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다음으로 2017도1807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건입니다.
피고인 ○○○ 씨, 상고인은 피고인입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의료법 위반 부분의 요지는 의료인이 아닌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설립한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직접 의사 등을 고용하여 진료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였다는 것입니다.
제1심과 원심은 의료인 명의 의료기관이 비의료인에 의하여 개설ㆍ운영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기존의 ‘주도성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였다고 보아 의료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인 명의 의료기관에 관한 개설자격 위반 판단기준인 기존의 주도성 법리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에 관하여 어떻게 적용할지입니다. 이에 관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법은 의료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거나 의료법인의 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비의료인도 의료기관의 개설ㆍ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의료법인에 출연하거나 의료법인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ㆍ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재산을 출연하였거나 임원 등 지위에서 주도적으로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에 관여하였더라도 기존 주도성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합니다.
비의료인이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ㆍ운영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ㆍ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정을 기본으로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즉,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였다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법인에 출연된 재산은 의료법인의 실체인 동시에 의료법인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고,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어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그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라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법인이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갖추고 있는 것을 전제로 의료법인에 대하여 법인격과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라면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외형상으로 그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으로 가장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의료법인이 근거법령에 따라 설립되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의료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왔다면 그 설립과정에 다소의 미비점이 있다거나 운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의료법인의 재산을 유출하는 횡령ㆍ배임 등 위법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인이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즉,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 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봅니다.
피고인은 의료법인의 이사장 지위에서 의료기관 개설ㆍ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ㆍ운영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의료기관 개설ㆍ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다는 사정 외에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하였다거나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재산출연을 일부 가장하였다거나 일정 기간 동안 고액의 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점만으로는 그러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의 재산출연 가장이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지, 피고인이나 그 배우자의 고액 급여 수령이 합리적 범위의 급여 인상에 의한 것인지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사정만을 근거로 의료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철상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그중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 여부는 개인 명의 의료기관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한 선례와 마찬가지로 해석, 적용되어야 합니다. 즉,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ㆍ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이 형해화되고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되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의 형해화 정도는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의 전 과정에 나타난 영리 추구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합니다.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 형해화는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자의 경제적 이윤 추구의 결과이고, 경제적 이윤 추구는 의료법인의 설립 및 운영이라는 전체적인 과정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므로 의료법인의 설립과정과 운영과정을 분리하여 별개로 살피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의 전 과정에 나타난 영리 추구와 관련된 사정들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와 같은 방법으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 형해화를 판단하여야 의료법인의 영리 추구를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고 의료법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취지와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07.17.(월)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17도1807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등(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안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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