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의미 있는 추천이라면 평범한 콘텐츠도 더 특별해진다. 1월, 새해의 문을 열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의 4명의 직원이 완전 다른 매력의 2가지 콘텐츠를 추천했다. 추억을 소환하고 감상에 잠기고 싶거나, 전율이 흐르는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지금부터 이 페이지에 주목하자.
글. 손민정
1 영화 ‘러브레터’와의 첫 인연은 언제, 어떤 상황이었나요?
김 이 영화가 개봉되던 1999년, 저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대한민국의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이었습니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을 지나며 순백의 눈밭이 배경인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아무도 없는 저희 집 안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함께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신 첫사랑의 대명사로 굉장히 유명한 영화이지만, 사실 최근에 주인공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고서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개봉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N회차 관람을 했었더라면 ‘볼 때마다 다른 감동을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 ‘법원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김 아련한 첫사랑 같은 여주인공이, 건강상 이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홋카이도 오타루의 눈밭 너머, 사랑하는 사람이 실종되었던 산 속 어딘가로 여주인공도 긴긴 여행을 떠난 것일까요? 이번 새해에는 혼자 조용히 극장을 찾아 가슴속 한편에 고이 묻어둔 첫사랑을 추억하며 감상해 보면 어떨까 해서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신 영화를 보는 내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그리움과 사랑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데요. 특히 대구에 근무하는 동안 눈이 쌓이는 것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기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3 영화 속 명대사, 명장면 중에서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 주인공이 도서관 창가의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커튼 뒤에서 아련하게 책을 읽던 장면이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저의 이상형이 되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신 여주인공 이츠키에게 도서실 후배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전해주는 장면이 여운이 많이 남네요. 그 장면에서 여주인공 이츠키도 당시에는 몰랐지만 죽은 남자 주인공 이츠키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츠키의 표정에서 관객으로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영화 속 “추억”과 “기다림”이라는 주제가 법원 일과도 연관이 있다면, 어떻게 연결될까요?
김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가사재판부 참여관으로 근무하면서 쏟아지는 이혼재판 사건들을 접하며 심적으로 우울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옛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현재의 추억도 정성스레 가꾸어 나간다면, 두 남녀는 나란히 손을 잡고 법정이 아닌, 영화관에서 영화 ‘러브레터’를 감상하며 팝콘을 먹고 있지 않을까요?
신 업무와 연결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굳이 추억을 연결하자면 판사로서 어려운 사건의 판결문을 쓰는 시간의 노력과 고민들이 나중에 지나고 보면 ‘이때 참 힘들었지.’ 라는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기다림은 배석으로 근무하면서 판결문을 작성하고 부장님의 결재를 기다리는 정도일 듯 싶습니다.
5 이 영화를 보고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김 ‘있을 때 잘해’라는 흔하디흔한 이 말이, 어느 날 문득 우리에게 사무치게 와닿는 순간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든 1초 뒤, 1분 뒤, 몇 시간 뒤 그 끝에 다다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인생입니다. 고로, 누구든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합시다!!
신 영화를 보고 나면 사랑과 그리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추억과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되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우연히 보낸 편지 한 통이 한 사람에게는 남은 생을 살게 해주고, 한 사람에게는 잊고 있었던 사랑을 알려주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잊고 있었던 인연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러브레터’ 속 편지를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다시 쓰게 된다면, 어떤 형식으로 전하고 싶으세요?
김 ‘러브레터’ 속 편지를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흔히 쓰는 카톡이나, 디엠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래도 대신해야 한다면... 편지를 한글로 편집하여 usb에 담아서 선물할 것 같습니다. usb를 pc에 꽂아 한글 파일을 열어보기 전까지만이라도 애태우라고 말이죠.
신 솔직히 지금은 이메일로 보냈다가는 바로 스팸메일로 분류되어 전달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영화 속 히로코는 이미 이츠키가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편지를 썼으니 같은 마음의 저라면 아마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네요.
7 더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꿀팁이 있다면요?
김 우연히 발견한 50년 전의 러브레터에 누군가가 답장을 보내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50년 전의 그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담은 미국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과 비교해 가며 이 영화를 본다면, 동양과 서양의 감성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어 더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 <러브레터>처럼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영화를 보기 전 원작소설을 꼭 읽어보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상상만 하던 풍경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주인공은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결말이나 구성이 다르게 표현된 영화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본 것 같은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요.
8 “러브레터는 (___)다!” 빈칸에 딱 맞는 말을 넣어주신다면?
김 러브레터는 ‘잃어버린 시간여행’이다!
신 러브레터는 ‘아쉬움’이다. 첫사랑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옆에 있는 분에게 진실된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하세요. 아쉬움을 뒤로 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시간이니까요.
