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빈태욱 부장판사(청주지방법원)
1. 들어가며
2015년경 우연히 알프스를 달리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본 후 꿈꿔온 UTMB(Ultra Trail du Mont-Blanc) 파이널 대회. UTMB 파이널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UTMB 시리즈 대회에서 모은 스톤 5개로 운 좋게 2024년 CCC 100k 대회에 당첨되었고, 휴정기에 열심히 일하고 8월 말에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Blanc)로 향했다.
2. 대회 출발 전
2024년 8월 30일. 드디어 결전의, 아니 꿈의 무대에 서는 날이 밝았다.
내가 참가하는 CCC(Courmayeur - champex lac - Chamonix로 이어지는 101.6K, 상승고도 6,100m의 대회)는 9시에 이탈리아 Courmayeur에서 출발하기에 전날 새벽 5시로 알람해 두었다. 그런데 5시가 되기 전에 K가 나를 깨운다. “일어냐셔야죠.”
24시간 이상 레이스가 예상되기 때문에 어제 수면유도제를 먹고 9시 정도 자리에 누웠는데, 꿀잠을 잤다. 짐은 어제 미리 싸 놓았고, 준비한 무릎 테이핑과 옷을 입고, 보급으로 준비한 주먹밥(이게 신의 한 수였다!!!) 3개(햇반 1개 반 분량)를 만들고, 햇반 2개와 김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대회 신청 후 샤모니에서 쿠르마유르까지 탑승 버스 시간을 6시 30분 예약했는데, 검표도 하지 않고 오는 순서대로 태워서 쿠르마유르로 향한다. 버스 탑승장은 수요일에 올랐던 에귀디미디(Aiguille du Midi) 케이블카 승강장 뒤편 까르푸의 큰 주차장이다. 탑승한 버스는 중간에 긴 알프스 터널을 통과해서 쿠르마유르까지 40여 분 걸리는 듯하다.
함께 출전하는 H형님과 대회 긴장감과 기대감에 대해 몇 마디 나누고, 눈을 감고 마인드컨트롤, 아니고 잠을 청한다. 40여 분이지만 대회 긴장감을 풀어주고, 24시간 이상 고생할 내 몸에 충전을 해준 듯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간이 화장실이 늘어져 있는데, 나도 체중감량(?)에 성공한다. 특이한 것은 일을 보고, 톱밥을 뿌리는데 냄새도 나지 않고 친환경적이다.
이제 출발지까지 조금 걸어서 가야 한다. 출발지는 15분 단위로 wave1~3로 출발하는데, UTMB INDEX 순이다. 나는 wave 3인 9시 30분 출발이다. 대회 출발지로 진입하려는데 hot weather 준비물인 2리터 물통을 확인하고 빨간색 스티커를 붙여준다. 더위가 예상되었기에 안전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다. 우승자가 마지막 CP에서 물통 체크를 했는데, 밀폐 플라스틱 봉지로 대체해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1등이니 그냥 넘어간 게 아닌가 해서 씁쓸하다. 출발시간까지 스트레칭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린다. 출발지가 프랑스 샤모니가 아닌 이탈리아 쿠르마유르 이기에 분위기는 소박하고 차분하다.
3. Courmayeur- Refuge Bertone,
나는 원래 wave3로 9시 30분 출발인데, 얼렁뚱땅 wave2에 휩쓸려 9시 15분에 출발했다. 지방 소도시 쿠르마유르에 갤러리들이 나와서 카우벨을 흔들며 열렬히 응원을 해준다.
마을에서는 응원 덕에 다들 열심히 뛴다. 같은 숙소의 H, K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달린다. 1~2K를 내달리니 좁은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가 그 유명한 병목구간인가 싶었다. 더 인원이 많은 UTMB는 동시 출발인데, ccc는 이 구간 병목 현상 때문에 그룹별로 출발하는 듯 하다. 그래도 2~3명 정도 갈 수 있는 등산로에는 가볍게 걷고 뛰는데, 조금 더 들어가자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등산로가 나온다. 병목 현상이 심해져 한동안 정체이다. 어느 곳에나 얍삽이가 있듯이 옆으로 새치기를 하는데, 다들 우~~ 하고 야유를 하면 돌아가는 주자도 있고 슬쩍 그 옆에 끼어드는 주자도 있다. 다행히 새치기하는 한국인은 못 보았다. 바로 뒤에 고령의 한국 참가자가 있어서 천천히 오르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몇 달 전에 근육 파열상을 입어서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셨단다. 은퇴 후에 세계 각국의 대회에 참가하신다는 데 그 열정과 체력이 부러웠다.
