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스릴 넘치는 스포츠 예능 그리고 한 폭의 그림이 전하는 깊은 이야기까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추천한 콘텐츠 3선과 함께 익숙한 취향을 넘어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보자.
글. 손 민 정
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간단한 줄거리를 알려주세요.
1950~60년대 이탈리아 해안마을이 배경이에요. 바다 밖 세상이 두려우면서도 궁금한 어인 종족 소년 ‘루카’, 그런 루카를 육지로 이끈 ‘알베르토’, 육지 인간 마을에서 만나게 된 인간 소녀 ‘줄리아’, 이 셋의 도전과 우정을 다룬 성장기 영화입니다. 루카, 알베르토, 줄리아는 한 팀이 되어 마을 철인 3종 경기인 ‘포르토로소 컵’에 참가하는데, 이를 준비하며 생기는 갈등, 실패, 두려움, 편견과 그것을 극복하며 배우는 용기, 포용, 화합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냈습니다.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픽사, 디즈니 등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오면 거의 보는 편입니다. 픽사 신작 개봉 소식에 습관처럼 이 영화를 봤고,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절감이 뚜렷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물론 한 계절 속에도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지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계절의 모습을 잘 반영한 영화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루카가 그렇습니다. 내용적인 부분도 좋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청량함을 잊지 못합니다. 여름 그 자체였습니다. 이탈리아 해안 마을의 목가적 느낌, 바닷속, 들판, 골목골목 등 모든 장면의 영상미가 마음에 크게 남아 소위 말하는 ‘n차 다시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감동적이거나 강렬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주인공 ‘루카’, ‘알베르토’는 어인 종족으로, 물이 닿으면 물고기, 물 밖으로 벗어나면 인간의 모습을 띄는 존재입니다. 본인을 ‘바다괴물’이라 칭하는 인간 마을에서 어인 종족임을 숨기며 지내다, 영화 후반부 포르토로소 컵 경기를 하는 부분에서 내리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물고기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본인들을 공격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바다괴물이 아닌, ‘루카’, ‘알베르토’ 그 자체로 인정하고 포용해 줍니다. 그제야 인간인 척 숨어 지내던 다른 ‘바다괴물’들도 하나 둘 숨겨왔던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화합합니다. 나와 다름을 머리로는 인정하나 마음으로는 배척하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콘텐츠와 관련해 개인적인 경험이 있을까요?
작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도시를 들렀지만, 제가 가장 설？던 곳은 ‘친퀘테레’. 루카의 배경지입니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북서해안지역 리구리아주의 5개 작은 해안마을을 칭합니다. 루카의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Enrico Casarosa)는 제노바 출신으로, 어린 시절 친퀘테레에 자주 갔고 그중 가장 좋은 부분들을 반영해 포르토로소라는 가상의 루카 배경 마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7월의 친퀘테레는 피부가 아플 정도로 햇볕이 강했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온 몸에 흐를 정도로 더웠지만, 말 그대로 영화가 눈 앞에 펼쳐진 곳이었습니다. 루카가 자전거 타던 골목, 포르토로소 컵 참가를 신청하던 책상, 먹었던 젤라또와 파스타, 영화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는요.
이탈리아 랜선 여행 원하시는 분, 올 여름 여행지 고민하고 계신 분, 아이와 함께 볼 영화를 찾고 계신 분, 무엇보다도, 잠시 복잡한 현실 문제 내려놓고 동심 충전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미지 출처: JTBC
간단한 개요를 알려주세요.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였던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몬스터스라는 하나의 팀으로 다시 뭉쳐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콘텐츠입니다.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야구를 즐기지 않았지만 우연히 넷플릭스를 서칭 하던 중 3개의 시즌이 나와 있어 첫 회를 보았는데 한때 유명했던 은퇴 야구선수들이 나오더라고요. 궁금해서 더 보기 시작했는데 선수들의 열정에 빠져 전 시즌을 몰아보기 하고 있습니다.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이 사랑하고 열망했던 일 또는 그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은퇴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고, 그 열정이 전해져 주변 사람들도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가장 감동적이거나 강렬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펑고(fun-go, 연습타구를 날리기 위해 공을 타격, 혹은 이 타격으로 진행되는 수비 연습을 가리키는 말)를 수없이 시키며 툭툭 던지는 말에서 80년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에세이 ‘인생은 순간이다’도 읽어보았는데 그중 “오늘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구절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어요. 매일 꾸는 꿈과 희망이 우리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콘텐츠와 관련해 개인적인 경험이 있을까요?
사무관 승진 시험 공부할 때가 떠올랐어요. 선수들이 수없이 하던 펑고가 수험기간과 같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펑고를 통해 흘렸던 땀방울이 값진 결과가 되어 오늘의 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는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매 경기가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져 꼭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거든요.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요.
출연하는 야구선수가 누구인지는 알고 야구 룰을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답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콘텐츠나,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최강야구를 제작한 제작자가 최강럭비라는 콘텐츠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화만 살짝 봤는데, 럭비선수들의 빠른 움직임과 몸이 부딪치는 소리, 숨소리까지 너무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편집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다음은 바로 최강럭비를 볼 예정입니다.
Vincent van Gogh: Almond blossom
간단한 개요를 알려주세요.
‘꽃피는 아몬드 나무(캔버스에 유채화)’는 19C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가 생을 마감하기 약 반 년 전에 그린 작품이며,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인 테오 반 고흐의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생명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남색, 보라색, 검은색 등 명도가 낮은 물감을 사용하거나, ‘해바라기’처럼 채도가 낮은 물감을 주로 사용한 그림을 그렸으며, 유채물감의 특성상 두껍고 거친 질감이 고흐 작품의 주된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밝고 화사한 색채를 사용했으며,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집니다.
작품의 인상 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는 그림을 한 장밖에 팔지 못해 가난하고 굶주렸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사전정보를 알고 보면, 그가 그림에 담은 현실은 햇빛 아래 드러난 순간적인 인상이라기보다 어둡고 처절한 감정이 뒤섞인 혼란이 보입니다. 그러나 ‘꽃피는 아몬드 나무’ 는 생명의 축하를 담은 그림이기에 그의 다른 그림과는 달리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는요.
봄 기운을 한껏 느끼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서 실제로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요.
당시 프랑스 미술 경향을 알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흐는 현실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던 인상주의에서 벗어난 후기 인상주의 중에서도 화가가 사물의 본질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작품에 표현하는 표현주의의 선구자입니다. 또한 ‘꽃피는 아몬드 나무’는 당시 일본 민중 미술의 한 기조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보입니다. 우키요에는 원색의 강렬한 색채, 사물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외곽선, 단순하고 평면적인 묘사 등이 특징인데, ‘꽃피는 아몬드 나무’에 이런 부분이 잘 나타납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콘텐츠나,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3월부터 6월까지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도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록 ‘꽃피는 아몬드 나무’ 작품은 없지만 화가의 초기 정물화와 자화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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