성문 같은 글로 인해 내 안위를 걱정할 분들을 위해 알려드린다. 1년이 지난 현재 애증의 5-6번 디스크는 20% 정도 회복된 상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 그저 감사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견인 치료를 받고 있고, 신전 자세와 같은 생활 속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무리해서 일하지만 않으면 통증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생한 족저근막염은 갈 길이 멀다. 통증은 참을 만한 데 회복이 더디다. 의사들조차 족저근막염만큼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쉬운 질환도 드물다고 하니 이 녀석도 오래 갈 듯싶다. 그래도 두발로 서고 걷고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어리석은 주인을 만나 고생 중인 나의 몸 여기저기에 심심한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는 너희의 작은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니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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