지그재그로 된 주로를 주자들이 천천히 걸어서 등산을 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피난행렬 마냥 재미있기도 하면서 멋지다. 꾸준히 오르다 보니 산 정산에 도착한다. 2,600여 미터 높이 Tête de la Tronche에서 관망하는 전방의 설산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이 경치를 보려고 샤모니에 왔나 싶었다. 병목현상으로 천천히 올라서인지 고산증세도 별로 없다. 정산에 거의 다 왔을 때 보니 H형님이 정상 공터에서 누워계시면서 화이팅을 외쳐주신다. 나중에 마지막 직전 CP에서 컷오프 당하셨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때 고산병 증세로 힘드셨고 오바이트를 몇 번이나 하셨단다. 고산증세는 없었지만 혹시나 몰라서 다운 힐을 열심히 한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첫 번째 CP(checkpoint)인 Refuge Bertone에 도착해서 물, 수박으로 수분을 보충한다. UTMB 파이널 대회이지만, 보급은 먹거리 차이는 별론으로 하고, 내용에 실망도 컸다. 물은 수돗물에 탄산을 넣어주고, 콜라는 액기스를 탄 탄산이 없는 콜라이다. 그나마 수박, 바나나, 메론 정도가 먹을 만했다. 여기서 개인 보급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다음 2,600여 미터 Grand col Ferret를 향해서 업힐을 쳐야 한다.
4. Refuge Bertone - Arnouvaz,
이 구간에서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다. 전반적인 다운힐이라 편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중간에 Refuge Bonatti에서 물만 보충하고 달렸다. Bonatti 산장이 몽블랑 트레일
구간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데,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 Bonatti 산장을 지나고 다음 구간까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 걸 보니 상대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보다.
5. Arnouvaz-La Fouly,
CP1을 나와서 개울을 건너니 바로 업힐이 시작된다. 퀴버(화살통)에서 스틱을 꺼내서 업힐을 준비한다. 자~ 올라가 보자!! 그런데 생각보다 다리가 무겁다. 828m라 쉽게 생각했는데, 이때가 레이스 중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CCC는 처음이라 예상 기록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24시간을 목표로 했었는데, 이때 완주로 목표를 바꾸었다. 고산증세가 늦게 나타난 것인지, 깊은 호흡이 되지 않고, 심박은 160에 달한다. 그리고 오른쪽, 왼쪽 대퇴사두가 딱딱해지면서 춤을 춘다. 쥐가 심하게 난다. 주로가 좁아서 누울 수도 없고, 서서 스트레칭을 해보는데, 고통스럽다. 클램픽스 젤(근육경련 해소제)을 하나 짜 넣어본다. 조금 있다 신기하게 경련이 줄어든다. 2개 챙길 걸(ㅜ.ㅜ). 나중에 또 쥐가 났을 때 클램픽스가 무척 아쉬웠다. 중간에 쉬고 있으니 라스포르티바 후원 선수인 최민정 선수가 지나간다. 본인도 고산증세인지 몇 번 토했다고 한다. 내가 다리를 풀고 있는 사이 먼저 출발하는데 이후 몇 번 더 만나게 된다. 이 구간에 120여 명에게 추월당했다. 코스를 모르니 저기가 정상 같은데 막상 그곳에 가까워지면 정상은 저 멀리 있다. 드디어 Grand Col Ferret에 올랐다. 앉아서 잠시 셀카를 찍은 후 천천히 다운 힐을 한다. 고산증세가 빨리 나아지길 바라면서 무거운 다리를 옮겨본다.
