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법원 추천 여행지] 느리지만 행복한 ‘담양 창평 슬로시티’, 300살 넘은 활엽수 가득 ‘담양관방제림’

트렌드에 주목하라

2024.08.08

글 양동옥 사무관(광주가정법원)

“○○아, 니 땜시 살어야!” 요즘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 중계 화면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응원 문구다. 물론 이 문구는 전라도 사투리다. “너 때문에 산다.”라는 의미다. 궁금하다. 대체, 그 선수가 본인의 인생에서 무슨 의미길래…. 그 관중은 너 때문에 산다는 최고의 표현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의 의미라면 분명 이건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표현이다. 왜냐고? 우리는 늘상 사는 게 힘이 들 때면 “그래도 너 때문에 산다.”는 말로 본인 인생에 다시 한번 힘을 내보기 때문이다. 그랬다. 본인 인생에서 소중한 건 다양하게 존재하고, 여행 또한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1,2 관방제림

“아빠, 뒷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있던 아이의 말이다. 충격이었다. 뒷모습은 거울을 통해 잘 안 보일뿐더러, 앞머리에는 흰 머리카락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몰랐다. 인생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분명 존재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랬다. 나도 나이를 먹었다. 20대 시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자연과 인생을 배웠던 젊은이가 이젠 50대 아저씨다. 주저리주저리 너무 말이 많았다. 각설하고, 내가 지금까지 주절거린 이유는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과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여행의 의미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대개 여행하면 해외여행과 국내 유명 여행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자신의 생활 공간과 인접한 곳에 존재하는 소중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자연 공간으로의 여행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법원 인근 여행지로 담양 창평 슬로시티와 담양관방제림을 찾아 떠나 보기로 했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 마을로 떠나는 차 안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은 여름 장마로 비 예보가 있어 하늘이 잔뜩 흐려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성난 빗줄기를 뿌릴 것 같다. 걱정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많은 비가 내리면 여행 사진은 그래도 일단 강행이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통한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자연환경과 고유 음식, 전통문화 등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담양 창평 슬로시티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담양 창평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은 백제시대에 형성되었으며, 동편의 월봉산과 남쪽의 국수봉이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펼쳐 감싸안은 형국으로 돌담길과 전통 가옥의 모습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마을 동쪽에 있는 월봉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세 갈래로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어서 삼지내 마을이라고 부른다. 특히 굽이굽이 돌아가는 아늑한 돌담길을 걷다 보면 시간마저 쉬어가는 듯하다. 삼지내 고택은 조선후기 전통적인 사대부 가옥으로 남방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옛 돌담길은 등록문화재 265호로 돌과 흙을 사용한 토석담으로 비교적 모나지 않은 화강석 계통의 둥근 돌을 사용하였고, 돌과 흙을 번갈아 쌓아 줄눈이 생긴 담장과 막쌓기 형식의 담장이 섞여 있다. 대체로 담 하부에는 큰 돌을, 상부로 갈수록 중간 돌과 작은 돌을 사용하였다. ‘S’자 형으로 자연스럽게 굽어진 마을 안길이 전통 한옥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은 전통마을로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 하여 2007년에 슬로시티 국제연맹이 이 마을을 슬로시티 마을로 지정하였다.

3. 슬로시티 담양

슬로시티를 떠나 찾아간 곳은 담양관방제림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담양관방제림은 담양 천변의 제방인 관방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숲이다. 관방제를 따라 1.2㎞ 이어져 있는 이 숲은 300년이 넘은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은단풍 등 여러 종류의 낙엽성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의 굵기는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가 1m에서 5.3m 이상까지 다양하다. 담양관방제림은 조선 인조 26년(1648)에 부사 성이성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으며, 철종 5년(1854)에 부사 황종림이 이 제방을 다시 늘려 쌓으면서 숲을 조성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담양관방제림은 2004년도에 산림청이 주최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그 모습이 아름다워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관방제림 주변의 고수부지에 추성 경기장이 위치해 있으며, 2005년 설화가 있는 조각 공원이 들어서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오늘의 여행은 끝이 났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걱정했던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엊그제 본 영화 ‘인사이드 아웃2’가 생각났다. 13살이 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한 머릿속 수많은 감정들. 그 속에서 기쁨과 불안이 서로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벌이는 논쟁. 나 또한 그랬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과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함께했던 오늘. 그래도 많은 비가 오기 전에 여행을 마쳐서 다행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이의 삶 또한 그러하기를…. 어느 시인의 소풍 같은 인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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