1 부부가 함께 여자 프로 배구 경기를 즐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도쿄올림픽 이후 여자 배구에 관심이 생겨 간간이 경기를 찾아보다 보니 어느 순간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고,자연스럽게 팀까지 응원하며 즐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조 부인 따라 배구 경기를 종종 시청하는 게 다였는데유튜브에 올라오는 각 구단 영상들을 보다가 GS칼텍스 선수들에게 마음을 뺏겼습니다. 그때부터 GS칼텍스를 응원하며 배구 경기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2 특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었나요?
이 도쿄올림픽 때 터키와 했던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사무실에서 다 같이 TV로 보면서 응원하고 함께 환호했던 것이 아마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김연경 선수를 처음 실제로 봤던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나 멋있고 잘하던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조 2020 도쿄올림픽 조별예선 한일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5세트에서 한 점만 더 내주면 지는 상황이었는데 기적처럼 역전승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3 경기 관람의 어떤 점이 특별히 매력적이었나요?
이 국내로 복귀한 김연경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조 올림픽이나 TV프로그램에서 봤던 익숙한 얼굴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리그 경기에서 찾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4 여자 프로 배구만의 독특한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이 긴 랠리가 주는 긴장감이 있고, 선수들 각자의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조 유튜브 영상으로 여자 프로 배구에 빠져든 저처럼, 요즘은 경기 말고도 배구를 즐기는 콘텐츠가 다양해졌어요.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선수들의 모습 또한 자주 볼 수 있어서 매력적입니다.
5 경기를 시청할 때 부부만의 특별한 루틴이나 방식이 있나요?
부부 경기 전날 배구 관련 TV프로그램에서 다음 날 경기의 승부를 예측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 예측결과를 참고해서 저희 부부도 어느 팀이 이길지 예측을 해보곤 합니다. 그리고 경기 후에는 결과를 보고 어떤 선수가 잘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6 집에서 즐기는 것과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 중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면 무엇이며,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서 관람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선수들이 점프를 하고 강력한 스파이크로 공을 내리꽂는 모습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저도 경기장을 방문해서 관람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관중들과 함께 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7 ‘법원사람들’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이 짧으면 한 시간 반, 길면 두 시간 반이 넘도록 손에 땀을 쥘 수 있습니다. 서브를 넣고, 리시브하고, 공격하고, 디그하고 다시 반격하는 랠리를 보면서 기뻐하고, 아쉬워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조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열정적이고 멋진 플레이를 볼 수 있고, 또 각종 배구 관련 콘텐츠를 통해 선수들 개개인의 매력 또한 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실내에서 경기를 즐기는 것,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8 ‘꼭’ 추천해 주고 싶은 동료나 지인, 가족 중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이유는요?
이 저와 같은 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기언니인 이송연 실무관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친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데 배구에 관해서도 수다를 같이 떨고 싶어서 배구 경기를 꼭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조 저는 저희 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경기를 같이 관람하고 저와 같은 팀을 응원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9 여자 프로 배구 경기를 인터넷 방송으로 시청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이 언제든지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중 명 장면들을 다시 재생해서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조 놓친 장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습니다.
10 경기를 더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해 활용하는 나만의 꿀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기를 열심히 응원하며 관람하고 나서는 짧게 편집된 하이라이트나 구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경기 비하인드 영상을 챙겨봅니다. 좋았던 공격이나 수비를 한 번 더 감상하는 편이거든요.
조 종종 치킨이나 피자와 함께합니다. 배구 경기가 끝나면 다른 채널에서 다른 해설위원 버전으로 또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설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11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또는, 여자 프로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기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한 마디로 설득한다면?
이 코트 안에서 점수를 낼 때도 모여서 서로 엄지 척을 날리며 칭찬하고, 실점을 해도 모여서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팀워크의 정수를 보고 싶다면 여자 프로 배구, 강력 추천합니다!
조 점수를 내기 위해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공격하고 수비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아마 배구 경기에 빠져들 겁니다.
12 경기를 함께 즐기기 시작한 뒤 부부 사이에 생긴 긍정적인 변화나 새로운 대화 주제가 있었나요?
이 남편은 예전부터 해외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저는 흥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스포츠에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없었죠. 여자 프로 배구 경기를 함께 즐기게 된 지금은 함께 스포츠를 즐긴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조 부인은 축구 선수들을 잘 몰라서 제가 축구 선수들 이야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었어요. 함께 배구 경기를 즐기고 나서는 배구 선수 이야기를 하면 눈을 반짝거리며 호응을 해주더라고요.
13 “여자 프로 배구는 (___)다!” 빈칸에 딱 맞는 말을 넣어주신다면?
이 여자 프로 배구는 ‘예술’이다. 정교한 기술과 치열한 랠리, 그리고 감동적인 팀워크가 만들어내는 스포츠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여자 프로 배구는 ‘재미있’다. 진짜 재미있습니다. 일단 한 번 관람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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