세 번째 CP에서도 다른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서 대회주최 측이 주는 수박만 계속 먹어본다. 그리고 여기서 첫 주먹밥을 꺼내 먹었다. 느끼한 음식만 먹다 고형물이 들어가니 속이 진정되는 듯하다. 장거리 주자의 경우 몸에 축적할 수 있는 탄수화물 양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레이스 중 보급이 중요하다. 이날 세 번째 CP를 나와서 달리는데 발방 현상(방구 발생^^)이 나타났다. 평소에는 반갑지 않지만, 레이스 중 발방 현상은 소화가 되고 있는 징조이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무리 보급을 해도 몸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레이스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날 날씨가 더워서 계속 수분을 보충해 주는데도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CP에서 보충한 물로는 모자라서 업힐 중 만나는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시원한 물을 담아서 계속 마셔댔다. 참가자 2,200여 명 중에 완주자가 1,600여 명이니 완주율이 73% 정도인데 날씨가 복병이었던 듯하다.
6. La Fouly-Champex lac,
주먹밥으로 요기를 하니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음….
이제 다시 달려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스위스의 휴양도시 Champex-lac이다. Champex-lac으로 가는 길에 최민정 선수를 다시 만났다.
해가 지고 더위가 가시니 몸이 조금 나아졌단다. 다행이다.
Champex-lac으로 가는 중에 보니 자동차 번호판이 스위스로 바뀌어 있어서 스위스인가 싶었다. 저녁에 가족들이 집 밖에서 테이블에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
들을 보니 집에 두고 온 가족이 사무치게 그립다.
작은 스위스 마을을 지나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 산 중턱에 불빛이 환하다. 저곳인가 싶었는데 맞았다. 멀다. 본격적인 업힐 전 현지인이 ‘almost there’라고 얘기해서 위안이 되었는데, 꽤 멀었다. Champex-lac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내가 통과하는 시간이 해가 진 이후라 경치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Champex-lac으로 가는 길에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서 헤매고 있는데(이럴 때는 다시 돌아가는 게 정답), 영국 여자 선수가 ‘Ok, Come back’이라고 경쾌하게 말하는데, 긍정적인 사고가 마음에 들었다.
알바(길을 잃었을 때)했을 때 대부분 ‘AC’를 연발하는데…. Champex-lac CP에서 두 번째 주먹밥을 꺼내 먹었다.
여기가 중간 정도 지점이라 조금 더 편하게 쉬어가기로 한다. 웜푸드가 제공되는 곳이어서 파스타도 받아 먹는다. Champex-lac부터 3개의 CP는 서포터의 외부 조력이 가능한 곳이라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옷과 신발, 뉴트리션을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주최 측 보급도 받아다 준다. 서포트가 없는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직접 돌아다니면서 보급을 수령해야 한다. 마침 전 주자가 마시다 두고 간 캔 콜라를 한참 동안 예의주시했다.
파스타를 먹으며 기다려 봐도 그냥 버리고 간 듯하여 체면을 버리고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남은 콜라를 물병에 넣어서 흡입했는데, 천상의 맛이었다. 훔친, 아니 주운 콜라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7. Champex lac - Trient,
Champex lac에서 전반적인 다운힐 후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그런데 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멀리서 보이는 불빛들이 하늘에 닿을 듯이 박혀있다. 속도가 비슷한 주자
를 따라가 본다. 군대에서 야간 행군 시 앞 사람 군화만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때가 소환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다들 힘이 들어서 추월하는 주자가 별로 없다. 새벽 4시쯤 되니 밤을 새워서인지 졸리기 시작하고, 멀리 산 한가운데 집이 있는 듯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젊은 날 이후 밤을 새워본 적이 별로 없는데, 새벽 4시에 스위스의 산속을 헤매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오른쪽 아래로 Trient의 도시 불빛이 보이고, 폭주족(여기도 달건(?)이 형들은 있나보다)들의 폭주 소리가 들린다. 우리나라 산들은 능선에 오르면 능선을 따라서 등산로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의 산들은 산 정상이 뾰족해서 그런지 산중턱으로 길을 낸 곳이 많아 주로 옆은 낭떠러지인 경우가 많다. 겁이 많은 내가 밤이 아닌 낮에 달렸다면 엄청 떨면서 달렸을 것 같다.
트리앙에서 마지막 주먹밥과 1회용 북어국으로 만찬을 즐긴다. 따뜻한 북어 국물과 밥이 들어가니 속이 편해지고,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처음 3CP까지는 컷오프 타임에 2시간 정도 여유 있게 CP에 들어갔는데, 이후에는 1시간 정도로 컷오프 타임이 계속 나를 쫓아온다. 그래도 완주를 하려면 CP에서 충분히 보급하고 쉬어 주어야 한다.
