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대 리포트] 싸이월드 속 내 흑역사, 이대로 묻히는 걸까?

트렌드에 주목하라

2020.01.09

싸이월드

싸이월드 속 내 흑역사, 이대로 묻히는 걸까?

싸이월드는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해 한때 가입자 수가 3천500만 명까지 갔다. 가상화폐인 도토리를 만들어 정착시켰고, 1촌 개념을 통해 온라인 친구 맺기를 확산시켰다. 2004년엔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입자 수 1천만 명을 돌파한 싸이월드를 그해 히트상품으로 선정했고, 2005년 중국, 일본에 이어 2006년 미국 서비스까지 확장했다. 만약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했더라면 아마 전 세계인은 페이스북 대신 싸이월드를 하며 도토리를 구입했을 것이다.

글.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트렌드 분석가)

선발주자에서 후발주자로 밀려난 세태
지금 전 세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주도하는 대표적 기업들보다 한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작은 더 빨랐다. 싸이월드를 비롯한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세이클럽 등이 1999년에, 프리챌은 2000년에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2004년, 유튜브는 2005년, 트위터는 2006년, 인스타그램은 2010년에 나온 것과 비교해 봐도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2000년대 초중반은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적어도 국내에선 절대 강세이던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가장 끈끈히 잘 뭉쳐 놀던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엄밀히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선발주자는 우리나라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0년 초중반까지 인터넷 강국이란 말이 괜히 붙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면서 미국에서 시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우리끼리 놀던 한국인들도 전 세계인들과 어울려 놀기를 원했고,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대신 글로벌 서비스로 자연스레 옮겼다. 반면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PC 기반으로 서비스해 왔던 것을 모바일로 발 빠르게 전환시키지 못하면서 선발주자였던 그들이 오히려 후발주자로 밀려났다. 한번 놓친 기회이자 빼앗긴 주도권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세이클럽, 프리챌 등이 사라졌다. 싸이월드도 이미 수년 전 수명을 다한 데다 최근 들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 기술적 진화보다는 소비자의 진화를 못 따라간 것이다. 트렌드를 잘 읽지 못해서,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며 다음 시장을 준비하지 못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미니홈피
잘 나가는 소셜 네트워크도 계속 변화하며 새로운 욕망을 채워 줄 수 있어야 계속 존재할 수 있다. 아무리 매력적인 것도 익숙해지고 흔해지면 매력이 떨어지고 지루해진다. 그래서 우린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23억 명의 가입자를 가졌다는 페이스북이 하향세인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엔 텍스트와 사진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동영상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져 매월 20억 명 정도의 사용자가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양대 강자인 셈인데, 이들을 위협하는 서비스가 바로 틱톡이다. 페이스북보다 12년, 유튜브보단 11년 늦은 2016년에 시작한 이 서비스는 3년도 안 돼서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을 넘었다. 월간 이용자 수가 10억 명 정도인데, 특히 Z세대인 10대와 20대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틱톡은 동영상이 15초인데도 이용자당 하루 이용 시간이 1시간에 가깝고, 월간 이용자 중 매일 이용하는 비율이 10명 중 6명에 가깝다. 다른 어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몰입도와 활용도가 높다. 국내에서도 틱톡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의 비중은 많이 커졌다. 이제 한국인의 소셜 네트워크는 국내 기업의 플랫폼보다 글로벌 기업의 플랫폼 중심으로 넘어갔음이 자명한 사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여전히 메신저는 국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2010년 시작한 카카오톡이 국내 가입자 수 5천만 명을 넘으며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됐다. 네이버 라인도 국내에선 비슷한 가입자 수를 보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카카오 스토리와 네이버 밴드는 각기 중년층들이 유독 사랑하는 국내 소셜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1997년 한메일 서비스를 통해 성장을 시작한 다음이, 다음 카페를 론칭하고 종합 포털사이트로 거듭난 것이 1999년, 네이버가 설립된 것도 같은 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전히 건재한데, 아이러니한 건 똑같이 시작한 싸이월드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도토리를 사 모으던 싸이월드의 전성기 때는 이들과 빅 3 구도(때론 이들을 능가하기도)였는데, 이 모든 게 다 지나간 추억으로 남았다. 정말 이대로 영원히 사라질까 봐 사람들은 미니홈피에 고스란히 남겨 둔 흑역사를 회수하느라 바쁘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미니홈피 속 철없던 시절 사진들이 흑역사가 아니라 역사 속 흔적으로 사라진, 한때 잘 나갔던 싸이월드의 초라한 결말이 진짜 흑역사가 아닐까.

*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저서는 『라이프 트렌드2020 : 느슨한 연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라이프 트렌드 2019 : 젠더 뉴트럴』, 『실력보다 안목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8 : 아주 멋진 가짜 Classy Fake』, 『라이프 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 『라이프 트렌드 2016 : 그들의 은밀한 취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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