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레시피] 새해에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수면은 종착지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HEALTH

2025.01.07

건강레시피

글. 서수연 교수(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저자

과열된 경쟁과 속도감이 있는 사회에서 여가, 이완, 휴식, 마음챙김 - 이 모든 것들조차 완벽하게 해내야 할 것만 같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은 베개 유목민이 되어 ‘완벽한 침구’를 찾기 위해 많은 돈을 소비하고, 스마트 시계 하나쯤은 차고 내 수면에 대해 분석을 해야지만 ‘잘 쉬는 사람’이 될 것만 같다. 그렇다.

잘 쉬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늘상 피곤한 사람들은 자책을 하고, 더 ‘잘’ 쉬기 위한 채찍질을 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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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 하라고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피곤하고 잠을 설칠 때면 어떻게 더 잘 쉴 수 있을지, 더 잘 잘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노력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대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살면서 문제 해결에 더 힘쓸수록 반대로 문제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발표 불안이 있는 사람이 말을 안 더듬고, 얼굴 안 빨개지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발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어렵고 식은 땀이 나는 경우가 있다. 잠도 비슷하다. 자려고 스스로 조급하고 재촉할수록 달아나는 것이 잠이다. 유희진 동화작가의 “잠이 오는 이야기”에서도 먼 곳에서 느리게 오는 잠에 대해 눈을 뜨고 의식하는 순간 잠이 득달같이 달아나버린다고 표현을 했다.

잠은 이렇게 노력할수록 불안해지고, 시간을 확인할수록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에 우리가 흔하게 살면서 배운, 노력해서 해결하라는 문제해결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잠을 위한 마음챙김: 애쓰지 않기>

잠이 너무 안 온다며 도와달라고 찾아온 분이 계셨다. 자기 전에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퇴근 후 저녁 6시부터잘 준비를 하고, 그때부터 지루한 법전을 큰 소리로 읽는 다고 했다. 도대체 재미없는 법전을 왜 자기 전에 읽느냐고 물었더니, 법전을 읽으면 너무 지루해서 잠을 잘 수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고 했다. 무엇인가 본인의 수면을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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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의 창시자인 존카밧진이 마음챙김을 위해 필요한 7가지 마음자세 중에는 ‘애쓰지 않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잘 자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은 잠을 잘자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는 정답이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잠은 의식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며 더 빠르게 잠드려고 애를 쓰지 않고, 통제하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지금이 순간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치워버리려고 하고, 잠을 자고 싶은데 오지 않는 그 답답함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할 때, 잠은 더 멀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자고 싶을수록 침대는 멀리>

잠은 배워야 는다! 배운다는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의 뇌가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만 침대에서 자고, 잠 이외의 다른 행위들(스마트 폰, 업무, 피곤해서 깨어있는 채로 누워있기 등)은 자제 하는 것이 좋다. 깨어있을 때 하는 다른 행위들을 반복적 으로 침대에서 하다 보면, 뇌는 더 이상 침대를 자는 곳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침대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뇌와 잡념이다. 십년 전쯤 억울했던 일을 떠올려보고, 오늘 있었던 수치스러운 일을 곱씹으며 이불킥 하거나 미래에 있을 걱정들을 지속적으로 침대에서 하면 뇌는 더 이상 침대를 자는 곳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침대는 번뇌의 공간으로 변질이 되며, 더 이상 질이 높은 이완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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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휴식과 잠도 마찬가지이다. 잠을 계속 나의 능력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 잠을 못 자는 것이 내 능력의 한계라고 자책하는 것은 그만하자. 나의 능력과 동일시하게 될 때, 더 통제를 하려는 노력을 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잠의 본질과 멀어지게 하는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여가를 즐기고 좋은 잠을 잤을 때를 떠올려보자. 분명히 큰 노력없이 스르르 잠들었을 때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치를 잘 기억해서, 오늘 밤은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숙면을 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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