8. Trient-Vallocine,
이번에도 큰 산 하나만(?) 넘으면 된다. 다행히 지난 구간보다 주로 상태나 경사도가 낫다. 이때는 밤을 샌 새벽이라 정신이 몽롱해서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속도는 나지 않지만, 평지와 내리막길은 천천히 뛰고, 오르막은 천천히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른다. 이제 프랑스 도시 Vallocine만 지나면 목요일에 답사 갔던 스키리조트 Le Flegere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물론 상승고도는 955m).
산 정상에 체크 포인트가 있는데, 대피소 같은 건물이 있었다. 나는 이곳이 CP인지 알고 좋아했는데, 5K 더 가야 한단다. 시계를 보니 66K 정도이다. 그래도 그곳에서 커피를 줘서 물통에 담아서 쪽쪽 마시면서 내려왔다. Vallocine에서 별로 기억나는 게 없지만, 바로 옆에 CP가 보이는데 육교로 유인하여 둘러 가게 해서 살짝 짜증이 났던 게 기억난다. Vallocine에서 남은 음식을 다 때려 넣기로 한다. 미리 준비한 스프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고, 대회 측에서 주는 밥을 마는데 밥이 익지도 않았다. 그냥 국물만 마시고, 마지막 업힐을 치러 간다. 이 구간에서 139명을 추월한다. 역시 입에 맞는 음식이 들어가니 힘이 난다.
9. Vallocine-Chamonix,
솔직히 제일 힘든 구간이다. 체력이 소진되었는데 남은 업힐이 11K에 달한다. 그래도 오르는 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천천히 오를 만했다. 작은 봉우리를 찍은 후 200여 미터를 다운힐 하고 다시 업힐을 해야 한다. 지그재그로 된 업힐 구간을 꾸준히 올랐다. 숲속을 벗어나니 스키장 슬로프가 나타나는데, 꽤 길다. 경사도가 꽤 되다 보니 선수들도 빨리 걷는 구간이다. 꾸준히 스틱에 의지해 오르다 보니 산 정상 마지막 CP에 도착한다. CP에서는 모자에 물을 적셔 쓰고, 물과 콜라를 보충한 후 빠르게 출발한다. 이제 6K 다운힐과 1K 평지 후 피니쉬이니…. 어제 답사한 길이라 눈에 익다. 중간중간 트레킹 온 사람들이 ‘알레 알레, 브라보’를 외쳐준다. 그럼 걸을 수 없지^^
평지 구간에 들어서니 이제 다 왔다 싶고, 만 25시간 40여 분의 시간이 꿈만 같다. 주로에 늘어선 갤러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니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마지막 코너를 도는데, 함께 참가했던 K가 태극기를 건네준다. 3CP에서 컨디션 난조로 DNF(Do Not Finish)했단다. 속이 많이 상할 텐데 직접 와주어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 UTMB 대회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함께 피니쉬 할 수 있는데, 이때 피니쉬 아치 아래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셀카 찍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피니쉬 사진을 남길 수가 있게 되었다. 그 마음이 고맙다. 태극기를 머리 위로 들고서 뛰는데 2명을 추월해서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가슴 속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는데, 고생을 덜 해서인지 눈물은 나지 않았다.
10. 경기 후
경기 후 우리나라처럼 마사지 등을 기대했지만, 맥주 1잔(맛있긴 했다)과 소시지 햄버거, 완주 베스트 기념품이 다였다. 앉아서 쉬고 있으니 최민정 선수가 컷오프 타임 직전에 피니쉬를 한다. 축하의 악수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 후 짜파게티 2개를 흡입하고 쓰러졌다.
잠에서 깨서 베란다로 나오니 몽블랑을 비롯한 샤모니 주변의 영봉들이 그대로 있다. 그래 여기는 샤모니지^^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CCC(100K) 참가하기 전 UTMB(170K)와 사이에서 한 참 고민을 많이 했었다(물론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대회전에는 참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대회 뛰고 나니 2% 아쉬움이 남는다. 알 수 없는 인생이니, 수년 내 다시 UTMB 출발선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46시간을 채우고 들어오는 UTMB 주자들을 마중하러 결승점으로 향하는데, 해가 쨍쨍한 날씨에 올려다본 만년설 덮힌 몽블랑이 여기가 샤모니임을 문득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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