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물의 탄생] 어쩌면 세상을 바꿀 미래소재, 그래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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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2

그래핀

어쩌면 세상을 바꿀 미래소재, 그래핀

연필은 어떻게 종이에 흔적을 남길까? 연필심에 포함된 흑연 덕분이다. 흑연은 얇은 탄소막이 수백만 겹 이상 쌓여서 만들어진 물질로, 탄소막은 서로 분리가 잘되기 때문에 종이에 잘 묻는다. 묻어 있는 거라서 지우개로 지우기도 쉽다. 옛 노래에서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한 이유다. 이 부드럽게 잘 묻고 잘 지워지는 탄소막이, 한 겹 한 겹 떼어내면 강철보다 강한 물질로 바뀐다. 이 물질의 이름이, 오늘 소개할 그래핀이다.

글. 이요훈(IT칼럼니스트)

세계 최초의 2차원 물질, 그래핀
그래핀(Graphite)은 흑연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막을 한 겹만 벗겨내 만든다. 탄소 원자가 6각형 벌집 구조로 결합한 평면형 물질로, 탄소로 구성된 아주 얇은 한 장의 비닐 같다. 그냥 얇은 정도가 아니다. 두께가 탄소 원자 하나에 불과하니, 그래핀 한 장 두께는 0.2㎚정도다. 300만 장을 겹쳐도 1mm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핀을 세계 최초의 2차원 물질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원자보다 얇은 두께를 가진 물질을 만드는 건 사 실상 불가능하니까.
그래핀이라는 이름도 흑연(Graphite)에서 나왔다. 그래파이트와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붙여서 만든 이름이 그래핀이다. 이론상으론 1940년대부터 존재했었고,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도 가능했다. 볼 수 있으니 만들어보려고 온갖 시도를 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원자 단위를 분리하기가 쉽지 않은 탓 이다. 그러다 2004년,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엉뚱한 방법으로 그래핀 분리에 성공했음을 세상에 알린다. 바로, 스카치테이프로.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매주 ‘금요일 밤 실험(Friday night experiments)’이란 모임을 하고 있다.일과 관련 없는 실험을 즐기는 이 모임에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을 만들어보자’라고 했다가 만들어진 게 그래핀이다. 어떻게? 흑연에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고, 이 테이프에 다른 테이프를 붙였다 떼면서 탄소막 1장이 남을 때까 지 작업했다. 연필에서 보듯 탄소막과 막 사이는 분리가 잘 된다. 스카치테이프로 흑연 자국을 지우는 건 관련 연구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다. 다만 그걸로 원자 하나 두께의 막을 뗄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했고, 이들은 그걸 해냈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이유
그래핀의 별명은 ‘꿈의 신소재’다. 워낙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탓에 붙은 별명이다. 그래핀은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강하며 또한 가장 열을 잘 발산하고, 전기를 잘 전달한다. 두께는 원자 수준,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이다.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을 잘 전달하며,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한다.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키고, 97.7%의 빛을 그대로 통과시킬 만큼 투명하다. 그러면서도 가볍고 유연하다.
물질 특성이 좋으니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투명 디스플레이, 2차 전지, 태양전지, 반도체 및 조명, 복합소재 분야에서 앞으로 성장을 견인할 핵 심 소재로 손꼽힌다. 리튬 이온 전지를 대체하리라 여겨지는 그래핀 배터리나 웨어러블 기기에 쓰일 휘는 배터리,그래핀 활용 수처리 기술, 그래핀이 적용된 차 량 앞 유리, 그래핀 복합소재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문제가 됐던 제조 비용도 많이 떨어졌고, 조만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자.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신소재도 상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고, 실패하는 일도 많다. 탄소계 물질만 따져 봐도 그렇다. 탄소 섬유 복합재료(카본파이버)는 결국 성공했지만, 버키볼이나 탄소나노튜브 등은 아직 실험실 바깥으로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아직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그래핀 대량 생산 여부도 결국 나와 봐야 안다. 하지만 나오게 된다면,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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