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지금부터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장내를 정리하여 주시겠습니까.
오늘 선고할 사건은 2건입니다. 먼저 2017다35588, 병합된 35595 부당이득금 반환사건입니다.
원고 선정당사자, 상고인 겸 피상고인 ○○○ 씨 외 4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사건입니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는 전체 직원들에게 하나의 취업규칙을 적용해 오다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2004년 7월부터 피고 사업장에 시행되자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였습니다. 종전의 취업규칙은 월 개근자에게 1일씩의 월차휴가를 부여하고 연차휴가의 상한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새로 제정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두었습니다.
피고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대하여 전체 직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원고 선정당사자들과 선정자들을 모두 원고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원고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종전 취업규칙에 따라 산정된 연월차휴가수당에서 피고가 지급한 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습니다.
원심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은 피고들의 수당지급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하였고, 피고는 상고이유 중 하나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므로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결론적으로 취업규칙의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종전 판례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의견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 제32조 제3항에 근거하고 근로기준법 제4조가 명시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입니다. 이는 변경되는 취업규칙 내용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요건이 명문화되기 전부터 대법원은 이미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에 근거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한 바 있습니다.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그 내용에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규정에 반하고 헌법 정신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됩니다.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고 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종전 판례가 들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등 법적 불안정성이 끼치는 폐해가 큽니다.
따라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다고 본 1978년 9월 12일 선고, 78다1046 판결 및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합니다. 한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하여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 봅니다.
원심은 종전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의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그것이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심리·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이외에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원고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석준의 별개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각 있습니다.
그중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판례는 근로기준법에 명문규정이 있기 전에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면서 아울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제시하였습니다. 198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와 같은 판례 법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시적으로 수용하였는데, 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법리도 함께 수용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후에 빈번하게 이루어진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한 규정은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변경 권한을 제한할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신의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법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적용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지금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본 사례들은 누구나 그 타당성을 수긍할 수 있고, 오히려 위 사례들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정의관념이나 구체적인 타당성에 반합니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법리와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사례가 축적되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 있고, 오랜 기간 판례 법리로 타당성을 인정받아 사회일반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분명하게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선정당사자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선정당사자들의 선정자 ◇◇◇, □□□ 부분에 관한 상고로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선정당사자들이 부담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05.11.(목)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부당이득금반환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오경미)
[재생시간 : 10분 41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